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5년째 되던 해, 2019년 봄에 본 영화이다. 수학여행을 갔던 이들은 영원히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생일이 돌아오지만 생일을 함께 할 수 없다.
날씨가 따뜻해졌기에 울 딸이 만들어준 퀼트가방을 메고 옷차림도 가볍게 나선다. 가방이 가볍고 많이 들어가서 딱 내 스타일이다.
영화가 어둡고 무거운 내용이라서 제법 단단하게 마음먹고 옷차림은 가볍게 하고 나간다.
영화 <생일>은 근래 보기 드문 수작이다. 영화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가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과연 그럴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아들 수호를 잃은 엄마 순남 씨와 아빠, 그리고 동생 예솔이의 이야기이다. 베트남으로 돈 벌러 간 아빠는 수호가 죽은 후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수호 엄마는 수호 방도 그대로 두고 옷도 사다 옷걸이에 걸어두고 슬픔을 이기지 못한다. 수호 아빠와는 보이지 않는 갈등관계에 있다. 영화를 보다 보니 아빠가 아들 수호의 죽음에도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지에서 책임자로 일하는데, 현지인 파업이 일어나고, 사고가 생겨 3년이나 감옥에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과실이 밝혀지고 재판에서도 이기지만, 수호 엄마에게 이해를 얻지는 못한다.
수호의 생일날, 세월호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들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수호를 추억한다. 수호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다른 사람에게 벗어주고, 친구가 줄을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밑에서 밀어준 친구이다.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친구들도 그래서 그만큼 착한 수호가 아깝고 아프고 그립다.
수호의 앨범에서 고른 사진으로 만든 수호의 이야기와 <엄마, 나야>라고 쓴 시인의 시 영상이 끝내 울음바다를 만들고야 만다. 나도
덩달아 눈물을 훔친다. 학생들과 마을에서 단체로 온 관람객들도 여기저기서 훌쩍인다. 수호의 생일은 모두에게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슬픈 일을 겪은 후에는 그 슬픔을 느끼고 아파하는 충분한 시간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수호 엄마가 오래오래 고통스러워하는 시간들이 그래서 그만큼 필요했구나 공감이 되고, 관객들도 그 슬픔 속으로 들어가 함께 울 수 있었던 영화이다. 수호의 생일을 함께 하고 나서 수호네 가족은 비로소 일상으로 돌아온다.
세월호 사고 5주기를 보내며 의미 있는 영화를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부디 세월호 가족들이 슬픔과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서 수호네 가족처럼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