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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

빙상선수 이상화

by 서순오

'빙상여제'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상화 선수가 2019년 5월, 17년 선수 생활을 마감하면서 눈물의 은퇴를 했다. 15살에 스케이트 선수생활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먼저 포기를 선언한 적이 없이 오로지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로 '빙속여제'라는 찬사를 들을 수 있는 선수가 되었다. 17년 전에 이루어야 할 자신만의 목표 세 가지를 정하고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것은 세계 선수권 우승, 올림픽 금메달, 세계 신기록 달성인데, 모두 다 이루었다. 무려 올림픽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고, 그녀가 이룬 세계 신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녀는 최고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동안 한 번도 편안하게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 무릎 때문에 은퇴를 하면서 '이제는 그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온몸의 투혼을 불살라 목표를 이룬 '빙상여제'에게 최고가 되는 일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묵묵히 경쟁하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렵지 않을까?


오늘 글귀는 최고를 이룬 경험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누구와도 경쟁해보지 않은 사람이,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보지 않은 사람이, 감히 경쟁에 대해서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한때 우리나라 대통령이 '보통사람'을 외친 적이 있다. 보통사람으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뜻이리라.


그렇다. 젊어서 노력해서 원하는 목표를 다 이루고, 중년이나 노년에는 보통사람으로 사는 것, 그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살면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또 '보통사람으로 사는 것도 쉽지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고, 건강하고 취미가 있고, 함께 할 가족과 친구가 있는 그런 정도의 삶을 누리는 건 그리 쉬운 게 아니니까.


산을 오르는 길이 구불구불 뱀의 등 모양을 닮아서 <드래곤스 백>이라는 이름이 붙은 홍콩의 한 산을 오르면서 아름다운 풍경 속에 유유히 날고 있는 행글라이더들을 보았다. 자유와 모험 그 자체였다. 그들은 보통사람일까? 특별한 사람일까? 보기에 따라서 보통사람도 특별한 사람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한 번쯤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뤄본 사람들이 아닐까? 그렇게 최고를 경험한 후에 여유롭게 그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고 유유히 낭만을 즐기는 것은 아닐까?


치열한 경쟁의 삶을 다 살아낸 후에,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 '이제는 그 누구와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는 '빙상여제' 이상화 선수의 고백을 우리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행글라이더를 타고 산과 바다를 마음껏 날듯이 그런 자유와 전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사진 : 홍콩 드래곤스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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