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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an 29. 2023

하이얀 눈꽃 주목들의 겨울왕국

홍천 계방산 눈산행

산행 짝꿍 달리아님과 함께 홍천 계방산에 간다. 날씨가 영하 18~4도까지 강추위라서 단단히 무장을 하고 가야 할 거 같다. 오전에는 산행할 때 거의 영하 16~10도 내외이다. 올 들어 가장 추운 산행을 하게 되겠다.


그렇지만 날씨가 추우면 상고대 눈꽃은 제대로 볼 수가 있으니 기대를 해본다. 순백의 눈꽃 속을 하염없이 걸어볼 수 있으리라.


계방산은 2년 전 초가을에 가서  예쁜 꽃들을 많이 보았는데 겨울 계방산은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계방산은 운두령에서 오전 10시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좀 많이 춥다. 영하 16도라니까 추운 건 당연하다.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다. 그렇지만 한참 걸으니까 그리 춥지는 않다. 운동을 하니까 열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이전에 왔을 때는 이렇게 오름길이 많았나 싶었는데 새삼스럽다. 전망대까지 가는데 오름길 오름길 달리아님과 내 수준에서는 조금 힘들다.


길은 눈이 많이 쌓여서 차암 예쁘다. 길 옆에 나무 숲에는 눈이 수북이 쌓였다. 나무 위에는 목화솜 같은 눈송이가 참 싱그럽다.


그런데 나는 오늘 옷을 너무 많이 껴입은 것 같다. 내복 두 벌에다 발열조끼에다 겉옷도 아주 두툼한 걸 입었다. 장갑 스키장갑에다 양말 울 양말까지 세 켈레를 신었다. 꼭 에스키모인 같다.


발열조까 전원을 켜고 약으로 해놓고 산행을 하니까 땀이 난다. 바로 전원을 끄고 걷는 데도 덥다. 몸은 덥고 손은 시리고 묘한 경험이다. 발은 스패츠와 아이젠을 차서 그런지 시리지는 않다. 한겨울 강추위라도 산행하는 사람에게 발열조끼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암튼 사둔 거니까 입기는 해야 할 텐데 언제 입나 고민이다. 꽤 비싼 돈을 주고 산 건데 말이다.


정상은 아직 멀었는데 계속 오름길 이어진다. 몇 번의 업힐을 한 후 조금 허기가 지는 듯해서 쉬어가기로 다. 어디서 쉬어가나? 살피는데 어떤 커플이 예쁜 눈밭에 의자를 나란히 놓고 앉아서 컵라면을 먹고 있다. 우리도 거기가 좋겠다 싶어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눈밭에 돗자리를 펴고 배낭을 놓고 달리아님과 나는 의자를 놓고 앉는다. 내가 싸간 핫도그와 김밥, 계란, 귤만 가지고도 충분하다. 달리아님이 싸 온 도시락은 이따 하산해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먹기로 한다. 점심 후에 띠뜻한 물에 블랙거피를 타서 마시고 나니 기분이 짱 좋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밥 먹는 동안은 햇볕도 따사로와서 손가락 하나 시리지 않고 포근하다. 자리를 너무 잘 잡았다고 둘 다 만족을 한다.


계방산 전망대에서는 바람이 어찌나 차갑고 쎈지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얼른 사진을 찍고 내려온다. 하늘 구름은 청명하고 눈 쌓인 산굽이도 정말 멋지다.


계방산 정상까지는 조금 오름길이 있지만 걷기 좋다. 주변풍경이 멋져서 감탄을 하며 오른다.


계방산 정상에서 100대 명산 어게인 인증숏을 찍는다. 나무데크길에서의 조망이 예뻐서 사진을 찍고 부지런히 하산을 서두른다.


계방산 주목군락지에 도착하니 하이얀 눈꽃 주목들의 겨울왕국이다. 넘나 넘나 예쁘다. 그냥 갈 수 없어서 또 사진을 찍는다. 사진만 남으니까! 후훗!


주목군락지에서 한참 놀다간다. 겨울여인들이 되어본다. 겨울왕자님이 나타날 것 같다.  어떤 이들은 눈 밭에 누워도 보고, 눈 속에 철퍼덕이 앉아서 겨울왕국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본다.


주목군락지부터 초반에 하산길이 급경사 너덜지대인데 눈이 와서 너덜길은 덮였고 미끄러워서 조심조심 줄을 잡고 내려간다. 주목들이 눈꽃을 피운 모습이 의연해 보인다.


하산길은 거의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걷기가 좋다.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며 여유 있게 걷는다. 날씨도 영하 4~5도 정도로 풀려서 땀이 난다. 장갑을 벗어도 손도 안 시리다.


계방산은 하산길 임도길이 거의 5km 정도라 엄청 긴 편이다. 임도 나오면서 자동차 야영장까지 3km, 야영장에서 주차장까지 또 2km다. 좀  지루하게 걸어야 한다.  자동차 야영장부터는 도로길이다. 다들 아이젠을 벗길래 나도 벗어서 배낭에 넣고 걷는다.


데 눈 쌓인 도로길이 얼어서 굉장히 미끄럽다. 몇 번을 넘어졌는지 모른다. 엉덩방아 찧고 팔꿈치 짚고 일어난다. 엉덩이와 왼쪽 어깨가 시큰거린다. 산에서는 한 번도 안 미끄러졌는데 평지에서 미끄러진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산우님들도 연거푸 미끄러져서 넘어진다. 옛날부터 '접시물에 빠진다'는 말이 있는데, 쉽게 보았다가 낭패를 당한 거다.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 여긴다. 다음에는 눈길에서는 산행 마칠 때까지 끝까지 아이젠을 차고 걸어야겠다.


오후 3시 30분 계방산주차장으로 하산완료한다. 계방산 산행코스는 운두령~전망대~계방산 정상~ 주목군락지~자동차야영장~이승복  생가~계방산주차장으로 총 12km, 5시간 30분(휴식, 점심시간 포함) 소요되었다. 리아님과 함께한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감사하다.

홍천 계방산 눈산행
계방산 산행 기록 : 총 12km, 5시간 30분 소요(휴식, 점심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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