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근대역사박물관에 가서 1930년대 과거의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1층 로비 벽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찬찬히 다 읽어보려면 한 나절은 족히 걸릴 장소이다. 어디 한 나절뿐이겠는가? 아픈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돌아보며 하나하나 마음으로 읽다 보면 몇 날 며칠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군산마루라는 배와 군산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기록이 심금을 울린다. 우리 국민이 지은 쌀을 실어가던 배를 보며 가슴 아파하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의로운 선조들께 사뭇 숙연한 마음을 갖는다.
근대역사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옛날 낡은 자전거에 앉아보기, 고무신 신어 보기, 지게 져 보기, 인력거에 타보기 등이다.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이제 초원 사진관으로 간다. 박물관에서 한 20여 분 걸어가야 한다. 가는 길 근대역사거리가 고풍스럽다. 길거리에 내놓은 와인병 장식도 색다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 <초원사진관>은 그야말로 옛날 사진관이다. 나에게도 이런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이 몇 장 있다. 아주 어렸을 때 찍은 것이다. 나는 아쉽게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한석규 배우가 니오는 영화라는데, 1998년 개봉작이다. 그때는 내가 영화를 즐겨보던 때가 아니다. 영화 스토리는주인공 정원(한석규 분)이 불치병을 앓고 있는데 서울변두리 사진관에서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정원은 주차단속원인 다림(심은하 분)을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고 다림 역시 정원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런데 사진관은 늘 문이 닫혀 있다. 어느 날 보니 사진관에 다림의 사진이 걸려있다. 애잔하고 슬픈 영화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래서 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한 10여 분 걸어서 단팥빵과 야채빵이 유명한 <이성당>에 들른다. 빵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너무 많아 우리는 <이성당 카페>로 들어가 단팥빵, 야채빵, 크로켓이 같이 들어있는 빵 세트를 사서 먹는다.단팥빵을 먹어보니 역시나다. 팥이 듬뿍 들어있고 달고 맛이 있다. <이성당>이 1945년도 생겼다고 하니 대체 몇 년이 된 것인가? 78년이나 되었다. 그 많은 세월 동안 유명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맛에 대한 자부심과 장인정신이 아닐까 싶다.
엄마인 나와 울 딸괴 커플 백팩을 메고 근대역사거리를 걸어본다. 시간여행 벽화도 길거리 시계탑도 멋지다. 그러나 또한 나라를 잃은 뼈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걷는 시간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