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는 나의 노래, 나의 생명

영화 《맘마미아! 2》

by 서순오

화를 보기 위해서 용산으로 진출했다. 마침 지방에 사는 친구가 올라온다길레 함께 점심 먹고 영화도 보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8월에 내가 본 영화가 2편이고, 보고 싶은 영화는 아직 개봉 전인 데다, 다른 건 시간대가 안 맞아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 2》를 보기로 한다.


그런데 친구는 회사에서 출장을 오는 길이라 회의 끝나고 점심을 먹고 올 상황이라 해서 조금 일찍 도착했길래 용산역 주변을 돌아본다.


매번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용산역을 이용하면서도 위로는 몇 번 올라와 보지 않은 곳이 바로 용산역이기도 하다. 지난번에는 밖에서 식당을 찾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서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렸는지 모른다.


그런데 용산역을 중심으로 쭈욱 둘러보니 도대체 없는 게 없다. 바로 옆에 용산아이파크몰이 있고, 영풍문고, 신라면세점, 다양한 음식점, 그리고 CGV(용산아이파크몰점)가 있다.


친구가 곧 도착했길래 점심을 먹고, CGV로 가서 영화 《맘마미아! 2》 표를 끊는다. 영화상영관이 20개도 넘는다. 와우! 이 많은 상영관을 어떻게 운영하나 싶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용산역사를 중심으로 이토록 많은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는 것은 아마도 용산미군기지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지금은 미군기지도 모두 다 평택으로 이전을 했으니 누가 이 많은 편의시설을 이용한단 말인가!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때를 잘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물론 그동안 이용해 주었으니 고마운 일이긴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용하는 사람이 적으니 이 많은 가게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땅투기를 잠재운다며 용산 재개발도 미루어진다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각설하고 나는《맘마미아! 2》를 보러 왔으니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뮤지컬이라 좋고 엄마와 딸, 할머니의 인생에 깃든 사랑과 생명을 노래한 영화라 재미있게 본다. 그런데 상영시간이 2시간이나 되어서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엄마는 1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딸은 엄마가 살던 해변의 오두막집을 호텔로 개조해서 손님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려고 한다. 엄마에게 기쁨을 드리기 위해서다. 엄마의 사랑과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엄마는 세 남자를 사랑했고, 딸은 세 아빠라고 부른다. 엄마의 사랑은 자유로웠고 즉흥적이었으며 열정적이었다. 그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이가 지금, 자신이 태어난 허름한 헛간 같은 오두막집을 개조해서 호텔을 만들고 있는 딸이다.


파티 준비는 다 되었고 초대장도 보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폭풍이 와서 모든 것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힘을 내어 복구를 하고, 다시 파티준비를 하고, 사람들이 들이닥친다. 대단한 파티다. 초대하지 않은 유명 가수인 할머니까지 오셔서 축제의 분위기는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화려한 춤과 노래,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노래들이 감미롭다. 팝송으로 듣던 노래들이 가사 자막과 함께 흐른다.《I have a dream》이라는 곡은 정말 멋지다. 흥얼흥얼 따라 부르며 영화를 본다. 그리고 끝부분에 딸이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 되어 아기를 낳고 그 아기를 품에 안고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나 감동적이다. 나를 낳아준 엄마가, 엄마를 낳아준 할머니가, 아기를 품에 안고 "너는 나의 노래, 너는 나의 생명"이라 노래해 준다.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기, 축복 속에서 태어나는 아기, 그래서 그 생명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환영받지 못하는 수많은 탄생이 있지만, '생명이기에 그 어느 탄생이라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1을 밑도는 시점에서 《맘마미아! 2》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엄마의 젊은 시절과 딸의 이야기가 뒤섞여 스토리가 잘 이어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지만, 재미나게 본 영화이다. 특별히 감미로운 선율이 내 귓가에 지금도 속삭이듯이 들려온다. "너는 나의 노래, 나의 생명", 엄마가, 할머니가, 나를, 엄마를 낳아 품에 안고 기쁨에 넘쳐 불렀을 노래가 따사롭게 나를 감싼다.

영화 《맘마미아! 2》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사랑과 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