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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23. 2023

'꾼'이 '꾼'을 속이는 세상

영화 《꾼》

어제 눈이 오고 나니 오늘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집에서 이부자리에서 뒹굴뒹굴하다가 고구마 쪄서 먹고 영화 예매를 한다.


뭐 딱히 보고 싶은 영화는 없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영화 보고 나면 세상 보는 안목도 생기고 의욕도 생기고 좋은 점이 많다.


집을 나서니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대학 학과 총동창회가 오후 5시에 강남에서 있지만 이번에는 가고 싶지가 않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참 좋은 사색의 시간이다.


영화 《꾼》은 정계와 사법계에 있는 사람들이 사기꾼들과 얽히면서 누가 진짜 '꾼'인가를 가려보는 그런 영화이다.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이 나오는데 죽음으로 가장하고 중국으로 도망간 척하다가 한국에 머물면서 사기를 쳐서 엄청난 돈을 모은다. 몇 조의 돈을 사기 쳐서 모아 가지고는 대권주자와 검사에게 뇌물도 주고 풀려나서 또 같은 짓을 반복한다. 장두칠의 도주 과정에서 사기꾼 아버지를 잃은 아들 지성이 복수하려고 장두칠을 찾으면서 과거 장두칠의 담당검사 박희수(유지태)와 만난다. 돈과 권력에 눈이 먼 박검사는 지성이 찾는 장두칠이 3천 억 원의 돈을 세탁하려고 하면서  다시 얽히게 된다.


그러나 결국 사기꾼 아버지를 잃은 아들 사기꾼 지성(현빈)이 최종 우승자가 된다. 대권주자도 박검사도 깨끗이 물리치고  마지막 장두칠과의 대결을 여운으로 남겨놓는다.


돈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몇 천 억 원대의 돈더미가 몇 장면 나온다...


얼마 전에 읽은 베스트셀러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란 소설이 있는데, 거기에도 그 노인이 어떤 사람이 잠시 맡아달라는 가방을 가지고 도망치는데, 그 안에 엄청난 돈이 들어 있다.


그 돈을 어떻게 쓸까 궁리하는 게 재미있다.

마치 '오늘 당신에게 100억이 생긴다면, 1,000억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는가?'이런 질문을 하면서 영화도 보고 소설도 읽을 수 있게 장치를 해둔 것이다. 그만큼 돈이 중요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


그렇지만 돈이 아니어도 행복한 시절이 있었고, 사기를 쳐가면서까지 돈을 벌지 않아도 행복한 때가 있었다.


'순수'가 점점 사라져 가는 시대!

그러나 '순수'가 남아 있어서 목숨도 주고 사랑도 하고 우정도 나누고 그럴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우리에게는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가 아니니까.


영화감상평을 쓰고 있는 중이다. 실시간 들어오는 이쁜 울친구들 소식 즐감하면서. '갈 걸 그랬나?' 싶지만 늘 그렇듯이 나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돌아오는 길은 천둥 치고 번개 치고 비가 주룩주룩 한바탕 쏟아진다. 그래도 재래시장 걸어오며 주전부리도 하고 장도 본다.


며칠 전 직접 담근 설렁탕 깍두기가 제법 맛나게 익었길래 가메골 왕만두 넣어 떡국 끓여 먹으면 좋겠다 싶어 방앗간에서 떡국떡을 샀다. 소소한 행복이다!


♡《꾼》 명대사 한 줄 ♡

"의심은 해소되면 확신이 된다"

영화 《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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