"아빠 왜 화났어?"
딸 아이는 엄마스러웠다. 딸은 강아지처럼 주인의 표정을 살핀다. 그러고보니 목소리 톤이 평소보다 낮은 편이었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돌잔치로 출발해서일까? 딸과 마찬가지로 아내 역시 내 감정 상태를 자주 탐색한다. 나 역시 타인의 시선이나 표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때가 있었다. 그 때 선임이었던 분대장이 나에게 말했다.
"눈치 좀 그만봐 ㅆㅂㄹㅁ"
분대장은 이스라엘 족속이었는지 권력이 집중된 로마를 싫어했다. 나는 군에 입대한지 1년이 지나고부터 선임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 이무렵에는 내무반이 집보다 친숙했다. 전쟁의 불안을 대비하는 그 곳이 내 집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대재앙을 대비해 배를 만들고, 또 어떤 이는 벙커를 쌓아둔다.
한 평생 걱정과 근심으로 살아온 어떤 이는 23년 8월 23일 오후를 경계했다. 하필 나의 가족이다. 나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미 코인 투자로 예정된 미래 따위를 예측하고 운운하고 대응한다던 이들의 말에 휘둘려본 경험이 있어서다. 타인의 말을 믿는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업비트 거래소에 로그인할 때마다 깨닫게 된다.
23일 오후 5G 전파 공격이 있을 예정이란다. 터지지도 않는 5G를 끄고 4G로만 설정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5G 요금제를 쓰고싶지 않아도, 5G 단말기라 4G 요금제를 사용할 수 없다고 고객센터에서 응대한다. 진정한 전파 낭비이자 통신 공격이다. 배터리 소모도 심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4G보다 안 터지는 5G가 전파 공격을 하겠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만약 오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미래를 예견하며 대비하라던 이들은 또 어떤 성명문을 내걸까? 또 다른 걱정거리로 사람들을 유도할까? 아니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미리 공격을 예측해서 사전에 차단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활동때문이라고 자축할까? 전파 공격이 시작되는 동안 잠시 휴대전화를 꺼두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휴대전화를 꺼둔지도 오래 되었다. 휴대전화로 업무를 하고 있으니 꺼두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이제는 샤워할 때도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을 정도니 휴대 전화에게 잠시 휴식시간을 주는 것도 딱히 나쁘진 않겠다. 그렇다고 영화 셀: 인류 최후의 날이나 킹스맨처럼 전파공격에 사람들이 미쳐날뛸까? 난 이미 대한민국이 그런 상황에 직면했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로 세뇌된 자들과 커뮤니티의 대세 여론에 휩쓸린 이들을 보면 칼부림 예고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선지자 코스프레인 사람들은 자녀나 다음 세대를 언급하지만 심신미약인 이들은 남탓을 시전한다. 자신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타인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그것에 정당성을 부여해서도 동조하며 응원해서도 방조해서도 안된다.
전쟁의 불안을 대비하는 그 곳에서 불안 상태를 견디지 못한 나의 선임은 경계 근무 중 총구를 자신을 향해 쏘았다. 다행히 총열이 긴 K2, 공포탄이 발사되었고 죽음에 대한 공포감때문인지 얼굴엔 상처조차 남지 않았다. 그는 이내 타부대로 전출되었고 전투 준비 태세에 가장 중요한 임무인 병사식당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화단의 흙을 파내어 공사를 시작한다. 엄마가 저녁 약속 모임이 있어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엄마의 부재는 아이에게 불안일 수도 축제일 수도 있다. 마음가짐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