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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20. 2023

3. 엄마의 웃는 병

순진의 웃는 병은 엄마에게서 유전되는 것인지도 몰랐다. 엄마는 ‘색정형 망상장애’(※)라는 병을 앓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도리어 자신을 좋아한다고 거꾸로 생각하는 병이라고 했다. 아빠가 살아있을 때는 그리 심하지 않아 가족들에게는 ‘예쁜 병’이라는 별칭까지 얻고, 세심한 돌봄을 받아 일상적인 생활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엄마는 소금빛교회에 열심히 다녔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잘 돕고,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다. 사람들 누구나 엄마를 좋아했다.


그런데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병은 아주 심해졌다. 엄마의 병은 교회의 박기주 담임 목사님을 대상으로 번져 나갔다.


그러나 엄마의 병은 혼자만의 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함께 사는 순진에게도 엄마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엄마는 혼자 마음속으로만 병을 앓고 있었다. 가끔 가다가 이런 말을 할 때가 있었다.
“순진아, 저기 저 드라마 좀 봐. 저기도 꼭 우리처럼 밥을 먹고 있네. 된장국에다 삼겹살 구워서 상추 싸 먹고 있잖아. 식탁이 있는 데도 거기서 안 먹고 방바닥에 상을 펴놓고 먹고 있네. 어쩜 우리랑 똑같니? 참 신기하다, 그치?”
엄마는 밥을 먹으면서 연신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느라고 밥알을 방바닥에 흘리기도 하면서 웃어댔다.
“신기하다 신기해. 어쩜 똑같냐?”
“그렇네.”
순진은 그저 한 미디 대꾸하고는 연신 맛있게 삼겹살을 쌈에 싸서 밥을 먹었다.


엄마는 밥을 다 먹고 나면 설거지를 하고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순진도 자기 방으로 들어가 숙제를 하고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순진이 보기에 엄마가 이상한 점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빠는 살아생전에 엄마의 병을 고치려고 참 애를 많이 썼다. 정기적으로 종합병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뇌 촬영도 해보고, <온정신과>에도 다니며 상담과 약 처방을 함께 했다. 도서관에 다니며 여기저기 책에서 찾아보면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지 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취미활동은 엄마의 병을 호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온정신과> 박정우 의사 선생님 처방에 따라 아빠는 가족들과 함께 등산을 즐겼다. 엄마는 뇌에서 무언가 정보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수집하는 것이라 했다. 신경전달물질이 과다분비되어 생기는 병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병이 이제 순진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까? 아빠는 순진에게도 엄마에게 있는 병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순진은 웃을 때 양 볼에 보조개가 살짝 파였는데, 아빠는 순진의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순진이 웃는 웃음소리도 해맑아서 아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다 좋아했다. 그 누구도 순진에게 엄마의 병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색정형 망상장애 :

주요 망상은 보통 영화의 스타와 같은 유명한 사람이나 유력한 사람이 자기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자는 망상을 숨기려고 노력하기도 하지만 흔히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거나 편지, 선물을 보내고 집을 방문하거나 심지어 감시하고 계속 접근하면서 접촉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유형의 환자에게서 흔히 보이는 역설적 행동은 망상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말이나 신체적으로 사랑을 부정하는데도 이 모든 것을 애정을 비밀스럽게 나타내는 증거라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출처 : 다음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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