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by 이백지

"엄마, 엄마 나 보고 자면 안돼?"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아내를 향해 딸이 내민 한 마디였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토끼 인형을 태울 인형 유모차가 배송되었다. 하원 길에 만난 3동 아빠, 오늘은 연차를 사용한 모양이다. 함께 놀이터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자 같은 동 옆라인 어머니가 딸 그네를 밀어주고 있었다. 다들 너무 오랜만이었다. 영화의 결말부처럼 아들, 딸이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 엄마, 아빠가 모두 놀이터에 모였다. 연말, 한 해가 길었다. 한 번씩 언급되었던 이웃사촌들이다. 아내는 3동 엄마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함께 키즈카페에 가자고 했는데 약속 당일 파투를 내는 바람에 마음에 타투를 새긴 모양이다. 난 까맣게 잊고 있었다. 눈으로는 오늘 하루 NBA 경기 총정리 영상을 보며 아내의 이야길 듣고 있었는데 아내는 왜 아무런 대답도 없냐고 물었다. 자신의 서운한 감정을 건드려달라는 이야기였다. 마치 그 날 저녁 잠들기 전 딸이 엄마에게 부탁했던 말처럼 들렸다. 남편은 아내를 보고있지 않았다. 한 번 더 서운해진 아내는 방으로 들어가 먼저 누웠다.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을 보고 잠들지 않는 엄마를 향해 서운한 마음을 표현한 딸은 엄마가 퇴근하기 전 나와 소꿉놀이를 했었다. 유모차에 누운 토끼가 자식이고 딸은 아내, 아빠는 남편 역할의 상황극이었다. 아이가 어느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지 묻자 아내는 어린이집 이름을 모른다 했다. 그 걸 당신이 모르면 누가 아냐고 보채자 지역이름 어린이집을 다닌다고 하였다. 딸이 여보나 자기를 외치며 어깨빵을 했다. 몸무게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남에도 스리슬쩍 몸이 밀린다. 애정의 스크린 플레이다. 좋은 박스아웃이었다. 몇 분 후 도착한 아내 역시 박스아웃에 능했다. 자기 사람만 자신의 울타리 안에 가두고 그외의 사람에게는 확실한 선을 그었다. 그러고보니 딸의 애정어린 여보, 자기 말투가 장모님이 나를 부를 때의 느낌과 닮아있었다. 소름끼치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이 반복된다. 나는 얼마 전 아들과 아버지가 닮아있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아내와 딸, 그리고 장모님까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랑과 인생의 림은 저멀리 높은 곳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다. 평생 뛰어도 닿지 않을 높이에서 말이다,






나 역시 아버지를 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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