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문학상을 받거나 베스트셀러 책은 웬만하면 몇 권 쯤은 읽어보는 편이다. 두고두고 사랑받는 책 고전을 주로 읽지만 시대와 풍조를 알기 위해서 지금 당대에 인기 있는 작품을 일부러 읽어보는 것이다. 대체로는 공감이 가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런데 이번에 구입해서 읽은 <세상 끝의 카페>는 책이 얇고 가독성이 좋아 단숨에 읽기는 했는데, 화려한 포장 안에 아주 조그만 뻔한 선물이 들어있는 듯 조금 허망한 느낌이다.
이 책은 소설 형식을 빌어서 쓴 자기 계발서이다. 일에 지친 존은 일주일간의 휴가를 얻어 가는 중에 차가 막혀 되돌아가다가 <세상 끝의 카페>를 만난다. 배도 고프고 자동차 기름도 조금밖에 안 남아 있고 인적도 없는 중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카페이다. 존은 메뉴판 뒤에 적혀있는 3가지 질문을 읽는다.
1.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
2. 죽음이 두렵습니까?
3.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그리고 존은 그곳에서 서빙하는 케이시와 요리사 마이크, 마이크의 애인 앤을 만난다. 존은 음식을 주문해서 먹으면서 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3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간다.
1. 존재 이유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하면 된다.
2.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죽을까 봐 두려운데, 그것을 찾아서 하면 죽음이 두렵지 않다.
3. 존재 이유를 찾아 하고 싶은 일을 열정을 가지고 하면 행운이 따라오고 돕는 사람도 생겨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인기가 있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너무 뻔한 이야기인데, 아마도 지나친 포장 <세상 끝의 카페>라는 제목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사실 나도 이 제목 때문에 읽어보고 싶었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라. 그러면 사람도 돈도 행운도 따라온다. 그것이 나의 존재 목적이다."
한두 줄이면 끝날 이야기를 너무 길게 썼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 죽음에 대해서 존이 찾은 대답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존재 목적에 맞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한다고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 어느 유명한 배우가 가장 최고의 정점에 올랐을 때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서 허망해서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죽음은 우리가 아무리 존재의 목적에 맞게 산다고 해도 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두려운 것이다.
길을 잘못 들어 하룻밤 묵은 세상 끝(정말 세상 끝인가는 의문이 들지만) 카페에서의 대화, 존과 세 사람의 질문과 해답, 바닷물을 이용해서 멀리 가는 녹색 바다거북 이야기와 돈이 덜 중요하게 느껴지는 돈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리고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그 일부인 존재로 서 있던 코스타리카 해변 등 생각해 볼 꺼리는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아무리 뻔한 이야기라도 실천하면 결과가 있다. 존재의 목적을 찾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문구멍을 내다보는 것에 불과하지만 실천하면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열정을 가지고 일평생 열심히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