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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06. 2023

상처

나는 왠지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꼭 그 사람이 나인 것만 같아 애정이 간다. 외로워서  끙끙대는 사람, 상처로 인해 가시가 막 밖으로 삐져나와 막무가내로 이리 찌르고 저리 찌르는 사람,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자기 자신만 보이는 사람, 자주 우울한 사람, 눈가에 그늘이 애잔한 사람, 가슴에 한이 많은 사람 등등.


그래서 그런지 그런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나에게 다가와 자기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그러면 들어주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한다. 그 사람의 형편이 어느 정도 좋아질 때까지. 그러고 나면 그 사람을 놓아버린다.


그게 내 달란트라면 달란트다. 잘 나가는 사람보다는 잘 안 나가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거, 아파하는 사람에게 자꾸만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거, 그래서 나는 성공을 이야기하는 사람보다 실패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잘 맞다. 그 실패의 끝에서 아주 거꾸러져서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 옆에 그냥 있어주고 싶다.


이런 걸 보고 마조히스트라고 할지 모른다. 늘 그랬다. 고통을 즐기는 거, 시간이 지나면 그 고통도 나의 일부인 양 익숙해진다. 그리고 인내의 끝에서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을 거 같을 때 우리 주님은 비로소 일하기 시작하신다.

내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 때 하나님께서는 나를 불쌍히 여기신다. 주님 얼굴이 보이면 그냥 씩~ 한번 웃고 일어선다.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남은 생애도 그리할 것이다. 우리 주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도 그리할 것이다. 성과가 없어 보여도 괜찮다. 누군가 힘들어 주저앉아 있으면 가만히 가서 그 옆에 앉아있어 주는 사람,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사람, 등에 손을 얹어주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한꺼번에 여러 사람과는 함께하지 못한다. 꼭 한 사람씩만 함께 할 수 있다. 두 사람 세 사람도 버겁다.


그런데 나는 지금 이런 나를 잃어가고 있다. 자꾸만 성공을 향해 달려가려고 하는 나를 본다. 대충대충 모양만 내어 남들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에 힘을 빼고 있다. 내가 가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의 순수가 아우성을 친다. 살려내야 한다. 껍데기가 아닌 맨살을 비며 살아가고 싶다. 생채기 때문에 아프지만 살냄새가 좋은 삶, 그렇게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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