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by 이백지

어, 왜이리 춥지? 선풍기 날개가 강풍으로 돌고 있었다. 아래엔 본체로부터 떨어져 나와 뒹구는 식물의 파편처럼 머리카락이 얽혀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추위에 맞서는 닭처럼 냉랭해 보였다. 아내가 치우라고 옹기종기 모아둔 걸까? 일말의 양심적 행위였는지 고심할 무렵 화장실 앞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아내의 잠옷과 속옷이 인사한다. 세탁기 안으로 에스코트하면서 용의자를 추정했다. 하나는 직장으로 숨었고 다른 용의자 둘은 어린이집으로 떠나버렸다. 용의자 1번 아내는 일하는 것과 요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밖에 나가서 일 하니까 좋아?"

아내는 급여 생활자가 되어서도 한 달에 50만 원의 생활비를 요구했다. 이번 달은 카드값이 밀렸다며 추가로 150만 원만 꿔달라 말했다. 다음 달에 값는다고 했는데 어떻게 값을 것인지를 묻자 청약통장을 깨겠단다. 호빵맨 캐릭터가 들어있는 후리카케에 밥을 비벼주었다. 누나들이 일본과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와 조카들 간식을 사다주었다. 주말에 먹다 남은 돼지국밥을 함께 주었지만 먹는둥 마는둥이었다. 아직 아이들과 함께 해외를 다녀오거나 비행기를 타보진 않았다. 주말 세 끼 이상 배달 음식에 의존하고 본인 벌이보다 많은 소비를 하는 상황에서 여행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20년 이상을 일해온 누나들이다. 삶의 격차가 있는 건 당연하다. 나는 아내의 질문이 집이 좋아 사탕이 좋아 따위를 묻는 여섯 살 먹은 자녀들의 대화처럼 느껴졌다. 일이란 당연히 해야 할 부모의 책무임에도 그동안 외면해오다 '내가 이 정도까지 양보하고 고생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이는 것에 한숨이 나왔다. 거동이 불편한 것도 아니고 자의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부모나 배우자에게 기대어 사는 사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었다. 성장하지 않은 어른처럼 느껴졌고 그런 아내가 나 역시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 말하자 기분 나쁜 척을 했다. 자신이 물어본 의도는 그 게 아니었다며 왜 논지에서 벗어나 대답을 하냐며 술잔을 드는 아내, 나는 아내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지 않았다. 정답을 알고 있지만 그것은 상대가 원하는 답변이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정해진 대답이 아님에 아내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아내의 입을 여는 건 술과 진술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정리하고 취사 버튼을 눌렀다. 삶으로 고해성사를 대신한다. 일주일동안 아내가 마신 소주 네 병과 맥주 여덞 캔을 분리수거함에 비운다.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아내는 오늘 밤에도 술을 찾을 것이다. 기적은 편의점에 널려있다. 강아지를 씻기고 천천히 물에 몸을 맡긴다. 성스러운 의식이다. 죄와 때가 함께 씻기고 업보처럼 죄가 쌓인다.





선생님, 증상이 뭔가요?













못생김입니다. 자꾸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뛰어다니죠.













1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