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산을 탈 수 있을까?
이천 원적산과 이천 백사 산수유축제
하루는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나서 피가 한쪽으로 뭉쳐 휘돈다.
"어, 이거 뭐야?"
나는 주저앉아서 종아리와 발 전체를 두 손으로 문지르며 한참 마시지 했다. 조금 있으니 괜찮아졌다.
사실 주로 앉아있기만 하는 나로서는 운동을 싫어해서 따로 하는 게 없이 살고 있었다.
"아프지 않으려면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나는 다시 산을 타려고 인터넷 검색에 들어갔다. 평일은 하는 일이 있어서 어렵고 토요일이면 좋겠다 싶어서 토요산악회를 검색했다. 2018년 4월 초의 일이다.
카페에 들어가 보니 아주 멀리 경남에 있는 회원 40여 명 되는 산악회와 대전 어딘가에 있는 산악회, 인천에 있는 산악회, 경기도 광주에 있는 산악회가 뜬다. 멀어서 함께 하기에는 불가능한 곳이다. 살짝 살펴만 보고 나왔다.
다시 검색을 하니 서울 사람들이 주로 함께 산행하는 토요산악회가 보인다. 들어가 보니 회원은 2,000여 명 되고 역사도 좀 있고, 거의 매주 쉬지 않고 산행을 하는 곳이다.
"okay!"
나는 바로 회원 가입을 하고 그 주간(2018.4.7. 토)에 산행 신청을 했다. 이천 원적산과 이천 백사 산수유 축제를 볼 수 있는 산행이다. 리딩은 골바람 대장님이시다. 나는 바로 회비를 보내 놓고 산행일을 기다렸다. 그런데 산행 당일 집결지인 군자역까지 가는 데도 누구 한 사람 문자 한 통도 없다.
'이거 돈 잘못 보낸 거 아닌가? 적은 돈이긴 하지만 오늘 산행 못 하는 거 아닌가?'
수원에 사는 나는 집결지가 멀어 거의 2시간을 잡고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5시 20분에 집을 나섰다. 첫 버스가 5시 30분부터 운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버스 1번 환승, 또 지하철로 2번 환승, 약 2시간이 걸려서 군자역에 도착한다.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골바람 대장님에게 문자를 보낸다.
"한 5분쯤 늦을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거의 군자역에 도착할 시간까지도 답문이 없다.
'오늘 버스를 탈 수는 있는 건가? 뭐 못 타면 돈만 날리는 거지 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집결지로 가보니 그제야 문자가 온다.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오란다. 가까스로 겨우 시간에 간당간당 맞추어 탑승을 했다.
그런데 원적산 산행은 오르락내리락 소당산, 원적산 원적봉, 천덕봉까지 산을 2개나 타고 거의 12km를 걷는다. 나는 등산 장비도 없어서 집에 있는 것들을 대충 챙겨서 갔다. 스틱도 없이 남편의 커다란 바람막이 옷에 이전에 쓰던 다 낡은 배낭에 가죽신발이라 아까워서 못 버리고 놔둔 오래된 등산화를 신고 산행을 갔다. 그런데 하산길에 거의 약 1시간 정도를 남겨두고 왼쪽 무릎과 발목에 통증을 느끼며 절뚝절뚝 걸어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아, 또 인대가 다 늘어났나 보네. 이제 다시는 산을 탈 수 없는 건가?'
그러고 보니 내가 산행을 그만둔 것은 결혼 초기에 울 남편 친구 부부들과 함께 북한산 등반에 나섰다가 무릎과 발목의 인대가 다 늘어나 남편 팔에 매달려 하산을 한 후부터였다. 거의 3개월을 꼼짝도 못 하고 고생을 했다. 병원에 갔더니 나는 골밀도가 약해 험한 산은 절대 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하던 산행을 내가 중단시켜놓고 다시 산행을 하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로부터 세월이 훌쩍 지났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젊어서 타던 산을 다시 타고 싶어서 토산 친구들과 만났다. 새로운 만남인데 참 좋다. 다들 훈남 훈녀에 에티켓 만점! 수준 있는 만남이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유난히 심하게 분다. 그래도 함께 걷다 보니 어느새 봉우리 몇 개를 밟아본다. 소당봉, 천덕봉, 원적봉까지.
밤사이에 내린 춘설에 젖은 낙엽이 바스락거리고, 봄을 맞으러 나온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 벚꽃, 배꽃, 겨울과 가을과 봄의 공존이다.
옛 시골집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바람소리. 휘몰아치는 듯, 울부짖는 듯, 휘청거리는 듯, 마구마구 불어댄다. 외줄 타기 같은 산 능선에서는 한방에 몸을 날려버릴 기세다.
그렇지만 몸을 꼭꼭 싸고 장갑도 끼고 완전 무장을 했으니 바람소리가 신비롭게 들린다. 히드꽃이 만발한 폭풍의 언덕처럼 바람소리가 낯선 이국의 느낌을 준다.
토산의 원적산 산행에서 유비자손님이 끝까지 캐어를 해주셔서 나뭇가지 한 개를 스틱으로 삼아 산을 겨우 내려올 수 있었다.
아, 그런데 집에 와서 씻고 아픈 부위에 맨소래담을 바르고 잤더니 신기하게도 이튿날 씻은 듯이 나았다. 물론 온몸은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무릎과 발목의 찌르는 듯한 통증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인대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근육이 살짝 놀랐던 모양이다. 하도 오랜만에 산행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고는 거의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1주1산을 실천하며 4개월 동안 토산 산행에 참여했다. 그랬더니 어디 아픈 곳 한 곳이 없이 산을 잘 탈 수가 있겠다. 그렇게 나의 산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이천 원적산은 100대 명산은 아니지만 나의 새로운 산행의 출발점이 되었다.
하산했을 때 비가 살짝 내려 이천 백사 산수유 축제는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나진 못했다. 그렇지만 촉촉이 비를 맞고 있는 싱그러운 꽃들을 볼 수 있었다. 산수유꽃은 '효녀꽃'(산수유꽃 전설)이고, 꽃말은 '불멸의 사랑', 다른 이름은 '나무가 꾸는 꿈'(김훈)이라고 한다. 이천 백사 산수유축제를 천천히 둘러보고, 이천 쌀밥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운동도 하고 만남도 하고 즐거운 날이다. 실컷 웃고 엔도르핀이 팡팡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