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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큼 설레는 게 또 있을까?

영화 《아사코》

by 서순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러브스토리다. 사랑만큼 설레는 게 또 있을까?


영화 예매를 하려고 이걸 볼까 저걸 볼까 찾아보다가 돈도 마약도 악질도 취향이 아니라서 다 건너뛰고 애로영화 《아사코》를 보기로 한다.


물론 애니메이션 중에 스토리와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는 좋아하지만 현재 상영작 중에 그런 건 없다.


그래서 달달한 영화를 보기 위해 버스 타고 롯데시네마로 진출한다. 그곳은 가는 길에 쇼핑가를 통과해 한바탕 걸어가야 해서 봄을 느낄 수 있는 아이쇼핑도 즐길 수 있고, 오는 길에는 서점에도 들러 신간들도 한 번씩 훑어볼 수 있어서 좋다.


와우! 근데 상영 10분 전에 영화관에 들어오니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다. 관객은 나 혼자, 자리는 왼쪽 줄에 맨 뒷자리, 조금 있으니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내 오른쪽으로 가운데 줄에 젊은 남성 한 분이 들어와 앉는다. 이제 5분 남았는데, 가운데 줄 앞 쪽으로 젊은 여성 한 분이 앉는다. '나처럼 혼객(혼자 영화 보는 관객)이구나!' 이러다 이 큰 영화관에서 단 셋이서 영화를 보는 건 아닐까 싶다.


광고가 나오다가 뭐 문제가 있어서 안 내보내고, 약 10분 후 바로 본영화 상영한단다. "죄송합니다!" 앞에서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 사이에 관객은 3명 더 들어온다. 영화 끝나고 보니 또 3명이 들어온 모양이다. 총 9명 영화 관람이다. 아마도 평일 낮시간이라서 그럴 것이다.


영화는 아사코와 바쿠의 첫사랑 이야기에 아사코와 료헤이의 사랑이야기로 전개된다. 아사코와 바쿠는 사진 전시회에 갔다 오다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어느 날 신발 사러 간다며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바쿠로 인해 아사코는 공허한 시간을 보낸다. 바쿠는 아사코에게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지만, 정처 없는 시간은 흘러가고, 아사코는 바쿠를 닮은 료헤이를 만나 새로운 사랑에 깊이 빠진다. 둘은 어떻게 할 줄 모를 만큼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게 되고 료헤이는 아사코에게 결혼하자고 하고 아사코는 이를 기쁘게 수락한다.


바로 그때 모델로 연예인으로 성공한 바쿠가 돌아온다. 아사코는 무작정 바쿠가 내민 손을 잡고 따라나서지만 결국은 료헤이에게로 돌아온다. 료헤이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아사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지만 둘은 이미 깊은 사랑에 빠져있다. 직장을 따라 오사카로 이사하며 집 앞에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료헤이는 비로 인해 불어난 강물이 더럽다고 말하지만 아사코는 아름답다고 말한다. 집 창밖의 강을 바라보며 나란히 서 있는 아사코와 료헤이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사랑은 설렘이지만, 또한 흐르며 함께 한 시간이고, 그리고 여운이다. 영화 《아사코》를 보며 그 어느 사랑이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은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청춘은 청춘이어서, 중년은 중년이어서, 노년은 노년이어서 그 사랑이 아름답다.


우리가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내 것을 온전히 너와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랴!


영화 《라라랜드》에서도 첫사랑은 뜨겁게 불타오르지만, 서로 꿈을 찾아 떠나고, 두 사람은 결국 꿈을 이루지만, 또 다른 사람과 가정을 이루게 된다.


'꿈'과 '사랑'을 함께 이룰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런데 나는 왠지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사랑에 깊이 빠지는 그것이 더욱 매혹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나는 아마도 이상주의자가 아닐까 싶다.


영화 보고 쇼핑 좀 하고 점에 들러 책도 사고 차와 빵도 먹는다. 버스를 타려고 밖으로 나오니 그새 비가 촉촉이 내려서 싸늘하다. 꽃샘추위다! 날씨는 추워도 하루는 금세 지나간다.

영화 《아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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