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옥의 화원》은 코믹 액션영화이다. 2022년 제26회 부천국제환타스틱영화제에서 넷팩상을 받은 작품이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지옥에 화원이 있을까 싶었다. 지옥은 타는 불과 고통만이 있는 곳인데, 그곳에 예쁜 꽃이 피는 화원이 있다는 게 좀 이상하다. 제목에다 '낯설게 하기'의 화법을 썼구나 싶었다. 포스터에는 '회사원은 언제나 싸우고 싶다'라는 문구까지 있다. 나는 아마도 제목이나 포스터만 보고는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수원미디어센터에서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영화를 볼 수 있는 링크를 보내주는 서비스도 한다. 그래서 3월 거를 주르륵 신청했더니 《지옥의 화원》이 온 것이다. 전문가들이 고른 영화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하며 영화를 본다.
《지옥의 화원》에서는 일본영화 특유의 격렬한 싸움이 평범한 여직원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사무실 안에서 식당 안에서 아무 데서나 주먹만 가지고 싸움을 한다. 네가 강하냐? 내가 강하냐? 주먹과 주먹의 대결이다.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받는다.
왕년의 양아치, 폭주족들이 최강 자리를 놓고 회사 내에서 파벌을 형성하며 여러 무리로 나뉘어 세력다툼을 하는 세계, 이 혼란 속에서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던 나오코는 새로 입사한 란과 일상을 같이 하며 친해진다. 그러나 뛰어난 싸움 실력을 지닌 란이 사내 서열을 평정한 후 전국 양아치들의 표적이 되고 란이 위험에 처하자 숨은 주먹 나오코가 실력발휘를 해서 란을 구한다. 나오코는 싸움에 재능을 타고 난 여자이다. 이제 사내 서열 1위는 나오코이다.
그런데 양아치들의 세계에서 숨어있던 진짜 최강의 주먹이 나타나 나오코에게 싸움을 걸어온다. 나오코는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주먹의 세계 소용돌이는 급물살을 탄다.
싸움에 싸움을 거듭하고 나오코는 드디어 격투의 세계를 평정하지만, 란은 싸움 고수 할머니에게 가서 최강이 되는 법을 사수한다. 그 할머니는 란에게 모든 것을 다 전수해 준 후 나오코가 손녀라고 말한다.
관연 누가 싸움의 지존이 될 것인가? 란인가? 나오코인가? 결국 싸움의 승자는 없다. 여직원들은 이제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평범한 회사 여직원으로 돌아간다.
'회사일을 하는 걸 보면 싸움을 잘할지 못할지 알 수 있다'는 고수 할머니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회사원들은 싸우고 싶다. 그러나 그 싸움은 '회사일을 얼마나 최선을 다해 해내는가?'와도 상관이 있다는 얘기이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회사 일의 달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강이 되려면 회사에서 능력 있는 여직원이 되어야 한다.
영화 《지옥의 화원》은 코믹 액션 영화이지만 실은 능력과 성실성을 강조한 영화라고나 할까? 일 잘하는 사람이 최강의 여직원인 셈이다. 격렬한 전투장과도 같은 회사, 그곳을 지옥으로 은유한 영화, 우리 모두는 지옥에서 저마다 자기 빛깔의 꽃을 활짝 피워 예쁜 화원을 만들 수 있을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