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봄바람 영화사의 첫 작품이란다.
유명한 소설인데 아직 읽어보질 못했고 영화만 보았는데, 평일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영화관은 텅텅 비었고, 모두 5명 이내 관객이 넓은 영화관을 독차지한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영화가 도대체 무얼 말하려고 하는 영화인지 싶다. 주인공 '82년생 김지영'은 아버지가 공무원이고 어머니는 주부인데,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둔 집안에서 자란다. 김지영은 보통의 평범한 집안의 차녀로 태어나서 대학도 나오고 취직도 했다가 결혼하면서 전업주부가 된다. 부모님 사랑 남편 사랑도 받는다. 식구들이 아들만 챙기고, 시어머니도 며느리가 무슨 때가 되면 시댁에 와서 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은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다른 사람이 된다. 산후 우울증도 앓는다.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이 이 정도를 가지고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오는구나 싶다. 우리나라 여자들의 보통 삶이 아닌가 말이다!
좀 거꾸로이긴 하지만 영화를 먼저 보았으니 이제 책을 읽어봐야겠다. 원작을 알아야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봐도 특별한 점은 없다. 이 책이 진정한 페니미즘을 얘기했다고 보기는 좀 아쉬운 점이 있다.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에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육아를 전담하고 그러는데 여자라서 그런 것이다. 페미니즘 시각에서 쓴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그다지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다룬 것 같지 않다.
한때 회사에 다니면서 아이도 키우고 집안일도 하는 슈퍼우먼들이 넘쳐나는 시대이다가 지금은 모두가 다 혼자 살려고 한다. 서로가 짐을 같이 짊어지지 않겠다는 얘기다.
예전에 드라마 중에 최수종과 김희애가 주인공인 게 있는데, 아들과 딸, 남아선호사상, 뭐 이런 얘기를 다룬 것이다. 아들을 위해서 딸이 차별받고 내침당하고 불이익을 당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끝내 딸은 아들을 넘어선다. 부당한 환경 속에서도 끈기와 실력으로 당당하게 성공을 이루어낸다. 김희애의 남편은 한석규인데, 성공한 남편이면서도 아내를 너무나 위하고 사랑한다. 페미니즘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내로서 남편의 자발적인 협조와 사랑까지 흔쾌히 이끌어낼 수 있는 정도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부터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게 된 것일까?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많은 사람 중 하나라고나 할까? 오빠들도 아닌 나이 어린 남동생들 키우느라고 우리 가정만의 단꿈과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고나 할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말이다.
암튼 남편의 육아휴직과 김지영의 재취업, 아니 스스로의 재취업 포기 등 여러 가지 해결가능성을 남겨둔 영화 82년생 김지영.
남자와 여자는 서로 사랑해서 부부가 되고, 그리고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어쩌다가 여자에게만 지나친 가사와 육아의 짐을 지우는 사회가 되었을까?
그러나 기성세대는 그러했을지라도 지금의 젊은 세대는 '그건 아니라'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있다. 그러면 살기가 점점 좋아져야 할 텐데,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차라리 결혼도 사랑도 포기한다는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페미니즘은 어떤 것일까 질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