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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Apr 09. 2023

지는 순간의 아름다움, 꽃비 산행

서울 남산순환길

수도산(※) 남산순환길은 모두 5명이 함께 한다. 남자 2명, 여자 3명이다. 인테리어 대장님. 발자취님, 라니정님, 서우님, 그리고 나다.


남산순환길 벚꽃이 아직 피어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주에는 여고 친구들과 여행하느라 산행을 못해서 오늘 살방살방 걸어보려고 한다.


벚꽃이 피어 있으면 다행이고 다 졌으면 남산한옥마을도 걸어보고 또 다른 꽃들을 만나볼 수 있겠다.  비 온 뒤라 날씨는 비교적 맑다.


낮 12시 30분 충무로역 2,3번 출구에서 만나 남산한옥마을을 지나가는데 완전 꽃길이다. 돌단풍, 라일락, 개나리, 벚꽃, 철쭉, 진달래가 예쁘게 피었다. 꽃 탐이다.


남산순환길 벚꽃은 거의 다 졌는데 몇 그루는 아직 꽃이 많이 남아 있다. 대신 다른 꽃들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어제 그제 비가 온 뒤라 꽃잎이 많이 떨어져 있다. 꽃비 산행이라고 해도 좋겠다. 굉장히 운치 있는 걷기이다.


남산한옥마을 지나 다리를 건너 터널을 지나서 쉬어간다. 김밥, 삶은 계란, 오렌지, 에너지바, 커피 등을 마신다. 놀멍쉬멍 여유 있는 시간이다.


남산순환길도 참 여러 갈래이다. 급경사로 오르는 길도 있고 완경사로 오르는 길도 있다. 인테리어 대장님은 거의 편안한 길로 안내한다.


남산순환길을 따라 만들어놓은 인공 물길과 <목멱산호랭이> 음식점 옆에 인공폭포가 시원하다. 이전에 대학친구들과 이 음식점에서 한두 번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깔스러웠다.


남산순환길에 꽃비가 엄청 내렸다. 서우님은 꽃비 내린 곳을 좋아해서 연신 포즈를 잡는다. 서도 보고 앉아도 보고 다양한 제스처도 취해 본다. 라니정님도 서우님과 죽이 잘 맞는다.


나는 어째 포즈에는 자신이 없다. 그냥 일자로 가만히 서서 사진을 찍는다. 어쩌다 발을 들고 날아가는 포즈를 취해보기도 한다.


발자취님이 발을 하나 살짝 구부리던가 내놓던가 손은 들던가 뭐 조금만 변화를 줘도 좋다고 해서  노력을 해본다. 그래도 어색하다. 아무래도 사진작가가 따라올 때는 포즈 취하는 연습도 좀 하고 나와야 할 것 같다. 후훗!


남산순환길 꽃비 산행은 아마추어지만 사진 솜씨가 남다른 인테리어 대장님 리딩에다 사진작가 발자취님까지 함께 해서 또 출사사진이 되었다. 사진작가들은 특징이 자기 사진은 안 찍고 다른 사람 사진만 찍어준다. 덕분에 엄청 많은 사진을 남겼다. 이 나이에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고맙고 감사하다.


나는 주로 뒤에서 수도산님들 걷는 모습을 찍어본다. 그거라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발자취님 다리가 길어 뒷모습 사진도 꽤나 멋스럽다.


남산한옥마을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한 남산타워의 우뚝 선 모습이 걷는 동안 보이다가 숨었다가 또 보인다. 꽃을 살짝 넣어서 담거나 행운의 열쇠를 넣어서 담아보니 아주 멋스럽다.


멀리서 보면 남산에는 올라갈수록 아직 벚꽃은 많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살구나무 분홍색도 진해서 예쁘다.


귀룽나무 하얀 꽃도 흐드러지게 피어서 탐스럽다. 처음에 귀룽나무 꽃이름을 몰라 서우님이 검색을 해보았다. 사실 나는 이 꽃을 몇 년 전에 가리왕산 이끼계곡 산행에서 엄청 많이 보고 감탄을 했었는데 그새 꽃이름을 까먹은 것이다. 또 어디선가 보면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백 년은 되었을 법한 고목과 파란 하늘과 구름과 나무의 어우러짐이 완전 한 폭의 수채화다.


<바퀴 달린 브레드 이발소> 버스도 보이고, 서울시티투어 2층 버스도 지나간다. 2층버스도 해외여행에서 보면 참 신기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산길에 벚꽃이 양지에는 다 떨어지고 음지에는 아직 남아 있는 풍경을 담아본다. 같이 피어있다가 먼저 떨어지는 꽃에게 남아 있는 꽃잎이 무어라 말했을까? "내년에 또 만나."


그런데 사람은 그럴 수가 없다. 같이 살다가 먼저 가는 이에게 "또 만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수많은 동화에서는 한번 살다 간 이들이 다시 사물로도 식물로도 영으로 깃들어 살아가지만 말이다. 실제 가보아야 진짜인지는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또 하루가 뿌듯한 꽃비 여운을 남기며 저물어간다. 지는 순간의 아름다움 꽃비, 흙 위에 살포시 덮였다가 어느 순간 한 줌 흙이 되는 꽃비, 에서 무가 되는 순간, 그러나 모든 것을 창조해 내는 신비스러운 흙이 되는 순간, 아래로 아래로 뿌리 속으로 깊숙이 넓게 스며 들어가리라. 다른 생명체들에게도 영양 가득한 살신성인의 모습이다.


뒤풀이는 인테리어 대장님 단골인 동대입구역 광희동 '원조의 원조' <평안도족발집>에서 한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단골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곳이다. 족발은 아주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거라서 담백하고 쫄깃하다. 반찬은 딱 두 가지 생채와 동치미인데, 엄청 맛있어서 자꾸 가져다 먹는다. 족발은 상추와 밥을 함께 넣고 싸서 먹고, 비빔막국수를 주문해서 입가심한다. 막국수가 어찌나 단 지 다들 입맛 버렸다고 그러는 중인데, 의외로 발자취님이 단 것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는다.


리딩해주신 인테리어 대장님과 사진봉사해 주신 발자취님, 그리고 즐겁게 함산 한 어여쁜 여산우 님 서우님과 라니정님에게 감사하다.


※수도산 : 다음수도권산악회

돌단풍, 진달래
귀룽나무, 벚꽃
파란 하늘, 하얀 구릉,  초록 나무
꽃비
행운의 열쇠
개나리, 영춘화, 라일락
벚꽃 엔딩
남산순환길 꽃비 산행
남산순환길 꽃비 산행 지도 : 총 7km, 3시간 30분 소요(휴식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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