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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Mar 31. 2023

분홍물에 흠뻑 젖어든 원미산 진달래동산

부천 원미산+진달래


부천 원미산에 진달래가 만개했다고 인테리어 대장님이 공지를 올렸기에 선뜻 산행 신청을 한다. 일터를 따라 부천에서 2년을 살았는 데도 원미산을 못 올라보아서 궁금했다.


산행 인원은 인테리어 대장님, 버팔로님, 나, 3명이다. 소사역 7번 출구 밖에서 낮 12시 30분에 만나 원미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원미산 가는 길에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초입에는 개나리가 노랗게 아주 이쁘게 피어서 반갑게 인사한다. 어제 실컷 본 꽃이지만 이곳에서는 처음이니까.


요즘 산을 너무 자주 오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꽃은 금방 피었다가 지니까 꽃을 보려면 조금 부지런해야 한다.


느리게 천천히 걷는다. 산이 그리 높지 않고 길은 완만한 오름길이라서 스틱도 안 짚고 오른다.


부천이 시승격 50주년을 맞은 모양이다. 기념해서 50km 걷기 안내문이 분홍 진달래 모양으로 여기저기 걸려 있다. 기발한 발상이다. 어떻게든 운동은 하면 좋으니까. 부천시민들이 원미산을 50km나 걷는다는 생각을 하니 아이디어가 참 좋다 여긴다.


버팔로님은 개인사진은 안 찍고 풍경사진만 찍는다고 해서 인테리어 대장님과 내 사진만 찍는다.


원미산 정상은 금방 오른다. 정자와 정상석이 있다. 정자에 올라가니 소래산과 관악산도 보이고 서울 관악구 쪽과 부천 시내 조망이 된다. 미세먼지가 조금 있지만 그런대로 잘 보이는 편이다. 걷기에도 덥지 않고 선선해서 좋다.


원미산 정상 정자와 정상석에서 기념삿을 찍고 진달래동산 쪽으로 내려간다.


원미산 진달래는 처음 보는데 완전 활짝 피어서 분홍 동산이다. 비슬산 참꽃도 보러 가보았는데 이렇게 예쁘지는 않았다. 꽃이 만개했을 때 그 시기를 맞추는 건 쉽지 않다. 오늘은 딱 맞았다. 아직 진달래동산 도착 전인데도 길가에 진달래 꽃색이 너무 고와서 흠뻑 젖는다.


진달래동산에 도착하니 와우! 입이 떡 벌어진다. 꽃이 너무너무  예쁘게 피었다. 진달래 개화 상태는 현재 80% 수준이다. 이런 게 바로 복이라는 거다. 내 집에 정원이 따로 없어도 전국의 모든 산이 다 내 것이다. 사계절 그 어느 때나 직접 땅을 밟고 아름다움을 맘껏 누리면 그게 바로 내 소유인 것이다.


"지금 진달래꽃이 가장 예쁠 때 꼭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에 들러 보세요. 부천종합운동장역에 내리면 아주 가까워요."


아, 글쎄 올해는 꽃이 일찍 핀다고 꽃 축제를 다른 해보다 한두 주일 앞당겨서 하는  곳이 많다지 뭔가. 꽃도 다 안 피었는데 꽃 축제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축제 끝난 직후에 가거나 조금 전에 가면 꽃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너무 성급한 사람은 일을 그르치는 법이다!"

"너무 설레발 쳐도 일을 그르친다."


그래서 때가 적당해야 좋다.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적절한 때 말이다.


부천 원미산 진달래 축제는 4/8(토)~4/9(일)까지 한단다. 그런데 그 때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다. 며칠 일찍 와보길 참 잘했다.


진달래 분홍꽃을 보면서 마음 분홍분홍 물이 흠뻑 든다. 어제는 노랑물, 오늘은 분홍물, 마음속이 채색화 되어 간다.


"그림이 따로 있나 뭐. 이게 바로 그림이지."

"와우, 이뻐 이뻐!"


진달래 꽃 속에 들어가 한껏 취해본다. 꽃을 보고 있노라니 차암 행복하다.

목련
원미산 안내도 살펴보고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시승격 50주년 부천둘레길 50km 걷기
부천 원미산 정상석과 정자에서
부천 원마산 진달래동산


진달래동산 포토존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꼭 산 정상에서 인증숏 찍는 표정과 닮았다.


포토존 뒤쪽으로 하얀 꽃이 보이길래 저건 무슨 꽃인가 했는데 하얀 진달래란다. 아마도 개량종이 아닐까 싶다. 처음 보는 꽃이라 신기하다.


사람들이 진달래 꽃 속에서 사진을 찍거나 광장 벤치에서 쉬거나 거니는 모습도 보기가 좋다. 진달래 꽃밭이니까 사람들도 덩달아 꽃이 되는 까닭이다. 일명 사람꽃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꽃이 제 아무리 예뻐도 사람꽃보다는 못하다고나 할까? 꽃은 사람들 보라고 만들어진 것이다.


진달래동산에서 한참 논다. 한 바퀴 빙 돌아도 시간은 얼마 안 걸린다.


나는 눈이 크고 깊은 사람, 쌍꺼풀이 있고 속눈썹이 긴 사람이 참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꽃들이 예쁘다. 꽃들은 대체로 안에 씨방 부분이 동그랗고 꽃술이 길다. 꼭 사람 눈을 닮았다.


자세히 보니까 진달래도 속눈썹이 참 길다. 예쁜 진달래 꽃과 눈맞춤하며 유유자적 걷는다.


'오늘은 사진을 조금만 찍어야지. 산행 코스도 짧고, 진달래꽃이야 거기서 거기겠지, 뭐.'

집을 나서면서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정작 원미산 진달래동산에 들어서니 언제 그랬냐는 듯 결심이 무색하다. 핸드폰 카메라이지만 자꾸만 손가락이 눌러진다. 오늘도 200여 장은 쉽게 찍겠다. 그중 몇 장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내가 쓰는 글과 그림의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겠다.


진달래동산은 반원 형태로 둥글게 가꾸어져 있다. 나무판 설명서를 읽어보니 파주 민통선에서 가져다 심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별칭이 '평화의 진달래'이다. 원미산 진달래의 고향이 파주인 셈이다. 진달래를 보며 평화통일을 기원해 본다.


진달래동산 광장 바위에서 긴단 하게 싸 온 도넛, 과일(딸기, 오렌지), 커피, 포카리스웨트 음료를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바로 아래쪽에 화장실이 있어서 들렀다 간다.


그냥 내려가면 부천종합운동장역이라 오늘 산행은 끝나지만, 리딩 대장님이 다시 산으로 올라가잔다. 우리의 하산 지점은 온수역이란다.


덕분에 진달래동산을 또 올라가며 진달래 꽃구경을 더 많이 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내려가면서 보는 풍경, 아래에서 보는 풍경, 올라가면서 보는 풍경이 다 다르다.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때, 어느 프레임을 정할지를 결정하는 것처럼 내 마음속 풍경도 여러 컷 담아본다.


위에서 부천종합운동장을 내려다보는 진달래동산 풍경, 내려가면서 보는 진달래 꽃길 풍경, 아래 진달래 광장에서 반원으로 피어있는 진달래동산을 좌악 둘러보는 풍경, 올라가면서 오름길 데크길 양 옆으로 핀 진달래 풍경, 클로즈업해서 보는 진달래 속눈썹 꽃술과 꽃잎, 내가 찾은 프레임이다. 진달래 동산을 사진과 마음에 담았으니 그림과 글도 써봐야겠다.


노랑노랑, 분홍분홍, 어제는 개나리, 오늘은 진달래, 내가 좋아하는 색인데 실컷 물들다 오니 아직도 물이 다 안 빠진다. 한 주간이 고운 색감이겠다. 날마다 꽃 잔치가 되길 빌어본다.


온수역 덩어리 생고기집 찾아가는 길, 산수유, 제비꽃, 매화도 만나고, 우틀 좌틀, 살방살방 걸어서 오후 3시 30분 목적지에 도착한다.


원미산+진달래 산행은 소사역7~주민회관~원흥철쭉동산~팔각정~원미산~춘덕산~역곡중고등학교~동곡초교~온수역5 코스로 총 6km, 3시간 소요(휴식시간 포함)되었다.


뒤풀이는 온수역 노포 맛집 <덩어리생고기> 집에서 한다. 처음 오셔서 밥값 고깃값 내주신 버팔로님 덕분에 고기가 더 맛이 있다. 셋이서 오붓하니 가성비도 짱이다. 인테리어 대장님이 이쁜 꽃탐, 노포 맛집, 좋은 곳은 다 찾아서 소개해주시니 늘 감사하고, 처음 함산한 버팔로님 섬김도 그저 고맙기만 하다.

부천 원미산 진달래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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