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가는 불암산 산행이다. 여고시절 단짝친구가 나랑 같이 산에 간다고 기다리는데, 드디어 오늘이 그날이다. 오전 10시 30분 상계역 1번 출구에서 만난다.
버디대장님 리딩 하에 토산님들 9명 참석, 모두 10명, 가족 같은 정겨운 산행이다.
불암산 바위 산행이 엄청 겁이 났지만, 그래도 영신바위 무사히 오른다. 슈슈님과 나는 오르다 가슴이 벌렁벌렁, 팔다리가 후들후들, 발도 못 떼고 꼼짝을 못 하고 있는데, 끈을 길게 늘어뜨려 끌어주면서 손도 잡아주면서 안전하게 안내해 준 정열님이 고맙다.
영드림 후미 대장님과 내 친구와 사막여우님은 영신바위는 오르지 않고 우회코스를 택한다.
곳곳에 있는 정자 중 한 곳에서 점심을 먹는데, 슈슈님이 비빔밥 재료를 다 싸와서 맛있는 비빔밥 잔치가 벌어진다. 자연밥상 완전 꿀맛이다!
점심을 먹고 정상을 오르는 길도 영신바위 못지않은 바위 위를 올라가야 한다. 가파른 바위와 나무 계단의 연속이다. 그렇지만 저 멀리 상계동 중계동 하계동 마을들과 저너머 산들이 멋진 풍광을 자아내는 걸 보며 산에 오르는 기쁨에 젖어본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이라는 시조 한 소절을 떠올리며 바위와 계단을 연거푸 오르니 드디어 불암산 정상이다. 태극기가 펄럭인다. 불암산 정상 표지석과 태극기 깃발에서 인증숏 찍고, 단체 사진도 찍고, 정상에서의 풍광을 즐긴다.
하산길 불암정 정자에서 쉬어가는데 참 멋 스럽다. 여기저기 이쁜 글귀들도 있다, 토산님들 쉬는 모습을 담아보니 예스러워 좋다.
나는 산행 초반에 영신바위 오를 때, 겁을 잔뜩 집어먹고 막 무릎으로 기어서는 바위 모서리에 부딪혀서 무릎 부분에 바지가 찢기고 상처가 났다. 그런데 하산길에도 모래흙에 한번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행히 다친 데는 없어서 그냥 내려오다가 정자에서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보니 여러 군데에 상처가 났다. 어떤 혼자 오신 남산우님이 고맙게도 야전용 옥도정기를 가지고 계셔서 선뜻 내 무릎에 발라주시고 집에 가서 한번 더 바르라며 약도 주신다. 덕분에 상처도 안심이 되고 마음도 훈훈해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