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가 빼어난 프랑스 영화《아름다운 여행》을 보았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 생각나는 영화이다. 이 책은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주제가 담겨있고, 갈매기들이 하늘을 나는 이야기이다. 어미새가 새끼새에게 나는 법을 가르친다.
영화《아름다운 여행》 역시 하늘을 나는 이야기이다. 14세 소년 토마와 기러기들이 주인공이다. 토마는 이혼한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가 휴가차 시골 농장에 가는 아빠에게 3주간 맡겨지면서 멸종위기동물인 기러기들과 만난다. 아빠가 부화시켜서 탄생한 쇠기러기 들이다. 그중 한 마리는 흰뺨기러기이다. 토마는 이 기러기를 '아가'라 부르면서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는다.
아빠는 기러기들이 태어나면서 처음 만난 목소리를 기억하고 부모로 여기며 따라간다는 것을 이용해서 기러기의 고향인 북극에 데려가서 길을 알려주려고 한다.
아빠는 박물관에서 허가를 받지 못하자 직인 도장을 훔쳐 일을 진행한다. 아빠가 휴가를 보내는 농장이 있는 지역은 나라에서 습지를 없애고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 멸종위기동물이 발견되면 연구차 6개월을 지연시킬 수 있어서 그 시간에 쇠기러기들을 부화시켜 보존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기러기들이 날아가는 길을 알려주고 오갈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옆에서 아빠를 지켜보던 토마가 이 일을 멋지게 해낸다. 토마는 낡은 서가에 꽂힌 《닐스의 모험》동화책을 읽고 용기가 생겼는 지도 모른다. 아빠가 가르쳐준 경비행기를 조종하여 기러기들을 데리고 여러 바다 위를 난다. 그 길은 유럽을 횡단해서 북극으로 가는 길이다. 연료 부족, 맹수, 배고픔, 기상변화 등 수많은 난관을 겪으면서도 토마는 무사히 쇠기러기들을 훈련해 낸다. 가장 약해서 뒤처진 흰뺨기러기도 마지막 순간에는 토마 품에 안겨 비행을 마친다.
토마는 결국 연료고갈로 만나게 된 소녀의 도움을 받아 기러기들을 훈련해 내는 데 성공하고 그 소녀가 찍은 영상을 통해 영웅이 된다. 기러기들은 자기들이 날아간 길을 기억하고 토마를 찾아온다. 토마는 환경을 지켜내고, 아빠는 자랑스러운 아들로 인해 환영을 받으며 일터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부정적이었던 방송에서도 이제 토마와 기러기들과 아빠를 긍정적으로 보도한다.
이 영화는 조류학자 크리스티앙 물렉의 실화를 바탕으로 환경 문제를 다룬 영화라고 한다. 실화에서는 소년이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를 위해 각색한 것이란다. 소년 토마가 주인공이어서 더욱 뭉클한 감동을 준다. 소년과 기러기들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땅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의 땅을 물려받은 게 아니라 후손에게 잠시 빌린 것이다."(인디언 속담)
이 영화에서 토마는 어려움을 겪을 때, '안내하면서 안내받는 거'라는 아빠의 말을 기억한다. 그렇다. 가장 배우기 쉬운 것은 남을 가르칠 때라고 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안내할 때 우리 자진도 가장 잘 안내받는 것이다.
《아름다운 여행》은 집에서 보기에는 아까운 영화이다. 영화관에 가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다시 보고 싶다. 바다와 토마의 경비행기와 기러기들이 줄을 지어 날아가는 장면은 한 장 한 장이 다 예술이다. 그저 한번 보고 지나가기에는 너무나 환상적인 영상들이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른다.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