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다가 북수원 온천에 왔다. 월요일부터 오고 싶었는데, 릴랙스존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마땅한 영화를 찾다가 오늘 오게 되었다. 어제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오늘은 온천욕도 하면서 영화도 보면 좋겠다 싶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작은 숲'이라는 뜻인데 좋은 영화 같다.
하긴 온천욕 하러 오면서 굳이 영화까지 볼 필요는 없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온 김에 영화도 보고 가면 더 좋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돈을 더 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북수원 온천은 지하 799.6m 천연 암반수에서 길어 올린 PH9.25 강알칼리성 온천수가 너무나 좋다. 마사지탕도 좋아 폭포 같은 물을 시원하게 맞고 나면 피로가 확 풀린다. 뜨거운 불한증막도 좋다. 땀을 쭈욱 빼고 나면 온몸의 노폐물이 다 빠져나간다.
햐! 좋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최소 한 주에 한 번 정도는 오면 피로감 없이 지낼 수 있겠다 싶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산행 역시 최소 한 달에 두 번은 하면 건강을 위해서 좋겠다.)
[리틀 포레스트]는 상큼 발랄한 영화이다. 학교 동창생 혜원, 재하, 은숙이 고향 농촌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재하는 도시에서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가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성공한 농부가 된다. 은숙은 농협에 취직이 되어 일하고, 혜원은 도시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떨어지고 고향에 내려가 조그맣게 이것저것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 먹으면서 살아간다. 혜원의 요리솜씨는 독특한 것을 좋아하던 엄마에게서 배운 것이다. 꽃튀김, 수제비, 발효주, 밤조림 등등 별의별 것을 다 만들어 먹는다.
그렇게 세 명의 청년은 고향 농촌을 지키며 살아간다. 혜원의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신 뒤에도 엄마는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아간다. 혜원이 고향에 뿌리를 내릴 때까지 기다리느라고 그랬다는 걸 혜원은 뒤늦게 깨닫는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3개월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혜원은 직접 혼자 살아본 후에야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는 혜원이 수능 끝나자마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아마도 요리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을 떠난다. 혜원은 자신의 고향과 터전을 '작은 숲'(리틀 포레스트)이라 부른다.
잔잔한 감동이 있는 영화이다. 좋은 친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그 어딘들 살만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자연과 요리가 함께하는 고향 농촌에서야 더 말해 무엇하리.
그리고 한편 내가 귀촌을 생각해 보았던 두 번의 일들이 떠오른다. 일자리가 있으면 귀촌도 좋겠다 싶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실제 살아보면 농촌은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다. 영화나 책에 서니까 더 아름다워 보일는 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에 늘 고향은 그리운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