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역사박물관에서 다시 차로 50여 분 이동해서 무녀도로 간다. 가는 도중에 군산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저기가 선유도라고 가이드님이 얘기해 준다. 선유도는 산 위에 올라가서 바다를 쭈욱 내려다 본 적이 있다.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신선들이 논다'는 뜻의 '선유도'라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다른 때는 주로 선유도를 연계해서 갔다는데, 이번에는 무녀도를 가게 된다고 한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무녀도를 안 가봤기 때문에 더 좋다.
무녀도에서는 물 때가 맞으면 바닷길이 열려 쥐똥섬을 걸어서 가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물이 안 빠지는 시간대에 와서 그냥 바라만 본다. 섬 분위기가 좀 색다르다. 섬이 장구 모양 쥐똥섬과 좀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 술잔 모양이라서 무녀가 춤추는 형상이라고 '무녀도'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이름 붙이는 게 재래신앙과 관련이 있는 게 많다. 산, 바다, 섬, 고개 등등 말이다.
천주교와 기독교 나라에 가면 또 그 신앙과 관련된 유적지가 많다. 나는 성지순례 중 신약시대 지역(그리스, 터키, 로마 등)은 못 가보고, 구약시대 지역(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이스라엘)과 종교개혁지 6개국(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체코, 스위스, 영국)은 가보았는데, 성경 인물들과 관련된곳이 많았다.
사람은 육체 외에도 영적 존재라는 걸 이런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다 다른 영세관을 가졌을 것이다. 나는 자기 깨달음이나 성불이나 윤회도 싫고, 예수님의 대속으로 천국에서 영생하는 것이 좋으니 기독교인이 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믿음대로 될 것이다.
무녀도를 돌아보고 쥐똥섬이 보이는 별하트 포토존에서 가족사진을 찍고 <무녀2구 마을버스>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 값이 꽤나 비싸지만 자몽과 페퍼민트 차를 주문해서 마신다.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무녀2구 마을버스> 카페 분위기가 짱이다!
우리가 앉은 마을버스 카페에는 '중요한 것은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하는 것이었다'라는 글씨가 새겨진 나무판이 놓여있다. 바다를 바라보는 배경에 나란히 앉아서 차를 마시며 한가로운 시간을 갖는다. 무념무상이지만 포근포근한 감정의 교류, 우리가 가족이라는 것, 그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관계, 천국의 작은 모형 가정,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가끔은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 이런 것이 바로 행복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