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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an 31. 2023

지나친 포장

책 제목에 대하여


예전에 초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글짓기와 논술을 가르친 적이 있다. 그때 아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첫째로 글이란 진솔하게 쓰면 감동이 있다고, 맞춤법이 좀 안 맞고 띄어쓰기가 제대로 안 되어 있고, 서투르고 어눌하더라도 진실은 통한다고 말이다.


두 번째로는 글(글 제목도 포함해서)은 안에 든 선물에 꼭 맞는 포장이 필요하다고. 선물은 보잘것없는데 포장이 너무 화려하거나 크면 글을 읽고 나서 실망을 하고, 또 선물은 근사한데(다이아몬드나 금 같은 소중한 것), 신문지나 구겨진 종이 같은 데 아무렇게나 싸서 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글은 안에 든 내용물에 꼭 맞는 포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책을 열심히 읽다 보니 지나친 포장의 책 제목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읽어보니 아무 내용도 아닌데 제목이 너무 화려하다. 내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도 있다. 제목이 좋아야 책이 많이 팔린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싶다. (여기에 책 제목을 다 쓰고 싶지만, 그냥 지나간다.)


또한 외국작가들이 쓴 책 제목을 그대로 갖다 쓴 경우도 많다. 책을 읽어보면  외국 작가의 책 내용과 유사하고 제목도 똑같다. 이건 법규적용이 안 되는 것이라서 표절이 아닐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책을 둘 다 읽어보면 외국작가의 원래 책이 훨씬 내용이 알차고 깊다.


나는 누구에게 선물을 할 때 가능하면 포장을 하지 않고 재활용 가능한 종이쇼핑백 같은 데 넣어서 준다. 때로는 오래 쓸 수 있는 천가방에 넣어줄 때도 있다.


과한 포장의 시대, 적어도 책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면의 세계를 다루는 만큼 다소 포장이 검소하다는 느낌의 제목은 어떨까? 별 기대를 안 하고 읽었는데 뭉클한 감동을 준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책의 기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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