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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23. 2023

용서는 한번뿐이면 되니까

영화《파도가 지나간 자리》

사우나를 갈까 영화를 보러 갈까 망설이다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한다. 사우나를 가도 새로 들어온 영화 한 편은 볼 수 있다. 그렇지 엊그제 그림 그리면서 상담목회 하시는 이 이 영화 좋다고, 같이 보러 가자고 추천을 하길래, 같이 보고 이야기도 나누자고 했는데, 좋은 점도 있지만, 같이 보려면 또 용인이나 성남이나 분당까지 나가야 한다. 혼자 보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영화관이 있고, 또 멤버십 포인트로 무료로 볼 수 있으니까, 오전에 예매를 해놓고, 점심 먹고는 CGV로 향한다.


역시나 수작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등대, 파도와 석양이 주는 이미지, 그리고 전쟁과 삶에서 겪는 상처와 미치도록 지키고 싶은 단 하나뿐인 사랑,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죄'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처절하게 안타까운 갈망, 깊은 용서를 담은 그런 영화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현장 서부전선에서 유일하게 살아 돌아온 톰은 전쟁영웅이 되었지만 전쟁의 상처로 인해 감성을 잃어버린 무딘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회복을 위해 야누스라는 섬의 등대지기로 자원하여 6개월 임시부임을 하게 된다. 그곳에 가는 날, 갈매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이자벨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 소녀 역시 오빠 둘을 전쟁에서 잃은 상처가 있다. 상처와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의 만남, 그들은 서로 사랑하여 결혼을 하고 야누스 섬으로 들어가 꿈결 같은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두 번의 유산으로 인해 깊은 실의에 빠지게 되고, 두 사람의 사랑은 깊은 질곡을 만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에 떠밀려 온 조그만 배 한 척, 그곳에는 전쟁에서 이긴 독일인이라는 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을 피해 바다로 나갔다가 숨진 독일인과 갓난아기가 타고 있었는데, 아내 이자벨이 아기를 원해서 독일인 아버지는 땅에 묻고 아기를 키우게 된다.


그러나 교회의 묘지에서 울고 있는 아기의 진짜 엄마 한나를 발견하게 되어 괴로워하던 톰은 몰래 편지로 아기가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아기가 가지고 있던 딸랑이를 우편함에 넣어둠으로써 아이를 찾는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결국 톰과 이자벨은 친엄마에게 아기를 빼앗기게 되고 톰은 아이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으로까지 몰리게 된다. 아기를 잃은 이자벨은 극도로 남편 톰을 미워하게 되지만, 톰과 이자벨의 사랑은 그 한계점을 넘어선다. 서로 내가 저지른 일이라고 하면서 상대방을 살리려고 하는 두 사람 부부의 사랑... 결국 두 사람은 그 과정에서 진실한 단 하나뿐인 사랑을 확인하게 되고, 톰은 이자벨의 증언으로 살인죄를 벗고 두 사람이 같이 감옥에 가게 된다.


아이 친엄마 한나의 용서로 톰과 이자벨은 6개월 간의 감옥생활 후 출옥한다. 세월이 흐른 후 아기는 자라 엄마가 되어 자신이 낳은 아기를 데리고 톰을 찾아온다. 이자벨이 이 세상을 떠난 직후이다. 그리고 톰이 전해주는 이자벨의 사랑이 담뿍 담긴 편지를 읽는다.


참 긴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영화이다. 손편지의 서정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이기도 하다. 사랑을 주고받는 연애편지의 감동, 눈시울이 붉어지는 사랑의 고백!


그러나 삶은 어쩌면 그리도 질곡이 많은 것일까? 행복한 두 사람 톰과 이자벨에게 너무도 가혹한 형벌 같은 일들이 자꾸만 벌어진다. 전쟁을 겪었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픈데, 거기다가 유산에 유산을 거듭하고, 결국은 범죄자로 몰리고.


우리의 삶도 그런 것일까? 그 누구의 인생을 들여다 보아도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어느 인생인들 그리 만만한 인생이 있을까마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치판 하나만 보더라도 말이다. 또 세월호 사건은 어떠하며 위안부 사건은 어떠한가? 그런 극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 누구의 삶이라도 고단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을까?


그렇지만 이 영화는 "용서는 단 한번뿐이니까"라고 이야기한다. 용서 후에 자유하게 됨을 말하려는 것이다. '미움'은 오래오래 가지고 가는 것이지만, '용서'는 단 한 번으로 끝이 나니까.


용서할 수 있을까? 예수님처럼. 이번 사순절 기간에 "저들의 죄를 저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말씀하신 주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해 본다.

영화《파도가 지나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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