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아, 설아, 성경학교 가자잉?”
아침 일찍 불러대는 오채 목소리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부리나케 따라나섰습니다. 오채네 형들도 삼식이랑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아가지고 저만치 앞서 가고 있었습니다.
최영감네 방 안에 들어서니 하얀 종이 차트에 노랫말도 적어놓고 공책이랑 연필도 준비해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김끝예 언니가 들고 있는 그림 동화책이었습니다.
“애들아, 안녕? 겨울성경학교에 온 걸 축하해. 나는 이름이 ‘김끝예’라고 해. ‘예수님을 끝까지 사랑한다.’는 뜻이야. 여기 성경학교에서는 그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배운단다. 너희들 ‘예수님’이 누구신지 정말 궁금하지? 그럼 하루도 빠지지 말고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성경학교에 나오면 돼. 너희들도 아마 ‘예수님’을 무지무지 좋아하게 될 거야.”
김끝예 언니는 별빛을 가득 담은 초롱초롱한 눈을 깜빡이면서 무언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듯이 조용조용 아이들 눈을 하나하나 맞추어 가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음에는 '강빛나'라는 언니가 나와서 노래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싹 트네 싹 터요, 내 마음에 사랑이. 싹 트네 싹 터요, 내 마음에 사랑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내 마음에 사랑이. 싹 트네 싹 터요, 내 마음에 사랑이.”
엄지와 검지 두 개를 작게 비비면서 싹이 트는 모습이랑 마음속에 사랑이 싹트는 하트 모양을 그리면서 불렀어요. 그러니까 정말로 땅속에서 싹이 트는 것처럼 우리들 마음에도 사랑의 싹이 트는 것 같았어요.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작은 입술과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수록 손가락 두 개로 만들어 내는 사랑이 우리들 마음에 가득 차오르는 것 같았어요.
“예수님은 누구실까?”
최영감네 아랫목 벽에다가 크게 써 붙인 글자입니다. 저는 처음 시간에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아니 김끝예 언니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부터 ‘정말 그분은 누구실까?’ 궁금했어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 예수님, 그분은 누구시기에 멀고 먼 서울에 사는 언니들이 우리에게 그분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여기에 왔을까요?
깜깜한 어둠만이 가득한 처음 세상에 하나님이 어둠 속을 두루 다니시다가 첫째 날에 ‘빛이 있으라’하셔서 빛이 생겼고, 둘째 날엔 ‘하늘이 생겨라’하셔서 하늘이, 셋째 날엔 땅과 바다가, 넷째 날엔 해, 달, 별들이, 다섯째 날엔 하늘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들이 생겨났대요, 여섯째 날엔 온갖 짐승들과 사람을 만드셨대요. 그런데 다른 모든 것은 다 말씀으로 만드셨는데, 사람은 주물럭주물럭 흙으로 만드시고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서 하나님을 꼭 닮게 만드셨대요.
“자- 그럼, 하나님이 궁금한 사람은 옆에 앉은 친구 얼굴을 한 번 보세요. 그 얼굴이 바로 하나님 얼굴이라니까요, 호호호.”
천지창조 이야기를 마친 이순이 언니가 아이들을 둘러보면서 손가락으로 한 사람 한 사람 가리키면서 “바로 저 얼굴입니다.” “네, 바로 저 얼굴이에요.” 그러더니 자기 얼굴을 동그랗게 감싸 안으면서 “바로 이 얼굴이라니까요.” 해서 모두들 한 바탕 웃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 그분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십니다. 다음 시간에는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동산에서 살고 있던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해 주겠어요.”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마당에서 운동회를 했어요. 그동안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빨강 파랑색깔판 뒤집기, 과자 따먹기, 입으로 밀가루에 숨어있는 사탕 찾아먹기, 발목을 묶어 두 사람이 달려가서 엉덩이로 풍선 터뜨리기 등 와룡리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놀이들이었어요. 아이들은 놀이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무엇보다도 사탕을 찾아먹느라고 얼굴에 밀가루 범벅을 한 아이들의 모습이 가면을 쓴 것처럼 하도 우스워서 서로 깔깔 낄낄 배꼽을 잡고 웃느라 눈물이 찔끔, 오줌이 찔끔거려질 정도였어요.
“오줌 쌌대요. 오줌 쌌대요.”
그때, 삼식이가 데리고 온 일곱 살짜리 동생 삼수가 미처 뒷간(화장실)을 가기 전에 다리를 엉거주춤하고 서서 우는데 그만 오줌을 싸고 만 것이에요. 아이들이 모두 몰려들어서 구경을 하다가 하하 호호 뒤로 자빠지는 놈, 엎어지는 놈, 비틀거리는 놈, 모두들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심지어는 방바닥에서 떼굴떼굴 구르는 놈도 있었어요. 서울 언니들도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참지 못하고 웃음보가 막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삼수를 부엌으로 데리고 가서 바지를 갈아입혔어요.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한 아이들은 하하 호호 히히 깔깔 낄낄 우히히히, 세상에 있는 웃음소리란 소리는 다 내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어요. 그렇게 깊은 산골 마을 와룡리에서의 성경학교 첫날이 요란스럽게 막을 내리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