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걷고 《드래곤스 백》에 오르기 위해 9번 버스 타는 데서 기다린다. 곧 2층 버스가 온다. 2층 앞자리에 앉아서 간다. 가는 동안 시내를 벗어나 가파른 해안을 따라 절벽 위 아슬아슬한 길을 버스가 지나간다. 옹벽이 되어 있는 곳도 있는데 부딪칠까 봐 가슴을 졸인다. 운전기사님의 운전솜씨가 절묘하다.
《드래곤스 백》은 약 1시간 정도 오르면 정상인데, 쭈욱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어서 내려가면 2시간은 더 걸린다고 한다.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오면 빠르고 좋단다. 오늘 일정이 바쁘니까. '산이 뭐 다 그 산이 그 산이지' 하면서도 안내하는 울 딸이 섬세하게 준비한 것이니 따라간다. 오르다 쉬면서 먹자고 가는 길에 귤을 조금 사서 가방에 넣는다.
그런데 《드래곤스 백》을 안 올라보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게도 대만족이다. 순간순간 펼쳐지는 풍광이 그동안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장관이다.
사람들이 제법 많이 오른다. 길은 약간 오름길이지만 아주 평탄해서 꼭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지 않아도 괜찮다. 어린아이들도 부모님을 따라 드문드문 산을 오르고 있다. 어떤 아이는 엄마가 업고 오르기도 한다.
거의 정상에 다 와 가니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이 두세 명 보인다. 바람도 제법 있는 편인데, 홍콩 《쉑오 비치》와 《드래곤스 백》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그들이 부럽다. 기회가 되면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드래곤스 백》은 '용의 등'이라는 뜻인데,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구불구불 꼭 '용의 등'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란다. 뭐 산길에는 용의 등' 같은 길이야 수없이 많이 있겠지만, 홍콩의 《드래곤스 백》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산을 오르며 즐길 수 있는 풍광 때문이리라. 산의 초록숲과 그림 같은 바다의 해안선과 멋스러운 집들, 그리고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홍콩의 《드래곤스 백》을 명품 관광지로 만들어 놓은 것이리라.
"와우!"
"오호!"
"멋져 멋져!"
사진 찍기 좋아하는 나는 산을 오르내리다 말고 저절로 환상의 풍경 앞에 나를 내맡기며 포즈를 취한다. 울 딸과 함께라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 마음을 열어 묵은 찌기를 털어내고 심호흡을 하며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한껏 여유롭게 즐기며 걷는다.
《드래곤스 백》에서 내려와 다시 9번 버스를 타고 종점으로 간다. 산 위에서 보이던 《쉑오 비치》와 골프장과 스트리트가 나온다. 부자들이 사는 동네 같다. 예쁜 집들이 많아서 여행객들이 집 앞에 서서 사진 찍는 광경이 흥미롭다. 나는 좋은 집들 사이에 허름한 시골집 같은 곳을 눈에 담는다. 처마를 달아내고 그 위에 플라스틱 판 같은 것을 올려놓고 지짓대 위에 줄을 매달아 작은 화분 장식을 한 집, 마당에 줄을 쳐서 빨래를 널어놓은집, 나는 그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어 진다.
《쉑오 비치》에서 파도가 치면서 바닷물이 모레사장을 덮을 때 발을 옮겨놓으며 걷노라니 장난스러운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금방이라도 신발을 벗고 모래알과 바닷물을 느끼고 싶지만 참는다. 언제나 만질 수 있고 밟을 수 있고 안길 수 있는 갯벌과 모레사장과 강과 바다가 있던 유년시절이 그립다. 지금은 이 세상에 아니 계신 아버지도 할머니도 왈칵 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