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는 영화 보러 오는 일이 드문데, 뭘 살 게 있어서 수원역에 내려서《AK플라자》와 《롯데백화점》을 둘러보다가, 내가 사려고 한 물건이 생각한 것보다 값이 비싸서 망설 망설 하다가 못 사고, 근처에 《롯데시네마》가 있어서 영화를 예매하기로 한다. 이번 달도 다음 주면 끝이라 무료영화를 놓치겠다 싶어서 이왕 온 김에 보고 가기로 한다.
《상류사회》를 보려고 했더니 아직 개봉 전이고, 《공작》은 시간이 안 맞고, 그래서 첫사랑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기로 한다. 남편과 둘이서 함께 보면 좋으련만 울 남편은 액션물이나 전쟁영화를 좋아해서 예술영화나 순정영화를 좋아하는 나랑은 취향이 다르니까 그냥 혼자가 편하고 좋다.
뭐 주일에 같이 예배드리고 식탁교제 하는 것만도 감사한 일이라 여긴다.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에, 1시간 후 영화를 예매해 놓고 기다린다.
생각해 보니 어째 쇼핑은 좀 피곤하다. 백화점에는 화려한 명품들이 비싼 가격표를 몸에 달고 진열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돈이 있더라도 이런 가격을 주고 물건을 사고 싶지는 않다. 가방 하나에, 지갑 하나에, 50만 원, 100만 원, 몇 백만 원이다. 에효! 도대체 이런 가격을 주고 명품을 사서 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싶다. 부모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거나 수입이 꽤 되는 사람들이 사서 쓰는 물건이겠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재래시장이 알맞은 사람이다. 거기에서 사는 몇 만 원대 물건들도 내가 지니면 꽤 괜찮은 가격이 나가 보이니 말이다.
그렇다. 내가 늘 울 애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 자체가 명품인 사람은 명품 타령을 안 한다."
"그 무엇을 몸에 걸쳐도, 지녀도, 벌써 자기 자신 자체가 명품이므로 그 물건도 명품이 되는 거"라고.
영화나 문학이나 그림도 그렇다. '순수'가 좋다. '순수' 아니면 그 무엇이 우리를 설레게 하리! 순도 100% 순수만이 명품이 된다. 그 순수가 우리를 감동케 하는 것이다.
'첫사랑' 역시 '순수'라서 좋다.
황순원 '소나기'나 백우암 '청별'의 주인공들처럼 '순수'를 찾아 나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영화《너의 결혼식》은 첫사랑을 느낀 황우연과 환승희의 스토리다. 우연은 고교시절에 전학 온 승희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귀여운 미모를 지닌 승희로 인해 친구들 간에 경쟁도 하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가운데 승희는 술주정뱅이에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피해 또 전학을 가버리고 둘은 헤어진다.
승희는 한국대학 의상학과에 수석입학하고, 우연은 승희가 다니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체육학과에 합격한다. 우연과 승희의 재회, 그러나 승희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우연은 질투하면서 괴로워한다. 우연에게도 사귀고 있는, 부잣집 딸인 여자가 있었지만 헤어지고, 우연과 승희는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우연과 승희 두 사람의 첫사랑이 이루어지나 싶은 순간에 사고가 발생한다. 우연은 교사가 되려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중에 위에서 떨어지는 간판에 승희가 다칠 위험에 처하자 자신의 몸으로 그걸 막아내고 승희를 보호한다. 그로 인해 승희 대신 우연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임용고시에서도 떨어지는 등 슬럼프가 찾아온다. 혼자의 독백처럼 '그때부터, 승희를 다시 만난 그 순간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라고 말하는 걸 승희가 듣고, 마음이 돌아선다. 우연이 아니라고 말을 해도 승희는 그 말에 상처를 입고 회사에서 외국으로 발령이 나자 작별을 고하고 떠나버린다. 그 사이 우연은 교사가 되어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 둘은 또다시 만난다. 승희가 돌아와서 보낸 청첩장이 우연의 책상에 놓여있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우연은 승희의 결혼식에 가지 않으려고 친구들과 바다로 낚시를 떠나지만, 이 말이 생각나서 승희를 만나러 간다. 우연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대기실의 승희를 만나 " '너 때문에 일이 꼬였다'는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승희는 우연이 '그런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용서가 안 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연과 승희는 '서로가 힘들 때는 꼭 함께 있어 주었다'라고 서로 고백한다. 오해를 푸는 순간이다. 그리고 우연은 승희의 결혼식을 축복해 준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완성된다"
영화 《변산》의 한 구절처럼 첫사랑은 이루어지면 안 되는 것일까? 미완이 완성인 사랑이 첫사랑일까? 그러나 《변산》에서는 첫사랑이 이루어진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외치는 《너의 결혼식》에서는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던 첫사랑은 순수해서 아름답다. 첫사랑만큼 나의 모든 것을 너에게 다 줄 수 있는 사랑이 있을까? 그래서 첫사랑은 우리의 노래가 될 수 있는 지도 모른다.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나는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시인의 《행복》의 한 구절처럼 첫사랑이 있어서 우리는 행복하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첫사랑은 우리 삶의 에너자이저이며 행복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