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색찬란한 사람

영화 《플립》

by 서순오

영화 「플립」이 롯데시네마에 단독개봉이라고 해서 이번에는 롯데시네마로 진출한다. 그동안 내가 주로 간 영화관은 메가박스와 CGV였는데, 처음으로 롯데시네마엘 가게 되었다. 롯데시네마 수원(장안대학교관)이라고 그런다. 하루 전에 금요일 오후 3시 50분 거 예매했다.


'플립(Flipped)'이라는 말은 감탄사로 '어머나'에 해당하는 듯하다. 일평생 살아가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 중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다는 뜻이 아닐까? 영화 보기 전에 미리 나름대로 해석을 해본다. 아마도 그건 바로 '첫사랑'을 느끼게 한 바로 그 '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누구에게나 있는 풋풋한 처음 만남, 가슴 설레는 '첫사랑'...


영화를 보고 나니 참 수준 높은, 아름다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예매율은 거의 4-5위 정도이지만 내 취향대로 대중의 인기도와는 상관없이 영화를 고르니까. 영화 보고 나서는 늘 만족이다. '보는 눈이 보배'라고, 또 직감과 육감이 발달되어 있어서 나름 '썩 잘 고르는 편'이라고 흡족한 마음이다.


줄리가 버스정류장 옆 플라타너스 나무에 올라가 하늘과 구름과 석양 풍경을 보는 장면이 참 아름답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제제가 생각나기도 하는 대목이다.


정신지체 동생을 두어 돌보느라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줄리의 아버지가 뜰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서 요즘 그림 속에 빠져 있는 내 모습을 오버랩해보기도 한다. 첫사랑에 빠진 줄리에게 늘 친구가 되어주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집을 짓는다면서 주인이 베어버리자 줄리의 아버지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그림으로 그려서 줄리의 방에 걸어준다. 밤에 잘 때, 아침에 눈을 뜰 때, 그림은 줄리의 안식처가 된다.


줄거리를 조금 더 짚어보자.


초등학교 2학년 때 브라이스가 줄리의 집 옆으로 이사 오면서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줄리는 브라이스의 눈을 보고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브라이스는 줄리를 귀찮아하고 성가시게 생각한다. 그러다가 줄리의 뜰이 더럽다고 줄리가 키우는 닭이 낳은 달걀을 가져다주자 브라이스는 달걀을 몰래 갖다 버린다. 그런 브라이스를 보고 실망한 나머지 줄리는 브라이스를 마음에서 밀어낸다. 그러나 줄리가 관심을 끊자 브라이스는 자신이 줄리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브라이스는 마음이 떠난 줄리에게로 돌진한다. 그래도 열리지 않는 줄리의 닫힌 마음, 아니 그것은 어쩌면 자기의 진짜 마음을 감추려고 그러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줄리 아버지의 허락 하에 줄리네 집 뜰에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를 심으면서 둘은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엇갈리고 엇갈리고 갈등하고 갈등하고. 그렇지만 줄리와 브라이스는 지나온 모든 과정을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둘은 플라타너스 나무를 심고 손바닥으로 흙구덩이를 함께 메우면서 "우린 그동안 참 많은 말을 한 것 같아!"라고 소리 없는 말로 속삭인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여운이 길게 남는 아름다운 수작 영화이다.


한 달에 두 편 최신 영화를 볼 수 있는 행운이 늘 내게 주어져 있음을 감사한다.


☞「플립」 명대사

"어떤 사람은 밋밋하기고 하고 빛나기도 하고 반짝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오색찬란하지."

"누구나 일생에 한 번 무지개처럼 찬란한 사람을 만난단다."

"부분을 보지 말고 전체를 보렴. 그런데 전체가 부분보다 못한 사람도 있어."

"때로는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영화 《플립》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흥미진진한 꿈과 모험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