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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r 01. 2023

여유와 느림의 미학과 실력과 바른 판단력을 지닌 지도자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임금님의 사건 수첩]은 임금님에 대한 괴소문('치정을 잘못한다'는)이 도는 가운데 임금님을 형상화한 허수아비상 앞에서 한 남자가 불타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임금님과 신관 사관 이서(오보)의 사건 해결의 과정,  예문관의 사관 이서 (오보 : '임금님과 5 발자국 이내에서 늘 따라다녀야 한다'는 뜻으로 임금님이 지어준 애칭)와 임금님의 끈끈한 관계, 그리고 임금님의 형의 아들을 둘러싸고 왕위를 노리는 사대부들의 공모, 철광산을 둘러싼 경제적 장악을 통한 실질적 강자를 노리는 자들, 그들과의 팽팽한 대결이 재미있는 영화이다. 


임금님과 이서(오보)는 여러 번 위기와 '죽음'의 고비에 몰리지만 진정한 강자로 살아남는다. 더 이상 돌파구가 없는 막다른 골목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지."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끝에 아슬아슬한 순간에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막바지에 거의 '죽음'이라는 한계상황이 오지만 임금님은 진정한 강자로 살아남는다.


독서와 먹 그림을 그리며 사건 해결에 몰두하는 문에 강한 임금님, 거기다가 무에도 능한 검의 달인, 왕좌를 노리는 자들을 임금님의 강한 칼로 굴복시켜 후관을 삼기도 하고, 끝까지 추적해 온 무관 병조참판을 보기 좋게 해치운다. 그리고 역모에 가담하여 음식물에 약을 타서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형수를 용서하고  돌아가신 형의 아들(아직 소년)을 왕세자로 책봉하라며 여운을 남긴다. 참 멋진 모습이다. 여유와 느림의 미학과 실력과 바른 판단력, 그래서 아름다운 정치와 정권교체, 왕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 영화가 지도자와 관계된 영화들로 가득하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코미디라고 해서 좀 많이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갔는데 생각보다는 그다지 코미디는 아니다. 제법 깊이 있는 괜찮은 영화이다. 사료를 통한 장영실의 후예 장남주의 연구작 귀신물고기(거북선 잠수함)가 괴소문에 관여하지만 탐구심과 호기심이 많은 임금님과 이서(오보)는 그 비밀을 다 밝혀낸다. 임금님은 사관 이서(오보)만 데리고 어디든 발로 뛰어다니며 사건을 해결한다. 물론 임금님을 지키는 후관이 뒤에 숨어 있기는 하다. 이런 점도 새로운 지도자에게 백성들이 바라는 점일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바람직한 지도자의 자질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이다. 부디 여유와 느림의 미학과 실력과 바른 판단력을 지닌 직접 발로 뛰어다니는 그런 좋은 지도자가 뽑히기를 기도드린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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