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이 주인공인 《티파니에서 아침을》영화를 보았다. 수원미디어센터에서 요즘 고전 영화를 상영해주고 있어서 가서 보고 있는 중이다.
지난번에 온라인으로 이용만족도 설문조사를 하길래, 오래된 유명한 고전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고 싶은 말' 부분에 적은 기억이 난다. 아마도 즉각 반영을 한 것 같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는 뭐든지 마음내키는 대로 하는 즉흥적인 여자 홀리(오드리 헵번)가 나온다. 시대의 미인 오드리 헵번을 스크린으로 다시 보는 행운의 시간이다. 이목구비가 또렷해서 얼굴이 꼭 조각상 같은 여인은 꽤나 말랐다. 홀리는 뉴욕의 화려한 보석상 <티파니> 앞을 지나가면서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인이다. 가난하지만 부자 남자를 만나 일약 부잣집 여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홀리가 사는 집 2층에는 작가 폴이 산다. 폴은 부잣집 유부녀의 애인 노릇을 해주면서 후원을 받고 살아간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예술가들은 생계유지가 곤란한 모양이다. 소설가로 책도 여러 권 낸 작가 폴도 그렇게 비정상적으로 생계를 꾸리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폴은 아래층 천방지축 귀여운 여자 홀리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한밤중에 창문을 넘어와서 폴의 침대에서 폴의 팔에 안겨 잠들기도 하고, 혼자 계단에 앉아 기타를 치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문 리버(Moon River)>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어느새 둘은 사랑에 빠진다. 둘은 티파니로 간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들을 해보기로 한다. 도서관에 가보기, 상점물건 훔치기 등 하나씩 하나씩 기발한 새로운 일들을 해보며 깔깔대며 웃는다. 이제 티파니에서 보석은 비싸서 못 사고 폴이 언젠가 상품에 딸려온 모조 반지를 홀리에게 준 적이 있는데 그것을 내밀며 이니셜을 새겨줄 수 있냐고 묻는다. 뜻밖에도 티파니의 보석상 주인은 멋을 아는 사람이라 두 사람의 이니셜을 새겨준다.
그리고 홀리의 늙은 전 남편이 찾아와서 돌아오라고 하지만 거절한다. 홀리가 기다리는 남동생은 전쟁터에서 죽음소식을 보내오고, 홀리는 폴의 사랑에 길들여진다. 폴이 길들인 만큼 홀리는 유순해진다. 이제는 제멋대로 즉흥적인 여자 홀리의 매력은 폴에게로 빠져들어가 제한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에게 길들여지는 이치이다. 기꺼이 그의 요구와 법칙을 따르고 순종하게 된다.
애인이 생기기 전에는 두루 여러 사람을 만나다가 한 사람이 정해지면 다른 모든 사람을 정리하는 것과 같다. 결혼 전에는 자유롭다가도 결혼 후에는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것과도 같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말이 있다. 길거리에 수많은 장미가 있지만, 내가 길들인 장미 한 송이만이 내 것이 된다고 말이다. 내가 눈 맞춘 꽃이, 나무가, 강아지가,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바로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특별히 남녀 간의 사랑은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