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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r 16. 2023

그때 안 오르길 참 잘했다!

청도 운문산

나는 오늘 여유 있게 운문산만 오르고 한다. 지난번 가지산+운문산 연계산행에서 가지산 오르고 운문산을 거의 다 오르다가 내려왔다. 날이 쉬 어두워질까 봐 그런 것이다.


가지산+운문산 연계하는 것과 운문산만 오르는 것은 거리상 약 2.3km 정도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그리 험한 길은 아니어서 연계해도 무방하지만 나는 그냥 여유 있는 게 더 좋다. 사진도 찍으면서 쉬어도 가면서 자연도 관찰하면서 그렇게 다녀와야겠다.


운문산 행은 삼양슈퍼~아랫재~운문산 정상~아랫재~삼양슈퍼 코스로 총 10.2km, 5시간 산행다,


상양마을 삼양슈퍼에서 아랫재까지는 임도길과 완만한 경사라 걷기가 좋다. 초입에는 단풍도 조금 남아 있고 길 위에 낙엽이 수북이 떨어져 있어서 낙엽산행이다. 길은 지난번에 한번 내려왔는데, 다시 올라가니 느낌이 새롭다. 낙엽 쌓인 가을 산길을 혼자 고즈넉이 걷는 맛이 일품이다.


그런데 산은 올라봐야 그 산에 대해서 제대로 말할 수가 있다. 아랫재에서 운문산 정상을 올라보니 만만치가 않다. 그때 안 오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나! 곧 정상이려니 했는데 거기서부터도 약 1시간을 더 올라가야 다.


그때 운문산을 계속 올랐으면 아마도 나는 산에서 미아가 되었을 것 같다. 헤드랜턴만 가지고 갔어도 야간 산행도 괜찮은데 그날은  어째 안 가지고 갔다. 시간은 오후 5시가 다 되어가고 날은 어두워지 있고 갈길은 그렇게나 멀었으니 말이다. 산에서는 금방 날이 어두워진다. 11월 중순이니 낮이 짧아졌다. 물론 타고  버스도 못 타고 왔을 것이다.


오늘 운문산을 오르며 그때 무리하지 않고 남겨두었다가 다시 오 것이 얼마나 잘한 이었는지를 알겠다. 이래서 나는 늘 감사하다. 직감으로 기분으로 체력으로 선택하더라도 지나고 보면 늘 좋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아랫재에서 운문산 정상 가는 길은 가파르다. 돌길, 바윗길, 대숲길, 억새길도 있다. 정상 가까이 가니까 주변 조망이 좋다. 마을도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하늘구름이 신비롭다.


운문산에서 100+명산 4번째 인증숏을 찍는다. 100명산이든 100+명산이든 100명 섬&산이든 나는 산행할 때마다 그저 되는대로 찍고 있어서 별로 신경 안 쓰고 있다. 그냥 재미로 인증숏을 찍는다.


운문산 정상에서 싸간 도시락을 먹는다. 어떤 분이 김밥을 들고 계시기에 1m 간격으로 떨어져서 이야기 나누며 먹는다. 도시락을 좀 많이 싸왔나 싶다. 다 못 먹고 반만 먹고 내려온다. 다음에는 밥도 반찬도 조금씩만 싸가야겠다.


하산길에 아랫재에서 조금 쉬어간다. 혼자 산행이라 더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을 산행길, 사색을 하며 걷노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싶다.


낙엽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내가 모르는 전혀 낯선 곳으로 통해 있을 것만 같다. 걸어도 걸어도 좋을 길이다. 혼자 걸어도 둘이 걸어도 셋이 걸어도 그만큼의 이야기들이 낙엽처럼 쌓일 것이다.


상양마을로 내려와 담쟁이덩굴과 오래된 나무들을 담는다. 단풍이 들어 곱다. 이쁜 꽃과 열매들 담는다.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가 탐스다. 사철나무 열매가 빨갛게 벌어지고 있다. 처음엔 동백꽃이 벌써 피나 했는데,  검색해 보니 사철나무다.


오전 11시 50분 산행을 시작해서 오후 4시 30분 하산을 마쳤다.  저녁해가 산봉우리 사이로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 같다. 귀가버스 탑승 시간은 약간의 여유가 있어서 개울에서 씻고 여벌옷과 양말을 갈아 신는다. 몸과 마음이 운하고 참 뿌듯하다.

상양마을에서 운문산 조망
상양마을에서 애랫재로 오르는 길
아랫재
아랫재에서 운문산 정상 오르며 가지산 조망
가파른 암릉 오름길
운문산 정상 바로 아래 조망과 억새
운문산 정상에서 100+명산 제4좌
아랫재에서 상양마을로 하산길 고운 단풍
상양마을 담쟁이와 사철나무 열매
서산으로 해가 뉘엿뉘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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