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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r 09. 2023

쉽게 정상 찍고 실컷 나홀로 알바(※1)

진천 두타산+초평호수+농다리

좋은산(※2)에서 진천 두타산+초평호수+농다리 산행을 한다. 아직은 여름산행이라 어려운 A코스를 탈까 쉬운 B코스를 탈까 망설인다. 집에서 올 때는 B코스를 가고, 초평호수 트래킹 하려는데, 옆에 짝꿍이 '산에 왔으면 산을 타야지 초평저수지나 보고 가면 안 된다'라고 강력하게 권면을 한다. 그래서 나도 A코스를 타야 하나 어쩌나 잠시 마음이 흔들린다. 그렇지만 아직은 여름산행이고, 또 다음 주는 힘든 산행을 할 거라서 체력을 조금 아끼는 마음으로 B코스를 타기로 한다.


이분이야 뭐 100 명산 다 찍고 이제 100+명산 찍고 있다는데, 산꾼으로서 한 마디 조언을 하는 거다. 두타산은 험한 산은 아니고 육산이라니까 걸을만할 것 같다. 날씨도 선선하니 가을느낌이 완연하다. 긴팔을 입고 나왔는 데도 아침에는 살짝 추운 느낌이다. 그렇지만 산행은 또 다르다. 긴팔을 입는 게 아닌데 싶다. 셔츠가 젖을 정도로 땀이 홍건하다. 여벌옷은 웃옷 2개를 가져와서 산행 후에 갈아입으면 괜찮기는 하겠다.


두타산은 멋진 소나무가 많다. 나무몸통도 굵고 이리 비틀리고 저리 비틀린 모양새가 어찌나 신기한지 부지런히 담는다.


전망대에 오르니 시원하다. 땀을 흘린 후에 바람이 불어 추운 느낌도 든다. 마을과 두타산 조망을 한다. 


조금만 더 오르 두타산 정상이다. 100+ 명산 3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정상에서 간단하게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영수사 쪽으로 내려온다.


정상에서 B코스 타는 이들 세 분이 있었는데, 영수사 쪽으로 올라왔다고 내가 올라온 길로 내려갈 거란다. 나는 또 혼자 그이들이 올라온 길로 내려가기로 한다. 오늘 컨디션이 긴 산행은 좀 그래서 쉬운 코스로 선택한 것이다. 매미소리 우렁차고 숲길도 고즈넉해서 좋다.


올라갈 때 보았던 그 길이 내려갈 때는 또 다른 느낌이다. 가파른 길은 더욱 가파르게 보인다. 아마도 위에서 내려다보아서 그런 듯하다.


한참 내려오니 이끼계곡이라는데, 가리왕산 이끼계곡을 이미 보아둔 터라 좀 시시하다. 계곡물도 그리 시원치 않다.


하산길은 고즈넉하다. 휙 하고 내려온다. 혼자라서 인물 사진은 못 찍는다. 그 대신 이쁜 야생화들 지천에 피어 있어서 원 없이 담는다. 마타리, 나리, 모시대, 쑥부쟁이, 내가 아는 이름은 그 정도이다. 이름 모르는 꽃들이 더 많다. 꽃이름 검색을 해봐야겠다.


영수사 쪽으로 하산하니 임도길이다. 날씨는 제법 선선해서 걸을 만하다. 임도길 옆으로 온갖 종류의 야생화가 무리 지어 피어있다. 꼭 천연화원에 온 것 같다. 꽃에 이름표가 붙여져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본다.


진천 초평호수에는 낚시꾼들이 많다. 가족단위로 와서 물 위의 집에서 묵으며 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서 낚시를 한단다. 값을 물어보니 1박은 8만 원 정도라고 한다.


넓은 초평호수는 구불구불 산과 호수가 한반도 지형을 이룬단다. 오늘 A코스로 산행한 이들은 한반도 전망대에서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었을 텐데, B코스로 산행한 우리는 못 보았다.


하산해서 옆 짝꿍이 나보고 '육산이라 걷기 좋은데 왜 B코스를 탔냐?'며 두타산 위에서 한반도 지형을 배경으로 멋있게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제 원칙이라서요."

그래도 살짝 부럽다.


사실 나는 하산해서 좀 많이 알바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보니 마을 쪽으로 가라는 바람에 당초 예정보다 한 4km 정도는 더 걸었다. 동잠교를 눈앞에 두고 한 바퀴 빙 돌았다. 쭉 도로를 걷다가 마을이 나오는 지점에서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마을길 말고 왼쪽에 산 임도길로 갔으면 바로 동잠교인데 말이다. 마을이 보이는 데서부터 한참을 걸어서 다리가 보이길레 좋아하면서 걸었는데 거긴 금곡교다.


다음 지도를 켜고 가다가 아무래도 동잠교를 못 찾겠다. 23분을 걸어왔는데, 이를 어쩌나? 동잠교가 안 나오고, 또 26분 거리로 나온다. 이렇게 헤매다가 혹 버스 출발시간에 늦을 수도 있어서 대장님한테 전화해서 상황보고를 한다. 기사님더러 한 10분만 늦게 출발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다.


지나가는 트럭을 세워서 동잠교를 물으니 바로 저기 보이는 지점 주유소 옆이 동잠교란다. 그렇게 헤맸는 데도 시간은 15분 정도 남는다. 야외수도에서 얼굴 닦고 머리 감고 발까지 닦고 여벌 옷 갈아입으니 기분은 최상이다.

 

홀로 알바는 마을~금곡교~초평면사무소~초평휴게소~군부대~동잠교 이렇게 걸었다. 그러고 보니 A팀보다도 더 걸었다. 아마도 15km 정도는 걸은 것 같다. A팀이 12.9km, B팀이 8.2km인데, 나는 B팀인데, 15km를 걸었으니 가장 많이 걸은 셈이 되었다.


동잠교에서 붕어마을로 좋은산 버스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서 또 한 2km는 더 걸은 것 같다. 두타산 정상에서 만난 세 분이 초평저수지 트래킹 한다고 내리자고 해서 나도 따라 내린 것이다. 넷이서 초평낚시터 휴게소에서 얼음 음료를 사서 마시며 서로 지나온 산행이야기로 도란도란 담소다. 나름 좋은 시간이다. 그리고 '나홀로 알바' 덕분에 특별히 운동을 더 많이 한 것이니 제법 잘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버스 타고 농다리로 이동한다. 진천 농다리는 최초의 다리라고 한다. 농자가 바구니 농자란다. 바구니에 물이 빠지듯이 돌로 쌓아놓은 다리로 강물이 잘 빠져나가라고 지은 이름이란다.


농다리전시관이 있던데 코로나로 문을 닫았고, 농다리도 수해피해지역으로 줄을 쳐놓고 못 들어가게 한다. 인공폭포도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농다리를 걸어보라고 시간이 30여 분 주어졌는데, 그냥 갔다가 눈으로 보고 멀리서 인증숏 찍고 온다.


유명세에 비해 너무 볼거리가 없다는 생각에 모두들 아쉬워한다. 그래도 일단 가본 것과 안 가본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니까 가본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 1. 알바 : 산에서 정 코스 길을 벗어나 다른 길로 헤매는 것

※2. 좋은산 : 좋은사람들산악회

진천 두타산 야생화 : 마타리,  중나리, 모시대, 쑥부쟁이
기이한 나무들
초록숲길
진천 두타산 정상
초평저수지
농다리전시관, 농다리
들길
임도길 야생화 : 둥근잎유홍초,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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