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천국은 어디에 있을까?”
천국잔치를 한다는 기대감으로 새날이 밝았습니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입니다.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당의 우물로 나갔습니다.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길어 한 모금 마시고는 세수 대야에 부어 어푸어푸하면서 얼굴을 씻었습니다.
화투장의 보름달이나, 소주병 속에서, 돈이 달아난 길을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던 아버지의 얼굴이 세수 대야 속에 어립니다.
“아부지~”
저는 우물 속에 다시 두레박을 내리면서 느낌으로 아버지를 봅니다. 엉거주춤 서있는 아버지는 목이 칼칼한지 연거푸 헛기침을 해댑니다.
“뭣이냐? 최영감네 며느리가 왔담서?
이따가 아침 먹고 거기 한 번 가 보자잉? 어디 그 반반한 낯짝이나 한번 봐야것다잉?”
제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아버지가 먼저 ‘천국잔치’에 가겠다고 합니다.
저는 가슴이 콩닥콩닥 방망이질 하는 것을 억지로 참고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최영감네 빈집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갔습니다.
삼식이네 할머니도 다 꼬부라진 허리를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서 간신히 걸어오고 있습니다. 오채네 형들도 아버지, 어머니의 양팔을 한 사람씩 붙잡고 뭐 군대가 행진이라도 하는 것처럼 걸어오고 있습니다.
“안녕하시우? 뭐시기냐. 그 최영감 며느리가 기특도 허제잉? 즈그 식구를 몽땅 다 잃고 꿈에도 와보기 싫은 디가 여기 외룡릴 턴디, 우짜믄 저렇게 다시 와서 질도 넓혀 주고 아그들도 갈쳐주고 그러까잉? 오늘은 동네 어른들을 불러다가 맛난 것도 준담서? 아이고 고맙제잉? 안 그런가?”
동네 어른들이 하나, 둘 마당으로 몰려들면서 저마다 한 마디씩 합니다. ‘사람 잡아먹는 여편네’라고 손가락질을 하던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마당 멍석에는 돼지고기며, 떡, 잡채, 육개장 등 서울언니들이 손수 준비한 맛있는 음식들이 잘 차려져 있습니다.
“다들 오셨죠? 제가요,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보니 여러분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 이곳에 다시 왔어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여러 어르신들을 대접해 드리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구요. 제가 여러분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몇 백배나 더 하나님은 여러분들을 사랑하십니다. 저는 꼭 그 이야기를 여러 어르신들께 전해 드리고 싶었어요. 너무나 잘 오셨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저희들과 여러분의 아들, 딸, 그리고 손자 손녀들이 준비한 연극이랑 노래 솜씨도 재미나게 보시도록 하세요.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김끝예 언니의 사회로 진행된 천국잔치는 그야말로 마을 사람들의 흥겨운 잔치가 되었습니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잔치가 막 막바지로 접어들 무렵, 갑자기 성황당에서 굿하는 소리와 함께 여러 사람이 곡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최영감네 빈집과 성황당은 바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기 때문에 양쪽에서 행사를 하면 어느 한쪽이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고, 누가 죽었는가벼? 어쩌까이?”
최영감네 빈집에서 ‘천국잔치’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가 봅시다잉?”
이장님이 벌떡 일어서자 박씨 아저씨와 아버지도 따라나섭니다.
“정말로 큰일인데? 인제 복음을 전해야 할 차롄데 저렇게 다 가버리면 어떡하지?”
“그러게 말야. 어떡하지?”
결국 그날의 ‘천국잔치’는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지 못한 채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강빛나 언니는 커다랗게 만든 ‘글자도 그림도 없는 책’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흩어지는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러분 여기에 여러분 대신 돌아가신 예수님의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예수님은 저렇게 죄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들을 위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은 삼 일 후에 부활하셔서 우리들에게 천국의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여러분의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이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것은 그 아이들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안녕히 돌아가세요.”
성황당에서는 병이 들어 죽어가는 아들을 고치려고 이웃마을에서 굿을 하러 왔는데, 굿을 하고 있는 도중에 그만 숨이 끊어져서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가족들이 통곡을 하며 운 것입니다.
서울 언니들은 성황당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지금 막 죽음과의 싸움에서 진 그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믿으면 죽어도 죽지 않는다고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디서 그럼 힘이 솟아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서울 언니들의 발걸음에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단호함과 아름다운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