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집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루든 이틀이든, 한 달이든 일 년이든, 더 오랫동안이라도, 가고 싶은 곳을 맘껏 여행한 후에, 포근한 집으로 돌아와 쉴 수 있는 사람은 참 복된 사람이다.
3ㆍ1 운동 100주년을 맞는 2019년에 러시아 연해주 항일운동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에 다녀왔다. 러시아에서는 꽤 시골에 속한 지역이지만 유럽과 비슷한 집과 풍경이 많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에만도 한국에서 뜨는 비행기가 각지 공항에서 10대 정도씩은 된다고 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부동항은 세계 10대 미항에 속한다. 항구가 얼어 있다가 부활절이 되면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그 위에 놓인 현수교도 참 아름답다.
여행은 일상을 떠나 낯선 곳을 보고, 자기 자신과 만나고, 새로운 시각과 가치관을 갖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 땅에서의 여행은 반드시 돌아올 곳이 있어서 더욱 편안하고 자유롭게 할 수가 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프랑스 조각가 로뎅 롤랑은 "인생은 왕복차표를 발행하지는 않는다. 한번 여행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글귀는 '인생이란 왕복차표가 없는, 단 한 번만 주어지는 것이기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 인생은 단 한번만 살아갈 수 있다. 이땅에서 두 번 세 번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하기에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 유한하기에 우리 인생이 소중하다.
그러나 이 말은 어쩌면 틀린 것인지도 모른다. 기독교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는 영원히 돌아갈 본향 천국이 있기 때문이다. 불교는 윤회를 이야기하지만, 기독교는 영생을 이야기한다. 가장 좋은 모습으로 영원한 세계를 살아가게 된다. 이 세상 여행 다 끝난 후에, 우리의 대속자 예수 그리스도의 손을 잡고, 죽음이라는 비밀의 문을 통과해서 가는 곳이다.
3박 4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항일운동 유적지(이상설 유허비, 신한촌 기념비, 고려인 역사박물관 등)와 선교지를 두루 둘러보며, 연해주가 항일운동의 주 요지였다는 것과 고려인들의 아픈 역사를 체휼 할 수 있었고, 선교사님들의 열정과 헌신을 볼 수 있었다. 그분들은 이다음에 함께 본향으로 돌아갈 이들을 부지런히 찾고 있었다. 본향은 이 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아주 좋은 곳이기에 더 많은 사람을 데리고 가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