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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20. 2023

결혼과 출산!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가지 많은 나무에 비람 잘 날 없다."

이런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돌아보니 제일 잘한 일 중 하나가 결혼과 출산이 아닌가 싶다. 진짜?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가끔 생각해 본다.


나는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있을 때가 가장 좋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집안이라는 한 공간에 가만히 있어도 그 존재감 만으로 집안이 꽉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가족을 위해 집안 청소를 하고 음식을 만들 때, 함께 밥을 먹고 가족여행할 때, 그때 잔잔한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29살(지금은 만으로 세니까  28살, 울 남편은 29살) 되던 해 5월에 7년 연애하던 남자와 결혼을 했다. 큰 애는 허니문 베이비로 아들을 낳았고, 그 후 만 22개월 만에 작은 애 딸을 낳았다.


그때 아기를 낳았을 때의 기쁨은 산고를 모두 잊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창조의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감격스러웠고, 내가 엄마가 된 것이 대견스러웠다. 나를 낳아준 엄마가 한없이 고마웠다. 여자는 그저 아이를 낳아봐야 진정한 여자가 되는 것이고, 그때부터 진짜 엄마가 되는 것이라 실감을 했다. 나는 우리 아들, 딸 '우리 집 복덩이'라 여기며 늘 불러주었다.


신기하게도 우리 집 아들 딸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둘이서 싸운 적이 없다. 오빠가 동생을 괴롭힌 적도 없고, 동생이 오빠를 힘들게 한 적도 없다. 나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집에서 큰딸로 태어나 암암리에 딸이라서 당해야 하는 불이익을 견디면서 살아야 했다. 잔소리도 많이 들었고, 책임감도 느껴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울 딸에게 의도적으로 울 아들보다 더 잘해 주려고 애를 썼다. 아들이 첫정이라서 더 마음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핸드폰도 딸 먼저 사주었고, 옷이든 뭐든 좋은 것은 딸에게 먼저 해주었다. 그렇다고 아들이 샘을 내거나 불만을 표시하지도 않았다.


나는 결혼할 때가 좋았다. 나이가 29살이 되니 집에서는 시집 안 간다고 난리블루스를 쳤지만, 울 남편은 집안이 가난해서 결혼할 생각을 안 했다. 시아버지가 살아계셨지만 자신이 가장이라도 된 양 작은 시누, 큰 시누를 거의 6개월 간격으로 시집보내고, 큰 시누 3월에 결혼하고, 우리는 같은 해 5월에 결혼을 했다. 나는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지 않는 남편 때문에 가난하게 신접림을 시작했다. 빚을 내어 아파트 장만을 했고, 결국은 친정살이까지 하게 되어서 입이 댓 발이나 나와 있었지만, 그 덕분에 우리 착한 시누들이 지금까지도 나에게 참 잘한다.  


울 친정동생들은 내가 친정살이를 하는 바람에 잘 크고 좋은 일자리도 얻었다. 밥과 빨래 해주고 도시락 싸주고, 살림은 물론 공부 봐 주고, 학교에 아가 부모 노릇했다.


나는 가끔 입으로는 울 남편에게 "당신 같은 사람하고 결혼해서 내가 고생이 다"며 징징거릴 때도 있지만, 실상은 울 남편 같이 사람 좋고 무난하고 느긋하고 천적인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라 여긴다. 울 애들이나 시누들은 "잘 안 놀아주면 딴 사람 찾아봐요" 그러지만 연애를 7년이나 했으면 됐지 뭐, 결혼해서까지 둘이서 놀자는 것인가 싶어 괜찮다. 그 대신 울 남편은 내가 혼자 산행이나 여행을 하거나, 수련회, 동창회 모임에서 어디를 가서 몇 박을 하고 와도, 모임과 장소만 분명하다면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지 않는다. 나 역시 마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하고서도 서로가 꽤 자유로운 편이다.


결혼이라는 울타리가 있으되 자유로운 부부, 자식이라는 후사가 있으되 이제는 결혼도 하고 분가도 했으니 따로 살며 간섭하지 않는다. 가족은 가족이되 가끔 만나는 가족이다.

 

울 남편과 나는 한 집안에 살되 독립공간에서 독립된 생활을 한다. 서로 시간대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새벽형 인간이고, 울 남편은 저녁형 인간이다. 나는 저녁 6-7면 잠을 자고 새벽 3-4시면 잠이 깨어 활동을 시작한다. 울 남편은 새벽 1-2시가 되어야 잠을 자고, 아침 7-8시가 되어야 잠이 깬다. 서로 필요할 때가 아니면 밥도 따로 먹을 때가 많다. 밥과 반찬만 해놓으면 알아서 차려 먹는다. 빨래는 내가 세탁기에 넣어 돌려놓으면 울 남편이 널어놓고 개어 놓는다. 집안 청소와 설거지는 가끔 해준다.


둘이서는 주일에 교회 같이 가고, 1년에 2-3번 가족여행 같이 가고, 가끔 1달에 1번 정도 가족외식 한다. 그밖에는 자유롭게 생활한다. 절대 반찬 타령 안 하고, 집안 살림 잘한다 못 한다 잔소리 안 하고, 돈 어디다 썼냐 추궁하지 않는다. , 술도 잘 못하고 술주정도 안 한다. 그러니 딱 내 스타일 남편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과 출산을 자랑스러워한다.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아마도 큰일 날 뻔했! 남편과 아들이 있어서 든든하고, 딸이 있어서 아기자기하다. 결혼과 출산으로 생겨난 가족이 있어서 나는 차암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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