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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19. 2023

짧지만 멋진 암릉에 조망 좋은 산

서울 불암산(2)

서울 불암산 산행이다. 울 딸이 와서 여행 다니느라 거의 2주간 쉬고 는 산행이다. 어제 딸은 중국 들어갔다. 잘 도착했단다.


오늘 산행은 불암산 근처 사시는 망봉 대장님이 쉬운 코스로 안내를 한다니까 안심이다. 전에 토산에서 오를 때는 영신바위 코스를 타서 정말 무서웠다. 까지 오르고 위아래를 내려다보니 도무지 자신이 없다. 바위 한가운데에 딱 멈춰서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어서 벌벌 떨었다. 에 먼저 올라가신 남산우님이 가지고 다니는 로프줄을 바위에 걸고 이끌어 주셔서 겨우 영신바위를 올라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슬아슬하다. 오늘은 살방살방 잼나게 걷고 하산해서는 맛있는 것도 먹고 와야겠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오늘 산행하는 이가 누군가! '날씨의 신'(?)이 납시는 날 아닌가!(너무 교만한가 싶지만 암튼 내가 어디 가는 날은 날씨가 무지 좋다.) 비는 이따 저녁 5시 이후에 온다고 했다가 7시 이후로 옮겨다.


상계역 1번 출구에서 산행 시작하니 날씨가 포근해서 겉옷은 벗고 오른다. 오름길 걷다 보니 살짝 땀이 난다. 날씨가 조금 흐린 편이지만 조망은 그런대로 좋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이 다 보인다. 상계동, 중계동, 하계동, 별내 쪽도 보인다. 희미하긴 하지만 다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불암산에는 딱지바위, 거북바위, 쥐바위 등이 있다. 어쩌면 바위가 딱 그 동물 형상인지 신기하기만 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더 진짜 같아 보이기도 한다.


암릉 위에서 자라는 기이한 나무들도 많다.

"이 나무는  먹고사나?"

대장님이 그러신다.

식물이 바위에서 자라면 바위가 깨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위에서 자라는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 바위틈 사이로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달디단 영양분을 빨아먹는 것이리라.


정상부로 가면서는 가파른 암릉에 데크길도 있어서 산 타는 재미가 있다. 예전에는 데크 없이 가파른 암릉을 타고 올랐다는데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나는 육산 체질이지 암릉 체질은 아닌 듯하다. 하기사 '느리게 천천히파'가 쓰릴을 즐기겠는가 말이다. 가파른 전율보다는 완만한 힐링을 좋아한다.


불암산 정상에서 100+명산 인증숏을 찍는다. 벌씨 20번째이다. 이렇게 찍다 보면 또 100+명산 완등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100대 명산처럼 말이다. 새털같이 많은 날에 100+명산은 104개뿐이 안 되니까. 1년은 365일이고 매주 1회씩 산행하면 1년에 52개 산을 오르게 된다. 그중에 100+명산을 한 달에 2개씩 오르면 1년에 24개, 한 4~5년 정도면 완등할 수 있겠다. 벌써 20개 찍었으니 한 3~4년이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시작이 반이니까. 후훗! 


불암산 정상석보다 더 위 암릉 위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국기봉이 있다. 거기를 가서 사진을 찍고 싶어서 한참 암릉구간을 올라간다. 로프를 잡고 철심을 밟고 암릉을 타면서 오른다. 아슬아슬해서 조금 무섭다.


하산길 가파른 데크길 내려가 쥐바위를 지나 널찍한 암릉 위에서 쉬어간다. 싸 온 라면과 만두로 점심을 먹기에는 하산이 너무 빨라 망설여진다. 오전 11시 15분에 상계역에서 만나 출발해서 정상 밟고도 오후 1시가 채 안 되었으니 하산은 1시간 잡고 오후 2시 정도면 하산은 하겠단다. 산에서 점심 먹으면 내려가서 뒤풀이하기가 좀 그렇다. 산행 시간이 3시간도 채 안 되기 때문이다. 산에서 따뜻한 커피와 만두와 단감을 먹고 점심 생략하고 내려가서 점심 겸 저녁을 먹기로 한다.


잠시 쉬면서 보는 불암산 정상과 데크길과 암릉이 참 멋스럽다. 만히 앉아 있어도 풍경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눈앞 위쪽으로는 불암산 정상이 보이고, 저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상계동도 조망이 된다. 쉬어가는 자리를 참 잘 잡았다.  


하산하면서 보니까 불암정쯤 오니까 전에 토산에서 와봤던 길이다. 대장은 불암산이 집 뒷산이라 지금까지 200여 번은 더 오른 것 같단다. 2023년 들어서만도 벌써 두 달 만에 8번 올랐단다. 2월이 아직 더 남아 있으니 10번을 넘길 수도 있겠다.


나는 불암산은 딱 두 번인데, 처음에는 영신바위 코스로 안내하는 리딩 대장님 때문에 무릎, 손바닥 다 까지면서 무지 무서웠고, 오늘은 좀 쉽고 재미나다. 어느 대장님이 리딩 하느냐에 따라서 산은 다 다르다. 코스가 여러 개이니까.


하산하니 오후 2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라 점심 겸 저녁을 먹기로 한다. 대장님 족구팀이랑 자주 오신다는 <거북이식당> 삼겹살집인데, 고기가 도톰하니 참 맛있다. 된장국에 공깃밥 하나 시켜 서로 나누어 먹으니 딱 알맞다.


희망봉 대장님이랑 함께 하면 이쁜 사진도 많이 찍어주시고, 느린 폭에도 잘 맞춰 주다. 사실 대장님은 날다람쥣과라 무지 빠른데 그만큼 배려를 해주시는 것이다. 늘 고맙고 감사하다. 나랑은 산행 인연이 좀 있는 편이다.  계절 좋은 때에, 날씨 좋은 날에, 산행을 꽤 여러 번 했다. 앞으로도 가끔 함산 하면 좋겠다.

깔딱고개
거북바위
예전에는 데크 없이 이런 암릉을 올랐다는데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불암산 정상 깃대봉에서
불암산 정상에서 내려와 암릉 위에서 간식 먹고 정상과 데크길과 암릉을 배경으로
멋진 바위 위에서
하산길 철난간 암릉구간 여러 군데 있다.
<거북이식당>에서 도톰한 삼겹살로 점심 겸 저녁 식사
불암산 산행 기록 : 총 5km, 3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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