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미국 이민 경험이 녹아있는 반자전적인 영화라고 한다. 윤여정 배우에게 2021년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안겨준 영화이기도 하다.
《미나리》는 어느 한국인 가족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로 이사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농장 한가운데 폐차 직전의 낡은 버스 같은 컨테이너가 놓여있다. 그게 바로 그 가족이 살아갈 집이다. 물도 안 나오고 가스도 안 켜지고 엉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년 동안 병아리감별사로 일하던 아빠 제이콥과 엄마 모니카, 그리고 자녀 딸 앤과 아들 데이빗은 아빠가 자기 농장을 만들기 원해서 아칸소로 함께 이사한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일을 나가고 막내 데이빗은 심장병을 잃고 있어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모니카의 엄마 순자, 외할머니가 가방에다 고춧가루, 멸치, 한약, 미나리씨를 잔뜩 담아 가지고 와서 함께 산다.
희망을 찾아 미국 이민을 선택한 한국 가족, 그러나 이민자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 아빠는 신앙이 좋고 농장일을 잘 아는 털털한 폴의 도움을 받아 농장을 금방 번듯하게 일구는가 싶지만 금세 어려움에 직면한다. 수도가 터지고, 야채를 사가겠다는 사람이 약속을 어기고, 자금난에 직면했는데 대출도 받기 어렵다. 거듭거듭 실패를 한다. 끝내는 외할머니 순자가 뇌졸중에 걸려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농장 전체를 불태우고 만다. 모든 것이 다 물거품이 되어 이들 가족은 캘리포니아로 돌아간다.
그런데 외할머니 순자가 아칸소 농장 저 안쪽 깊숙한 물가에 심어놓은 미나리는 무성하게 자라 있다.
"미나리는 어디에서나 잘 자라.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외할머니는 데이빗에게 말해준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미나리의 자생력'에 대해 생각한다. 미나리는 어떤 환경, 어떤 형편에서도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배우 윤여정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가수 조영남은 윤여정이 너무 못 생겨서 같이 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윤여정 배우는 그 모든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남아 연기자의 길을 묵묵히 가고 끝내는 최고의 영예인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참으로 '미나리의 자생력'이 윤여정 배우의 삶 자체가 아닐까 싶다.(※)
영화 《미나리》는 많은 상을 받았다. 정이삭 감독도 이민자로서 영화감독으로 성공하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배우도 감독도 그러하기에 《미나리》 영화가 사람들의 관심과 찬사를 받게 되고, 관객들에게 뭉클함을 주었을 것이다. 진솔한 경험 이상의 감동은 없다.
미국이든 그 어디는 다른 나라에 가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정착한 이민자들도 '미나리의 자생력'을 지녔음에 틀림 없다.
"애들도 한 번쯤 아빠가 뭔가 해내는 거 봐야 될 거 아니야!"
미나리에 나오는 이 명대사야말로 배우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말해주고 싶은 내용이 아닐까 싶다.
《미나리》의 관객인 우리도 한 번쯤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
영화 《미나리》
※ 윤여정 배우의 명언
1.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한 거야. 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가장 잘해.
I acted because I was hungry, and people spoke highly of me. That's why art is Savage. Actors act best when they need money.
2.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어른이라고 해서 꼭 배울 게 있느냐?
I live my life , you live yours. You don't have to learn from someone just because that person is old.
3. 60세가 되어도 인생은 몰라요.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요. 나 67살이 처음이야.
You don't know your life even when you become 60. You are new being 60. I am new being my 67.
4.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There is no life that does not have regrets and sorrow.
5. 앞서 나간 생각을 가진 사람은 오래 살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 나를 이해해 주는 세상이 와.
He who precede others should live long, then one day people will understand him.
6. 젊은 때는 아름다운 것만 보이겠지만, 아름다움과 슬픔은 같이 간다.
You only see beautiful things when you are young, but beautiful things go along with sadness.
7. 배우가 '주인공이 아니면 안 해'라고 말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If an actor says " I only want to b a main character" , he / she is a fool.
8. 할머니 역을 잘해서 사람들한테 늙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
I wanted them to think ' she's good at being a grandmother in movies , so she's okay to be old.
9. 그래, 혜교는 중국 시장, 지우는 일본 시장, 나는 재래시장이나 지킬래.
Okay, Hegyo goes to Chonese market, Jiwoo goes to Japanese market, and I go to conventional market.
10. 조금씩 나이가 들어갈수록 쓸쓸할 수는 있는데, 그렇게 생각 안 하기로 했어요. 그게 인생인데 뭐.
It can be a sad thing to be getting old but I decided not to think that way, because that' s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