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 영화제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 4관왕에 이르는 연이은 수상 쾌거를 이루었다. 축하하고 축하하고 축하할 일이다.
봉감독이 좋아하는 명언 중에는 [아이리시맨]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란 말이 있다. 봉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이러한 원칙을 따른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들은 사회, 문화, 역사, 종교, 세계 같은 거대한 주제를 다루어야만 창의적이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이 개인적인가 보편적인가 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보다 크고 포괄적인 문제도 처음에는 개인적인 문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배가 고파서 빵 한 조각을 훔친 장발장이나 가난해서 지하방에 세 들어 사는 가족이 부잣집에 과외선생으로 운전기사로 가사도우미로 취직하는 것이나 다 개인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인가 아닌가? 내가 배가 고픈가 아닌가? 내가 고민하는 것인가 아닌가?'
일단은 나 개인에서부터 출발한다. 나의 문제를 아주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첨예하게 다룰 때 거기서 비로소 창의적인 것이 나온다. 글, 그림, 음악! 드라마, 영화, 그 무엇이든 출발은 개인적인 것이다. 그것이 무르익고 농익어 사회, 문화, 역사, 종교, 세계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것이 된다.
산행을 다시 시작해서 이제 5년째 되어가니 300여 군데 산을 오르고, 산마다 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걸 본다. 어떤 산은 꽃이 아름답고, 어떤 산은 바위가 웅장하고, 어떤 산은 억새가 운치 있고, 어떤 산은 조망이 좋고, 어떤 산은 설경이 신비롭다. 산행 하나만 가지고도 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리고 싶은 장면이 많기도 하다. 만일 태어나서 지금까지 일평생 산행만 꾸준히 했더라도 아마도 그것으로 좋아하는 수많은 이야기와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인가를 정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가능하다면 어려서부터, 아니면 청소년기까지는, 늦더라도 청년기까지는 그것을 정하고 그 일에 매진하며 살아가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시점에, 최소한 그 분야에서는 상당한 경지에 이를 것이고, 단연 두각을 나타낼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에 평생을 투자했으니 반드시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에라도 나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깊이 빠져드는 일, 그 개인적인 일은 어쩌면 가장 창의적인 결과를 안겨줄런지도 모른다. 바로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계속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