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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Feb 24. 2023

최초 우리말 사전의 소중함

영화 《말모이》

영화 《말모이》를 보러 다. 근래 보기 드문 감동영화라기에 일부러 예매를 한다. 《말모이》 상영관이 이마트 옆이라 영화 보고는 울 딸과 사위에게 줄 선물도 살 예정이다. 필요한 걸 물어보니 카누와 니트 사 오면 좋겠다고 그런다.


영화 《말모이》는 여성감독 엄유나 님이 만든 영화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고 개조해서 황국신민을 만들려고 창씨개명과 일본말을 쓰도록 강요하는 등 우리말을 없애려고 한다. 정훈(윤계상)은 조선어학회에서 동지들과 함께 우리말을 모아 사전을 편찬하는 작업을 한다. 길은 첩첩산중이다. 판수(조해진)는 까막눈이지만 이 일에 동참하게 되면서 우리말도 깨우치고 시골말 사투리 캐기 등 실질적인 일들을 감당해 나간다. 조선어학회의 대표인 정훈은 아버지가 경서중학교 이사장이면서 친일파라 우리말사전을 편찬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이 있지만, 극복해 내며 과업을 이루어나간다.


영화 중에 글을 깨우친 판수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으며 아내 생각을 하며 흐느껴 우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이들 둘을 남기고 그의 아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운수 좋은 날》에서 처럼 세상을 먼저 등진 것일까? 애잔한 마음이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말모이'의 실제 원고들이 보일 때, 가슴이 먹먹해진다. 소중한 것은 그렇게 지난한 세월과 어려움의 과정을 거쳐야만 찾아지는 것인가 보다. 최초의 우리말 사전 '말모이'의 소중함을 실감한다.


영화《말모이》에는 명대사들도 많다. 그중 하나를 골라 외워본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우리'와도 연결되는 명대사이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낫다."


'말모이'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이토록 자유롭게 우리말을 쓸 수 있는 것은 모두가 다 이러한 숨은 헌신된 공로자들 덕분임을 깨닫는다. 소중한 것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에 뭉클한 감동과 감사와 함께 우리말을 좀 더 아름답게 잘 구사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다.


'말모이'와 관련된 우리말 사전 전시회가 용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진행 중이라 하니, 시간이 날지 모르겠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영화 마치고는 이마트 쇼핑을 한다. 선물 받은 신세계 상품권이 한 장 있어서 울 사위 카디건과 울 딸 선물 카누, 며칠 후 이사할 때 가져갈 수건, 샴푸, 린스, 치약 등 생필품을 세일 중이라 싸게 알뜰하게 장보고, 남은 금액은 현금으로 거슬러 받는다.


날씨는 바람 때문에 살 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엄청 춥지만 마음만은 뿌듯하고 고맙고 훈훈하다.

영화 《말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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