햐! 저 구름 좀 봐!

제50좌~53좌 지리산 반야봉, 계룡산, 운장산+구봉산

by 서순오

제50좌 지리산 반야봉+뱀사골(2021.7.3. 토)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고 해서 취소했다가, 또 비가 오후 3시 정도에나 온다고 해서 다시 지리산 반야봉 산행 신청을 한다. 무박산행은 거의 오후 2시 정도면 끝나기 때문에 괜찮을 듯해서이다.


버스는 새벽 3시 30분에 성삼재 주차장에 도착했다. 헤드랜턴을 켜고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하얀 달과 헤드랜턴이 비춰주는 길과 풍경들이 신비롭다. 참 오랜만에 하는 금무박 산행이다.


노고단 고개에 도착하니 해가 뜨려는 순간의 여명과 폴폴 날리는 운무가 장관이다. 백두대간 인증숏 찍고 간단하게 아침 간식을 먹는다. 노고단은 예약제라 올라갈 수가 없다. 아니, 오늘 코스가 아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와야겠다.


노고단 고개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면서 여명이 밝아오는 걸 즐긴다.

"내 생에 이런 풍경을 보다니!"

젊은이들이 얘기를 한다.

그렇다. 일출 전의 여명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노고단 고개에서 아침 간식을 먹고 시간을 조금 보내니 날이 밝아온다. 헤드랜턴을 끄고 산행을 계속한다. 혹시 어디쯤에서 일출을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운무가 해의 빨간 기운을 다 삼켜버린다. 산도 온통 운무로 덮어버린다. 운무 속 산행이다.


일출을 못 보아 아쉽지만 꽃들을 담으며 초록이 무성한 숲길을 걷는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선선해서 산행하기는 딱 좋다.


노루목에서부터 반야봉까지는 계속 오름길이라 조금 힘들다. 노루목에 배낭을 두고 갔다 왔다. 그런데 반야봉 정상에서 삼도봉 쪽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 어떤 이들은 배낭을 메고 올라가서 그리로 내려갔다고 한다.


반야봉에서 100대 명산 50번째 인증숏 찍는다. 벌써 반이나 찍었다. '느리게 천천히 꾸준히'라는 모토 아래 하는 듯 안 하는 듯하고 있어도 하나씩 하나씩 명산의 정상을 밟은 것이다.


삼도봉 지나 화개재 운무 속 참조팝나무 분홍꽃들이 예쁘다. 뱀사골로 내려가는 나무데크길도 멋스럽다.


12시 정도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서 판초를 꺼내 입는다.. 뱀사골 계곡은 물이 콸콸콸 힘차게 흐른다. 계곡길 걷다 보니 수줍은 산수국이 많이 피어있다. 촉촉이 비를 맞고 있는 꽃들이 청초하다.


하산하면서 2호차에 타고 오신 분과 동행했다. 나는 1호차에 타고 왔지만 산에서는 누구라도 만날 수 있으니까. 새벽에 플래시를 켜고 폰카메라를 썼더니 배터리가 빨리 아웃되어서 할 수 없이 동행한 분의 폰을 신세 졌다. 비 오는 날 빗소리 듣는 것을 좋아해서 별명도 그 느낌이 나게 지으셨다는 산우님이시다. 도란도란 동행인이 있어 비교적 긴 뱀사골 하산길이 지루하지 않고 금방 갔다.


나는 비 오는 날 보다는 맑은 날을 더 좋아하지만, 비 오는 날 계곡 물소리 들으며 산행하는 맛도 일품이다. 마지막에 뱀사골 신선길 2km를 걷는 낭만도 누렸다. 나무데크로 만든, 계곡을 따라 쭈욱 이어지는, 비에 젖은 길을 걷노라니 신선이 따로 없다. 시간도 넉넉해 계곡에서 잠시 물놀이도 했다. 비 걱정을 했지만 시원한 산행이었다. 새벽 3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총 20km, 9시간 30분 산행을 안전하게 즐겁게 잘 마쳐서 감사하다.


제51좌 햐! 저 구름 종 봐! : 공주 계룡산(2021.7.17. 토)


계룡산은 처음 가본다. 날씨가 많이 더워져 폭염 산행이 될 거라고 하는데, 산은 걸어보면 생각보다는 덥지 않다.


여름 산행은 땀을 흠뻑 흘리고 나서, 옷을 입은 채로 계곡물속에 들어가 알탕하는 맛도 그만이다. 총 10km, 6시간이 주어져서 알탕할 시간은 나올 것 같다. 나는 좀 쉬운 코스를 탈 거라서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갑사계곡에서 알탕을 하려면 사진을 최대한 적게 찍고 부지런히 걸으면 되겠다.


동학사에서 출발하여 정상 찍고 갑사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겨울에 눈꽃 산행이 멋지다고 한다. 이번에 가보고 좋으면 겨울에 눈꽃산행도 해봐야겠다.


차가 막히지 않고 휴게소도 안 들르고 엄청 빨리 동학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전 9시 10분 천정탐방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길이 너무 좋고 숲도 우거지고 바람도 불어 시원한 산행이다.


그런데 오늘 내 스틱 한 짝이 말썽이다. 고정하는 게 구멍 속으로 쏙 빠져서는 안 올라온다. 할 수 없이 한 짝만 가지고 산행을 한다. 스틱이 또 돈을 달라고 한다. 산행에서는 무릎관절에 무리가 안 가려면 스틱이 엄청 중요한데 말이다. 에효!


그런데 계룡산을 올라보니 스틱 한 짝으로 산행하는 게 더 좋긴 하다. 바위도 많고 철 난간에 로프 구간이 꽤 많아서다. 암튼 스틱 한 짝으로 별 불편함 없이 산행한다. 감사하다.


사진을 조금만 찍어야지 했는데도 꽤나 많이 찍었다.


남매탑까지는 걷기가 참 좋았는데, 거기서 부터가 문제다. 삼불봉 관음봉까지 오름길이 만만치 않다. 바윗길, 데크길 아득하다.


그런데 하늘이 너무 이쁘다. 삼불봉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이면서 풍경 속에서 숨이 막힌다.

"햐! 하늘 좀 봐! 구름 좀 봐!"

누구랄 것도 없이 함께 한 이들이 저마다 탄성을 지른다.

이런 풍경을 보려고 힘든 산행을 하는 것이리라.


계룡산 관음봉에서 100대 명산 51번째 인증숏 찍는다. 비 소식이 있었지만 비는 안 오고 날씨는 청명하게 좋고 바람도 불어 선선해서 여름에도 계룡산 산행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산은 휘리릭 엄청 빠르다. 연천봉 생략하고 연천봉 고개에서 대장님한테 전화해보고 바로 갑사 쪽으로 내려간다. 2km라서 금방 내려갈 줄 알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가파른 돌길 위험해서 스틱 한 짝을 짚고 한 발 한 발 조심조심 내려온다. 어떤 이는 내 뒤에 오더니 쏜살같이 앞질러서 내려간다.


드디어 편안한 도로가 나와서 또 대장님한테 전화하니 조금 내려오다가 숲길로 들어서란다. 갑사에서도 주차장까지는 약 1km 더 걸어가야 한단다. 하산 완료하니 시간은 약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화장실에서 씻고 여벌 옷을 갈아입으니 개운하니 좋다. 갑사탐방지원센터에서 국립공원 스탬프 3번째 찍는다.


오후 3시 버스는 귀경길에 오른다. 오늘은 5시 30분쯤에 집 도착하겠다,


52좌~제53좌 운장산+구봉산 1일2산 연계 산행(2021.7.24. 토)


날씨가 요즘 많이 무더워서 폭염경보, 폭염주의보를 내렸단다. 산은 비교적 시원하지만,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많이 더울 수도 있다. 땀이 비 오듯 할 수 있어서 여벌 옷은 충분히 준비해왔다.


나는 원래 가장 쉬운 코스를 탈 예정이었다. B코스로 산 정상만 찍고 원점 회귀하는 거다. 오전에 운장산 올라보고, 그것도 힘들면 오후에 구봉산은 안 오르고, 계곡에서 시원하게 놀다 와도 괜찮겠다.


그런데 언제나 변수는 있다. 어쩌자고 운장산+구봉산 1일2산 연계 산행을 했을까? 14km, 9시간, 엄청 힘들었다. 산은 비교적 시원했지만 운장산도 구봉산도 만만치가 않다.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생각했다.

'힘들어봐야 얼마나 힘들다고!'

그런데 그게 아니다. 급경사 오름길에서는 거리가 제대로 안 나온다. 1.2 km 엄청 멀다. 곰직이산 올라갈 때 보니 그렇다. 땀깨나 흘렸다.

운장산 서봉에서의 조망이 좋다. 운장대까지만 갔다가 원점 회귀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30분밖에 안 남았다. 오르락내리락 로프 구간, 바위구간, 너덜길, 도저히 30여 분 만에 하산할 자신이 없다.


오늘 나와 함께 한 분들은 남자 세 분이었는데, 다들 그냥 1일 2산 연계 산행으로 진행하자고 하신다. 그래서 나도 덜컥 합류한다.


그냥 운장산에서 하산해서 택시 타고 구봉산 주차장으로 갔으면 더 나았으려나? 그러나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이다.


여름 산행에서 꽃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운장산과 구봉산에는 제법 꽃이 많다.


한 분은 한 번 산행할 때 사진을 1,000장 정도 찍는다고 한다. 디카를 들고 다니신다.

"햐! 나보다 더한 분이 있구나!"

나는 핸드폰 카메라로 한 200~300장 정도 찍는데 말이다.


운장산 운장대에서 100대 명산 52번째 인증숏 찍는다. 오늘 나와 함께 한 분 중 한 분도 52번째라고 한다. 인증 동기라고 괜히 서로 반가워한다.


운장산에서 구봉산으로 가는 길에는 참나리꽃이 제법 많이 피어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바빠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하고 지나친다.


총 14km이기에 가는 길도 편안한 길이 많아 걷기는 좋다. 중간중간 복병처럼 오르막길이 나타나서 힘을 쭉 빼긴 하지만 말이다.


운장산, 구봉산은 조릿대가 참 많다. 갈크미재에서 곰직이산 올라갈 때부터 시작해서 쭈욱 조릿대 길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숲길 양쪽으로 키 큰 조릿대가 우거져 있다. 스틱으로 조릿대를 헤치며 걷는다. 그래도 반바지를 입고 갔더니 무릎 아래 다리가 자꾸 날카로운 조릿대 잎사귀에 쓸린다.


그렇잖아도 산행할 때 왼쪽 오른쪽 다리가 바위에 살짝 부딪쳐 상처가 나서 꽤 오래가고 있는데, 오늘은 오른쪽 다리 쪽이 들켰다. 산행을 매주 하다 보니 다리 쪽이 성할 날이 없다. 한 번은 얼굴도 다쳐 한밤 중에 응급실에 가서 두 군데나 꿰맨 적이 있고, 팔다리에 상처가 나는 건 다반사다. 또 타고 온 버스를 놓친 적도 오늘 포함해서 두 번이나 있다.

그래도 산행을 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이제 산행 그만해야지.'

힘들 때마다 그러고 마음먹어도 또 가게 된다. 여자가 아기 낳을 때, 너무 아파서 '다시는 애 낳지 말아야지.' 해도 낳은 애가 예뻐서 또 낳는 것처럼 말이다. 우선은 건강에 좋고, 산행 후에는 엔도르핀이 팡팡 솟아 스트레스가 없고, 또 최고의 풍광을 산행 중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이 들기 전에, 아직 건강할 때 부지런히 산행해야겠다.


복두봉에서 멋진 풍경 조망하고 부지런히 걷는다. 편안한 길 걷다가 갑자기 구봉산 정상 가는 이정표가 있는데 한없이 내려간다. 정상 가까이 가면서 내려가는 구간이 있으면 또 오름길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구봉산 오르는 마지막 업힐 구간 정말 힘들다. 345m 표시가 있길래 곧 올라가려나 했더니 한없이 올라간다. 중간에 탈출 구간도 없고 죽으나 사나 계속 올라가야 한다. 에효!


운장산 올라갔다 내려와서 차로 이동, 구봉산은 또 따로 올라갈 계획이어서 물도 한 병만 가방에 넣었더니 벌써 다 떨어졌다. 함께한 분이 물이 조금 남아서 얻어먹으면서 오른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난데없이 이 시조가 생각나는 건 어쩐 일인가! 한발 한발 오르다 보니 어느새 구봉산 정상에 도착한다. 강과 다리의 조화, 산과 들의 조화, 조망이 가히 천상의 세계다!


구봉산 정상에서 100대 명산 53번째 인증숏 찍는다. 나를 기다려주며 끝까지 함께 한 분이 오이와 방울토마토를 주시기에 앉아서 먹고 넋을 잃고 풍경 조망을 한다. 환상의 세계가 따로 없다.


또 시간은 40분밖에 안 남았다. 리딩 대장님에게 전화해서 30분만 기다려 달라니까 10분 이상 못 기다린단다.


구봉산 정상에서 구봉산 주차장까지는 빠른 사람이 한 시간 정도 걸린단다. 급경사 데크길에 돌길, 너덜길, 절대로 빨리 걸을 수 없는 길이다. 안전이 최우선이지 않은가 말이다.


혼자 떨어져 1시간 10분 정도 걸려 하산해보니 부지런히 걸었던 한 분 동행인도, 나와 함께 정상에서 간식을 나눠먹던 분도 다 차를 놓치고 구봉산 주차장에 서 있다.


이러나저러나 오늘 운장산+구봉산 1일2산 산행은 우리 네 사람에게는 무리였다. 한 사람은 복두봉 지나서는 다른 곳으로 내려가 자고, 내일 구봉산 올랐다 온다 하고, 우리 세 사람은 간신히 두 개의 산을 올랐던 거다. 우리가 타고 갈 버스는 10분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그냥 가버렸다. 에효!


셋이서 얼음 음료를 사서 나눠마시고 함께 궁리 끝에 가장 빠른 방법으로 귀가하기로 한다. 구봉산 주차장에서 수원까지 택시 타고 이동하니 약 2시간 30여 분 만에 집에 도착한다. 택시비가 20여 만원이 나왔다. 다행히 세 사람이라 나누어내니 그럭저럭 크게 부담은 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1일2산 인증을 했고, 힘은 들었지만, 안전하고 즐겁게 산행했으니 감사하다. 또 하나, 폭염에 운장산+구봉산 1일2산 종주! 나의 한계를 극복한 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앞으로 1일2산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지리산 반야봉+뱀사골
계룡산 능선과 구름
운장산+구봉신 1일2산 연계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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