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에 꽃은 많이 없다. 하산길에 군데군데 노란 꽃술을 단 구절초 하얀 꽃들이 반겨주었지만 말이다.
청량산에는 희한한 나무들이 많다. 할배할매송, 여여송, 삼부자송 등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나무들이다. 바위나 굴, 나무나 봉우리에 이야기를 짓는 사람들이 참 재미나다는 생각을 한다.
제61좌 단풍 절정에서 : 청송 주왕산(2021.10.30. 토)
청송 주왕산 단풍 절정 속을 걸으며 20대 때 만났던 설악산의 고운 단풍과 재회한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산에서 내려오기가 싫다. 내일이 주일만 아니면 하루 묵었다 가도 좋겠다 싶은 단풍 명소이다.
함산 한 희망봉 대장님이 날짜를 정말 잘 잡았다고 연신 감탄을 하신다. 나도 그렇다.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다.
주왕산 병풍바위는 오를수록 비경이다. 병풍바위 아래로 펼쳐지는 단풍 치마도 참 알록달록 수채화다. 초록 노랑 빨강 물감을 어찌나 배합을 잘해서 칠해 놓았는지 주님의 세계에 넋을 잃고 바라본다.
그런데 대장님 하시는 말씀이 하산길은 더 비경일 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말로는 다 표현을 못하겠다. 붉다가 노랗다가 연둣빛이다가 또 하늘을 향해 빨갛게 불타오른다. 단풍은 하늘을 향해 무슨 소원이 있는 것일까?
주왕산 정상 주봉에서 100대 명산 62번째 인증을 한다. 인증숏 찍는 줄이 길어서 우리는 그냥 살짝 옆에서 찍었다. 줄을 섰다면 30~40여 분 정도는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정상석도 내 모습도 잘 나왔다.
주왕산은 육산이라 참 걷기가 좋다. 거리도 적당하다. 오름길도 완만해서 무리가 없다. 단풍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도 여유가 있다.
대장님은 성큼성큼 앞서 가시지만 나도 걷기 좋은 길이라 잘 따라간다. 나보고 인제 리딩해도 되겠다고 그러신다. 나는 느려서 안된다고 그랬다. 대장이 맨날 후미에서 꼴찌로 오면 되겠냐고. 그렇지만 오늘은 꼴찌를 안 했다. 대장님이랑 같이 걸으니 걸음이 빨라진다. 대장님은 셋이서 함께 온 여산우님들을 잘 챙기신다. 역시나 자상하시다.
대장님이 찍어주신 사진은 사진마다 작품이다. 단풍 절정에서 내 인생의 절정에 대해 생각한다.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하고. 시간 많고, 건강하고, 자유하고, 가장 예쁜 건 다 보고, 일이 있고, 나 쓸 돈 있고, 그러면 되지 않겠는가!
곧 흙이 될 거면서 마지막을 저토록 아름답게 준비하는 단풍을 보며 가슴이 숙연해진다. 나의 마지막도 단풍 같았으면 좋겠다.
제63좌 첫눈 산행 : 합천 가야산(2021.11.13. 토)
합천 가야산은 몇 년 전에 한 번 갔는데, 그때는 산행 다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초창기라서 좀 많이 힘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함산 한 이들 중에는 오랜만에 산에 와서 힘들다며 자꾸 쉬어가곤 했다. 그래서 끝내 정상을 못 가고 서성재까지만 가고는 하산했다.
그래서 오늘 다시 간다. '남겨두고 와야 또 갈 기회가 생긴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합천 가야산도 계단이 많아 조금 힘든 코스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체력이 제법 좋아졌으니까 잘 걸을 수 있을 거다.
리딩 대장님은 지난해 남해 금산에 갔을 때 함산 했던 분인데 올만에 만나서 반가울 것 같다.
합천 가야산은 가을과 겨울의 공존을 잘 보여준다. 백운동탐방센터 지나니 초입에 단풍이 곱다. 용소골 계곡 물소리와 서성재 쪽으로 오르다 보니 응달에 희끗희끗 눈이 보인다. 며칠 전에 내린 첫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는 거다.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첫눈 산행이다.
오늘 우리는 합천 가야산 만물상 코스 예약을 안 해서 그 코스는 못 오르고, 용소골 코스로 오른다. 그렇지만 나는 지난번에 만물상 코스는 다 보았으니까 괜찮다. 오히려 용소골 코스가 걷기 좋고 코스도 짧아 편안한 산행이다.
서성재에서 점심을 먹고 칠불봉, 우두봉(상왕봉)을 향해 오른다.
가야산에는 눈이 거의 5cm 정도는 내린 것 같다.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이 밟고 지나갔어도 아직 남아있는 걸 보니 온도가 영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산행할 때는 땀이 살짝 나고, 춥지도 않고, 딱 걷기 좋은 날씨다.
칠불봉과 우두봉 가까워지면서는 급경사 계단이 쭈욱 이어진다. 바위 비경과 주변 풍경은 그만이다. 감탄을 하며 산을 오른다.
합천 가야산 우두봉에서 100대 명산 63번째 인증숏 찍는다. 주변 조망을 하는데 날이 좋아 저 멀리까지 시원하게 보인다.
칠불봉과 우두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해인사 쪽으로 내려가기 위해서 올라갔던 급경사 데크길을 다시 내려온다.
하산길도 초반에는 암릉에다 계단이 제법 있다. 어떤 젊은이들은 운동화를 신고 산에 와서 미끄러워 암릉을 잘 내려가지 못한다. 쭈르르 미끄러지는데 아슬아슬하다. 겨울산은 릿지 등산화와 스틱, 아이젠이 필수인데 말이다. 오늘은 눈이 녹고 있어서 아이젠까지는 필요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해인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편안하고 걷기 좋다. 단풍도 곱다.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