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읊조리며 투명한 얼음꽃 산행

제35좌~제38좌 내장산, 천관산, 민주지산, 수락산

by 서순오

제35좌 레드 카펫을 밟으며 : 정읍 내장산(2020.11.5. 목)


내장산 단풍이 유명하다는데 한 번도 못 가 보다가 드디어 간다. 단풍철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여 주말이 아닌 평일에 산행 예약을 하였다. 유화정 단풍이 꽤나 많이 떨어진 사진을 보았는데 산 위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역시 단풍은 내장사 가는 길, 단풍터널이 절정이다. 갈 때는 셔틀을 타고 가고, 돌아올 때는 걸어오기로 한다. 트랭글은 내장사에서부터 켜고 간다. 내장사~전망대~연자봉~신선봉~까치봉~내장사 코스라서 내장사를 통과해서 간다.

내장사에서 전망대 쪽으로 오르니 산 위에 단풍은 초입에만 있고 거의 없다. 연자봉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이 많다. 여기도 단풍은 거의 없고 잎을 다 떨군 앙상한 겨울나무들만 있다.

내장산은 제법 높은 곳까지 상점이 있어서 먹을거리를 팔고 있다. 나는 간식을 넉넉히 싸갔기에 사 먹지는 않고 바로 올라간다.

연자봉에서는 내장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단풍터널에 곱게 물든 단풍이랑 유화정 모습을 볼 수 있다.

내장산 정상 신선봉에서 100대 명산 34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신선봉 주변 조망이 별로 안 좋다. 그저 정상석만 서 있다. 정상에서 짝꿍이랑 간식과 따끈한 차 한잔씩 하고 또 부지런히 까치봉을 향해서 간다.

내장산에는 군데군데 대숲길이 있다. 신선봉에서 까치봉 가는 길은 처음에는 길이 좋은데 까치봉이 가까워질수록 가파른 철난간 바윗길이다. 오랜만에 산에 왔다는 짝꿍이 까치봉 생략하고 가고 싶은 모양인데, 거기를 지나가야 내장사 쪽으로 내려갈 수가 있다. 까치봉까지 철난간을 집고 가파른 암릉구간을 끙끙대며 오른다. 힘든 만큼 까치봉에서 서면 단풍이 물든 산 능선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져 가슴이 시원해진다.

하산길도 반 정도는 거의 가파른데, 스틱을 짚고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온다.

하산길 끝에 단풍이 곱다. 내장사와 단풍터널 단풍빛이 너무나 고와서 눈이 부시다. 여고시절 수북이 떨어진 노오란 은행나무 아래서 가을에 젖어들던 풍경이 겹쳐진다. 딱 그 분위기다.

단풍터널을 걸으며 가을을 제대로 만끽한다. 2km 남짓 되는 레드카펫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오늘 내가 여기 있음이, 이 고운 단풍길에 주인공으로 설 수 있음이 감격스럽다. 뭐 큰 상을 받은 것 같 가슴이 뭉클뭉클 벅차오른.

총 7.5km, 6시간 산행이다. 리딩 대장님이 5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하셨는데, 단풍구경을 하느라고 시간이 더 걸린 셈이다. 그래도 마라톤을 취미로 한다는 키 큰 짝꿍과 함께 사진도 서로 찍어주며 오순도순 재미난 산행을 했다.


제36좌 도야 어쩌란 말이냐 : 장흥 천관산( 202.11.28. 토)


내년부터는 블랙야크 100대 명산 인증 방법이 달라진다고 한다. 내가 오른 100대 명산 높이만큼 포인트를 주어서 블랙야크 제품 구입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게 없어진다는 것이다. 인증 용품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GPS로 현지 인증을 한단다.


천관산이 100대 명산 36번째 인증지가 되겠다. 지난번 도봉산은 사진이 흔들려 인증이 안 되었다. 오늘이 올 들어 제일 추운 날이라는데 산은 생각보다 그리 춥지는 않다.


천관산 산행코스는 천관산도립공원-장안사-양근암- 정원암-연대봉-억새군락지-금수굴 장천재-도립공원이다. 환희대(구룡봉)는 오르지 않고 내려올 예정이라 총 7km, 5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천관산은 장흥 앞바다와 천관산 바위 봉우리들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어서 산행이 참 재미가 있다.


군데군데 커다란 바위들이 길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양근암, 정원암 같은 신기한 바위들도 있다.

바위의 생김새가 어찌 그리 조각품 같을까? 산 위에 하늘 조각가들이라도 살고 있는 것일까? 그 솜씨가 너무나 빼어나다. 감탄을 하며 산을 오른다.


혼자서 오르다가 각각 혼자 온 여자 두 분이 자주 마주쳐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간다.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천천히 여유 있게 걸어서 보폭이 나랑 딱 맞는다.


우람한 기괴한 바위 위에 서면 아슬아슬해서 무섭다. 사진 찍으면 포즈는 멋있는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조심조심 올라가고 내려올 때도 주의를 한다. 사진 찍는 사람도 앞뒤를 잘 보고 안전한가를 살핀다.


양근암과 정원암은 참 신기한 바위다. 사람들이 찾아내는 것도 신기하다. 양근암에 해당하는 남성 건너편에 여성이 있는가 찾아보니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정원석처럼 생긴 정원암은 바위가 기기묘묘하게 층층으로 탑을 쌓은 모양이다. 참 재미가 있다.


장흥 앞바다를 보며 연대봉을 오르니 유치환 님의 <파도>라는 시가 떠오른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끄떡 않는데 날 어쩌란 말이냐"


이런 내용의 시이다.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기암괴석들도 파도에 파이고 깎여 절경을 이룬다.


산 위에 바위들은 눈보라와 태풍, 비와 바람에 깎여 기암괴석을 이루었는지 모른다.


끄떡도 하지 않는 임을 향한 그리움을 파도에 비유한 시인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짝사랑의 대상을 묵묵한 바위가 아니면 그 무엇에 비유할 수 있으랴!


연대봉에서는 사방팔방 조망이 탁 트였다. 바다 끝 수평선도 보인다. 마을도 산 능선들도 멋지게 보인다.


이래서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 것이리라.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 단 한 번이라 할지라도 마음에 눈에 깊숙이 담기 위해서!


문득 '산바람'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분명 산과 절절한 연애를 하는 게 틀림없다.


천관산 연대봉에서 100대 명산 36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연대봉에서는 장흥 앞바다가 은빛으로 빛난다. 억새 군락지에 은빛으로 피어있는 억새도 조금 남아 있는데 분위기가 신비롭다.


여자 셋이서 조금 떨어져 점심은 같이 먹고, 하산길은 혼자 휘리릭 내려온다. 약 3.5km 정도인데 거의 1시간 만에 내려온다. 길과 바다와 산 풍경을 담으며 전문 산악인처럼 여유 있게 고즈넉하게 조용히 내려온다. 이렇게 혼자 산행할 때도 참 좋다.

하산길은 비교적 좋은 길인데 암릉 로프 구간이 꽤 있다. 줄을 잡고 미끄러지듯이 내려온다. 가운뎃길로 내려오니 양쪽 능선을 다 볼 수 있고, 바다도 마을도 한눈에 들어온다. 고즈넉한 산행길 참 좋다.


천관산은 남쪽이라 단풍이 꽤 남아있다. 초록숲도 있다. 대숲 길, 삼나무 숲이 초록이다. 늦가을에 보는 초록이 싱그럽다.


장천재 옆 다리에 단풍이 곱기에 사진 한 장 찍고, 단풍 구경을 하며 내려온다. 생강 파는 아주머니에게 깐 생강 한 봉지도 산다. 생강차를 만들어야겠다.


낮 12시부터 산행 시작해서 연대봉 찍고 부지런히 내려오니 4시 20분이다. 5시까지는 여유가 있어 씻고 여벌 옷을 갈아입는다. 산행이 힘들지 않아 좋다.


천관산 산행 트랭글 기록은 6.6km로 나오는데, 트랭글을 조금 늦게 켜서 그렇다. 실제로는 7km 정도 걸었다. 산행 거리는 10km 이내가 내게 가장 적당하다.



제37좌 시를 읊조리며 투명한 얼음꽃 산행 : 영동 민주지산(2020. 12. 5. 토)


상고대로 유명한 영동 민주지산 산행이다. 올겨울 들어 며칠 동안 아침저녁으로는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라 상고대를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난해 덕유산에서 상고대를 볼 수 있었다. 오늘도 그런 하얀 은백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도마령~각호산~민주지산~물한계곡 C코스를 탈 예정이다. 블루 준 리딩 대장님이 6시간이면 B코스를 타도 무난하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무리가 될 것 같아서다.

산행을 시작하니 곽재구 시인의 <겨울의 춤>이 떠오른다. 나도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아프고 시린 추억들도 찬바람이 들지 않게 손질하면 좋으리라.


♡ 겨울의 춤 / 곽재구 ♡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 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

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걱이듯

새들의 목소리가 숲 속에 흩날리듯

낙엽 아래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듯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

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

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혀야겠다

죽은 새소리 뒹구는 들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민주지산 가는 길에 각호산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상고대를 본다. 일명 얼음꽃인데 영하권 날씨에 나무에 내린 이슬이 얼어서 은백의 눈꽃이 피는 것이다. 해가 뜨면 곧 사라지는 순간의 꽃이다. 그렇게 많이 피진 않았어도 순결한 얼음꽃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오늘따라 자꾸만 외워둔 시가 살아난다. 시를 읊조리며 살포시 피어난 상고대 길을 걷는다.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그렇게 전 생애를 몽땅 걸고 뛰어들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무생물이든 그 어느 것이라도 괜찮다.


♡ 겨울 사랑 / 문정희 ♡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각호산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응달쪽에는 상고대가 더 활짝 피었다. 진풍경이다.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으로 가는 길은 왼만한 능선길이다. 때로는 조금 오름길이 있지만 편안한 길이다. 능선길은 대숲길이 참 많다. 솨솨솨 바람소리가 난다. 눈도 살짝 뿌렸는지 군데군데 희끗희끗하다. 댓잎 위에도 바위 위에도 낙엽 위에도 길 위에도 하얀 눈발이 보인다. 반갑기 그지없다. 올 들어 보는 첫눈이다.

민주지산 정상을 300m 남겨두고 민주지산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는다. 다매산에서는 김밥과 물을 주기 때문에 치킨과 과일과 따뜻한 물만 조금 싸와서 함께 먹는다.

밥을 먹고 있노라니 오돌오돌 떨린다. 옷을 꺼내서 입어도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다. 얼른 밥을 먹고는 또 걷기 시작한다. 산에서는 걸어야 안 춥다.

곧 민주지산 정상에 도착해 100대 명산 36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전망이 좋아서 사빙 팔방을 다 담고 동영상도 찍는다. 정상에 서는 이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이 있다.

하산은 바로 물한계곡으로 한다, 석기봉과 삼도봉을 가면 좋지만, 각각 총 산행거리가 12km, 15km는 너무 무리가 될 것 같아서 다음 기회로 미룬다. 물한계곡 쪽도 총 산행거리가 거의 9km 정도 되어서 만만치가 않다. 다만 길이 편안해서 여유 있게 내려온다.

물한계곡 얼음 사이로 물이 흐르는 풍경을 보며 수북이 쌓인 낙엽길을 걸어 하산을 한다. 혼자서 여유 있게 걷다 보니 산을 통째로 다 가진 것 같다.

도마령에서 물한계곡 주차장까지 총 9.8km를 5시간 30분 만에 걸었다. B코스 탔으면 시간이 모자랄 뻔했다.

민주지산 산행 중 잠깐잠깐 함께 한 물뫼님이 DSLR로 찍어주신 사진은 완전 사진작가님 실력이다.


제38좌 암릉이 멋진 송년산행 : 서울 수락산(2020. 12. 12. 토)


올 한 해 토산은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공식적으로는 산행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다. 그렇지만 토산님들 중에 산 좋아하는 이들은 매주 5~6명, 또는 10명~15명 내외로 꾸준히 산행을 해왔다.

나는 토산 산행은 집결지가 멀어서 원정 산행할 때만 참석하려고 했는데, 그게 중단되어서 다른 안내산악회에서 매주 꾸준히 산행을 해왔다.

그렇지만 토산 송년산행으로 수락산을 간다고 해서 보고 싶은 이들도 만날 겸 일부러 참석을 한다.

언제나 후미를 면치 못하는 나를 위해 그동안 후미 대장님으로 애써주신 토산님들이 고맙다.

수락산 산행은 토산님들 15명 참석해서 약 4시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내려와서 늦은 점심을 먹을 것 같다.

운 계곡 지나니 깔딱 고개가 기다리는데 가파르다. 이어서 철난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암릉이 계속 나타난다. 끙끙대며 오른다. 주변 조망은 시원하다. 저 뒤로 철모바위가 보인다. 아직도 암릉구간이 꽤 남아있다. 수락산 역시 바위산이다. 기암괴석 이 희한한 바위들의 역사가 궁금하다.

토산님들은 남자나 여자나 바위가 하나도 안 무서운 모양이다. 바위를 아주 평지 걷듯이 한다. 나는 그냥 쳐다만 보아도 무섭다. 위험해 보이는 곳은 안 오르고 그냥 좀 떨어져서 걷는다. 그래도 아찔하다. 기암괴석 풍경은 멋진데 간이 서늘하다.

철모바위까지 와서 바로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점심 먹고 철모바위로 간다. 겁도 없이 철모 아래까지 올라가는 이들도 있어서 보기만 해도 겁이 난다.

수락산 정상 주봉까지는 200m가 남아 여유 있게 가서 인증숏 찍는다. 100대 명산 36번째다. 토산님들 단체사진도 찍고 클린 산행도 한다.

정상 주변으로 멋진 바위들이 많아 한참 시간을 보낸다. 높은 바위 위에 서면 가슴이 탁 트인다는 토산님들도 있다.

하산길은 기차바위와 우회로가 있는데 나는 우회로를 걷는다. 올라갈 때 너무 가파른 암릉을 타느라 힘들었기에 내려올 때는 좀 편안하게 걷고 싶어서다. 토산님들 16명(골바람 대장님이 청학동에서 철모바위까지 올라와 계셔서 1명 추가) 중에 13명은 기차바위로 가고, 3명만 우회로로 간다. 골바람 대장님이 우회로를 리딩 해주셔서 감사하다.

기차바위로 간 이들과 만나는 지점에 가니 우리가 가장 먼저다. 조금 기다리니 토산님들이 내려온다. 기차바위 우회로에는 얼음도 있다. 쉬운 로프 구간도 바위도 조금 있고, 대체로는 낙엽길이라 걷기가 좋다.

기차바위를 타고 내려올 토산님들을 기다리며 기차바위 입구에서 기념샷 찍는다. 내려오면서 보니까 기차바위가 아득하다. 내년에는 나도 기차바위를 타보고 싶다.

장암역 <송산>이라는 곳에서 오리고기로 뒤풀이를 한다. 송년산행이라서 최다 산행자에게 상을 주었다. 토산에서만 1년 동안 총 30회(1등), 26회(2등)를 했단다. 대단하다. 앞으로도 계속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길 축복드린다.

레드카펫을 밟으며 내장산 단품 터널
좌 : 천관산에서 장흥 앞바다를 바라보며 / 우: 정원암
시를 읇조리며 투명한 얼음꽃 산행 민주지산
암릉이 멋진 수락산 송년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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