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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지 Aug 28. 2022

나는 없다.

한강은 누군가에겐 뷰, 다른 누군가에겐 삶의 종착지


내가 사는 반지하에는 햇빛이 들지 않았다. 집 밖을 나서야만 마주할 수 있는 태양은 평등하지 않았다. 시멘트 덩어리의 집들은 비쌌고 나는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지 못했다. 비가 유난히 내리던 날 나는 물이야말로 진정 평등함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물은 밑에서부터 차오른다. 반지하 먼저 잠긴다.


내가 사는 곳이 잠기기 전에 나는 한강을 향했다. 그리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이러려고 태어나진 않았을 건데,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생존은 어렵다. 인간이라고 동물과 다를 게 없다. 생존할수록 도태된다. 늙고 나약한 상태로 도태되거나 젊고 나약한 상태로 도태되는 상태의 차이만 있을뿐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희망이라는 돈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게 많았다면 욕심이고, 적었다면 비루함이리라.

혹시 화재로 이어질까봐 두려워 화장실에 번개탄도 피워봤다. 밥 한 공기 분량의 약도 삼켜 보았지만 삶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마도 어머니의 기도때문이겠지. 나는 어머니가 믿는 신의 도움을 뒤로한채 신에게 직접 닿아 묻기로 마음을 정했다.

비는 멎고 다시 화창한 날이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한강을 부유하고 있을 나는 내가 살던 곳 현관에 노란색 테이프가 붙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연락도 닿지 않는 아들을 실종 신고했고, 경찰은 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일과시간에만 말이다. 나는 그렇게 나의 부모보다 먼저 생을 마감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부유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그 끝은 어디를 향해 있길래 이리도 차가운가. 나는 사회로부터 버려진 작은 부품이다. 이미 이곳에 많은 부품들이 과거로부터 수없이 흘러왔다.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부모는 나에게 작품이 되기를 바랐지만 나는 작은 부품에 지나지 않았다. 교체 가능한 부품, 나 하나 빠져도 세상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나는 늘 그런 존재였기에...

이제야 비로소 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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