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뚱뚱한 캐릭터 정은혜 씨는 호산나 대학을 졸업했지만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집에서 뜨개질이나 하면서 강아지 로지의 머리나 쓰다듬으면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은혜 씨는 미술학원에서 청소와 뒷정리를 해주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해보고 싶어서 그림을 그린다. 《니얼굴》은 그렇게 시작한 그림으로 아름다운 '니얼굴' 캐릭터 화가가 된 정은혜 씨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양평 문호리리버마켓(※1)에서 캐리커처 셀러 《니얼굴》로 참가해서 재능을 돋보인 은혜 씨는 추위와 졸음을 이겨내고 손등이 다 터지도록 고되게 손님들을 맞는다. 쓱쓱싹싹 은혜 씨의 연필 소리가 바쁘다. 고객들은 예쁜 얼굴을 안 예쁘게 그려주는 자신들의 캐리커처를 마음에 들어 한다. 개성 있고 특징을 잘 살린 시원시원한 그림이다. 때로는 친구와 가족과 함께 한 모습을 그려달라고 한다. 은혜 씨는 수많은 '니얼굴'을 그리게 된다. 2천 점이 넘게 되어 폐공장에서 전시회도 한다.
이 영화에서는 당연히 캐리커처를 그리는 은혜 씨가 아름답지만 옆에서 함께 하며 돕는 엄마 장차현실 씨도 아름답다. 은혜 씨의 재능을 발견하고 캐리커처를 그릴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해 준다.
서촌화가 김미경 씨도 은혜 씨가 존경하는 인물이다. 아마도 은혜 씨의 모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은혜 씨가 닮고 싶고 되고 싶은 화가 말이다,
은혜 씨는 장애인복지회관에서 청소를 하며 그림을 그렸지만 이제 일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서 그림만 그린다.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가 되고 드디어 책에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가 된다. 양평에 작업실을 마련해 캐리커처 그림뿐만 아니라 풍경 그림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모습도 그리게 된다.
영화 《니얼굴》에서는 은혜 씨의 그림도 아름답지만 은혜 씨와 엄마, 주변 사람들이 추는 춤도 아름답다. '신명'이 난다고나 할까? 아빠가 부르는 노래는 잔잔한 배경이 되어 준다.
"내가 왜 그랬을까? 미안하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희한한 치유가 일어난다.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들이 그 노래 속에서 녹아내린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미안할 것이 없다. 이제 은혜 씨가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좀 오래되었지만, 교회에서 몸을 비틀며 말도 똑바로 하지 못하는 뇌졸중 환자 장애우 부부의 간증을 들은 적이 있다. 서 있기도 어려워 앉아서 장애가 있는 남편이 말을 하면 정상인인 아내가 통역을 했다.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남자 장애우는 자존감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마음에 드는 예쁜 여자에게 청혼을 했는데 장로님인 여자 친구 아버지가 반대를 하자 "나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사람입니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며칠 고민을 하며 기도하던 여자 친구 아버지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했단다. 그런데 그 장애우는 간증도 하고 책도 내서 "지금은 저 때문에 가족들과 처가식구들이 먹고 삽니다."라고 했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한 송명희 시인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시는 많은 복음송으로 만들어져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뇌졸중을 앓는 시인은 그 무엇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하나님(※2)이 불러주시는 대로 삐뚤빼뚤 시를 적었다고 한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고백하고 있다.(※3)
'니얼굴' 캐리커처 작가 정은혜 씨도 이런 노래를 부르지 않을까 싶다. 영화 이후 총 4천 명 캐리커처를 그린 은혜 씨는 이제 '1만 명 캐리커처 그리기'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예쁘게 그려주세요."
그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은혜 씨는 '니얼굴' 그림을 그리면서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세상에 안 예쁜 얼굴은 없어요."
우리 모두가 예쁘다고 말하는 은혜 씨의 얼굴이 가장 예쁘다.
※1. 양평 문호리리버마켓 : 양평 문호리 강변을 따라 열리는 마겟으로 다양한 셀러들이 참가해서 재능과 물건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