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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Apr 03. 2023

나의 불평과 은사, 그리고 변화

'내가 늘 불평, 불만하는 것"이 바로 "나의 은사"라고 그런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이렇게 안 해준다"라고 불평하고, "이러면 안 된다"라고 불만을 가지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은사"라고, 송길원 교수님의 '아름다운 기도'를 읽다가 곰곰 생각해 본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나의 은사는 바로 늘 내가 불평, 불만을 가지는 것을 살펴보면, 그 불평, 불만하는 일을 잘 들어보면, "그 속에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나의 은사를 그렇게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의 은사"를 내 불평 속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첫 번째로, 나는 늘 권력을 가지고 아랫사람을 좌지우지하고 제압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불평, 불만이다. 도무지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화가 나고 싫다. 그런 사람 밑에서는 절대 복종하지 않으려고 하는 고집이 있다.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잘못된 권력을 가지고 휘두르려고 하는 사람들이 윗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아마도 나의 은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하는 것, 다른 사람을 속박하지 않는 것, 자유로운 것, 뭐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고 나의 은사인 셈이다.

 

두 번째로, 나는 교만한 사람들이 늘 불평, 불만이다. 돈이나 명예나 권력, 학벌이나 건강이나 무엇 하나 가지고 있으면서 거들먹거리고 다른 사람 알기를 우습게 아는 사람,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이 있는 사람을 절대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보면 완전 밥맛이 뚝 떨어진다. 절대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교만한 사람 쪽이 아니라 겸손한 사람 쪽인 셈이다. 사실이 그렇다. 실제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교만할래야 교만할 수도 없다. 돈도 없고 미모도 없고 명예도 없고 그렇다고 직장도 내로라 할만큼 번듯한 게 아니고 이렇게 저렇게 자꾸 옮겨다녀야 하는 것이, 건강도 그냥 그런 정도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런 나를 보고도 '교만하다'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학벌 없는 사람들이 꼭 그런다. 그러나 나의 '학벌'이라는 게 그저 그렇게 얻어진 것이기에 그런 말을 들으면 참 억울하기도 하다. 재수, 삼수를 하다가 결국은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1년 내내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냥 시험만 봐서 들어간 곳이 나의 학벌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들어갔다면 교만하다고 말을 들어도 억울하지는 않을 텐데, 그야말로 하나님의 은혜로 들어간 곳이 내 학벌이 되었는데, 맨날 그 학벌이 문제가 된다.

 

평신도 시절 어떤 권사는 내가 구역교사 직분 하나 맡는 걸 보고 나에게 대놓고 자기는 학벌을 돈을 주고 사려고 했는데 사지 못했다면서, 목사님이 왜 자기를 제쳐두고 나를 구역교사에 임명했는지, 무엇이 자기보다 나은지 알아봤더니, '글쎄, 학벌'이더라면서, 구역예배 드리는 동안 왕시어머니 노릇을 했다. 예배시간이 길다, 짧다, 예배순서가 틀리다, 왜 주기도문을 먼저 하느냐? 그러다가는 아예 구역예배에 나오지를 않는다. 자기는 15년 동안 한 번도 구역교사 직분을 맡지 않은 적이 없었고, 한 번도 구역예배에 빠진 적이 없었다면서, 내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간 것처럼 말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놈의 학벌이라는 것이 이미 생겨버린 것이기에 없앨 수도 없고, 학벌이 없는 사람에게는 내 학벌 정도로도 그들에게 열등의식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된다면, 내가 이만한 학벌을 가지고 있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무조건 미안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께 더욱 교만해지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다.

 

내가 늘 불평불만하는 일, 그 속에 나의 은사가 숨어있다는 시각은 참 독특하고도 새롭다. 불평불만을 뛰어넘어 나의 은사를 발견하고 내 모습이 주님 원하시는 좋은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다면, 불평불만도 참 아름답게 사용되는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하나님께서 우리 사람을 만드실 때 정말이지 쓸데없는 것은 하나도 안 만드신 것 같다는 생각이다. 100% 옳으신 하니님이시다. 그래서 오늘도 내 불평불만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며, 민주적이고 겸손한 리더가 되게 해달라고, 내 모습이 먼저 변화되게 해달라고 기도드린다.



아름다운 기도 / 송길원 ♡


나와 아내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아내는 왼손잡이다.

그래서 습관에 따라 국그릇을 왼쪽에다 잘 갖다 놓는다.

별거 아닐 것 같은 그 차이가 신경을 건드린다.


거기다 나는 종달새 형이다.

새벽 시간에 일어나 설친다.

늦잠을 자면 무조건 게으르다고 여긴다.


그런데 내 아내는올빼미형이다.

밤새 부엉부엉 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든다.

도대체 맞는 구석이 없다.


나는 물 한 컵을 마셔도 마신 컵은 즉시 씻어 둔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고 언제 해도 할 일이며

내가 다시 손을 댈지 모를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내 아내는그게 안 된다.

찬장에서 꺼내쓸 그릇이 없을 때까지 꺼내 쓰다가

한꺼번에 씻고 몸살이 난다.


나는 미리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나와 달리 아내는 떠나야 할 시간에 화장한다고

정신이 없다. 다가가서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화장품 뚜껑이라는 뚜껑은 다 열어 놓고 있다.

나는 그게 안 참아진다.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아니, 이렇게 두고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향 다 날아가고 뭐 땜에 비싼 돈 주고 화장품을 사. 차라리 맹물을 찍어 바르지. 확 부어버려. 맹물 부어줄까 그래.”


거기다 나는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거의 없다.

나중에는 견디다 못해 성경책까지 들이밀었다.

“여보,예수님이 부활만 하시면 됐지, 뭐 때문에 그 바쁜 와중에 세마포와 수건을 개켜놓고 나오셨겠어? 당신같이 정리 정돈 못하는 사람에게 정리 정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싶으셨던 거야.그게 부활의 첫 메시지야. 당신 부활 믿어, 부활 믿냐고?”


그렇게 아내를 다그치고 몰아 세울 때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

"야,이 자식아 잘하는 네가 해라 이놈아. 안 되니까 붙여 놓은 것 아니냐”

너무 큰 충격이었다. 생각의 전환, 그렇게 나 자신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있다. 나의 은사는 무얼까? 하지만 뜻밖에도 너무 간단하게 은사(gift)를 알 수 있다. 내 속에서 생겨나는 불평과 불만 바로 그것이 자신의 은사인 것이다.


이를테면 내 아내는 물건이 제자리에 놓여 있지 않고 종이 나부랭이가나 뒹구는 데도 그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불편한 게 없다. 오히려 밟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나는 금방 불편해진다. 화가 치민다. 이 말은 내가 아내보다 정리 정돈에 탁월한 은사가 있다는 증거다. 하느님은 이 은사를 주신 목적이 상대방의 마음을 박박 긁어놓고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무기로 사용하라는 데 있지 않다.


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섬기라고 주신 선물이다. 바로 그 때 내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 아내한테는 뚜껑 여는 은사가 있고 나에게는뚜껑 닫는 은사가 있다는 사실을...

그 때부터 아내를 대하는 내 태도가 바뀌었다. 아내가 화장한다고 앉아 있으면내가 다가가 물었다.

"여보,이거 다 썼어?그러면 뚜껑 닫아도 되지, 이거는? 그래, 그럼 이것도 닫는다."

이제는 내가 뚜껑을 다 닫아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렇게 야단을 칠 때는 전혀 꿈쩍도 않던 아내가 서서히 변해 가는 것이다. 잘 닫는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세게 잠갔던지,이제는 날더러 뚜껑 좀 열어 달라고 한다.


아내의 변화가 아닌 나의 변화. 그렇게 철들어진 내가 좋아하는 기도가 있다. 내가 젊었을 때는 하느님에게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중년이 되었을 때 인생이 얼마나 덧없이 흘러가는 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와 함께 평안히 살도록 인도해 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늙어 여생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나는 나의 우둔함을 깨달아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드리는 기도는 나를 변화시켜 달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이런 기도를 드렸더라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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