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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으며

영화《나를 기억해》

by 서순오

바쁜 시간을 쪼개 영화 보러 왔다. 《나를 기억해》, 그냥 제목만 보고 골랐는데, '범죄심리극'이란다. 요즘 부쩍 범죄영화가 인기인데, 사람 사는 세상에 범죄는 끊이지 않는 것이라서 그런 것일까? 범죄는 늘 영화와 문학의 주제가 된다.


오늘은 한껏 봄 분위기를 내고 나왔다. 보라와 분홍 여인으로. 시장을 지나오면서는 전에부터 사려고 했던 속에 받쳐 입는 하얀색 민소매 셔츠 하나 사고, 그러고 기분이 차암 좋다.


"이것이 내가 사는 법이다!"


그런데 오늘 본 영화가 정말 정말 이상하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성범죄를 다룬 영화인데, 계속계속 여고 선생님과 여고생과 남고생이 얽힌 영화이다. '마스터'라는 숨겨진 인물이 재미와 돈벌이를 위해 성범죄 동영상을 찍어 유포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엄마가 없이 아버지와 둘이 사는 컴퓨터중독에 빠진 13살짜리 초등학생이 끝부분에 가서 사이버 성범죄 인물 '마스터'로 밝혀진다. 조영제라는 아버지가 저지르는 것을 보고 자란 아들이 그저 재미로 게임을 하듯이 그런 일을 했다고 한다 실제 일어났던 일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하는데 참 그렇다.


어쩌다가 아름다운 성이 이토록 험한 것이 되었을까 싶은 게 참 마음이 무겁다. 제4차 산업시대에 컴퓨터와 핸드폰이 정보를 통해 인간을 조종하는 시대, 이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SNS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필요한 정보를 얻고 편리하지만 도리어 역이용될 수도 있다.


역시 나는 스릴러물은 별로다. 고전적이면서도 은은한 순수한 깊은 사랑을 다룬 그런 영화가 좋다. 예전에 본《닥터 지바고》, 《붉은 수수밭》, 최근에 본 《라라 랜드》, 내가 꼽는 수작영화다. 다음에 영화를 볼 때는 꼼꼼히 따져보고 보러 가야겠다.


적어도 시간이 아깝지는 않아야 하니까. 내가 본 시간대 오후 2시 45분 제3관 영화관에는 관객이 모두 3명, 내가 오늘 이런 영화를 보았다.


감독은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돈과 시간과 공을 들인 게 아깝다. 제발 좋은 영화를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래도 이 영화를 통해 요즘 세태 파악은 조금 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세상이 갈수록 험해진다. 말세지말이다. 아무도 믿어서는 안 된다. 선생님이 학생을, 학생이 선생님을,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믿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순수'는 살아서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불법이 판치는 시대이기에 법과 정의가 소중하고, 성이 오락으로 이용되는 시대이기에 사랑이 더 소중하다. 영화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으며 오늘도 감사하다.

영화《나를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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