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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란 우리가 '실수'에 붙인 다른 이름이다

오스카 와일드

by 서순오

<행복한 왕자>라는 동화를 쓴 오스카 와일드는 굉장히 부유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잘생긴 외모에 명석한 두뇌에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 어디에서나 두각을 나타내어 촉망받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현대의 사람들도 그의 이름은 모른다 할지라도 <행복한 왕자>라는 동화는 너무나 유명해서 누구나 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행복한 왕자'의 동상에 새겨진 보석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이야기이다. 나중에는 자신의 눈 속에 박힌 보석까지도 주어버린다.


그런데 그는 늘 정상에 서서 자신이 가지고 누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해진 것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밑으로 자꾸 추락하고 싶은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천재를 헤프게 쓰고, 젊음을 낭비하는 것에 야릇한 즐거움을 느꼈다'라고 한다. '정상에 있는 것이 지겨워 새로운 감각을 찾아 구렁 속으로 내려갔단다, 고통의 모든 방식을 거쳐서.'


그가 꿈꾼 대로 그의 삶은 곤두박질쳤다.


'사람이 무엇을 꿈꾸는가?'는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른다.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유명해질 거야. 유명해지지 않을 거면 악명라도 떨칠 거야."


오스카 와일드는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이런 유명한 말도 했다, <행복한 왕자>가 전해주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삶, 동성애자이며 청소년 성추행의 추문에 휩싸여 고소까지 당하는 일을 겪었다.


아마도 오스카 와일드는 쾌락주의의 삶을 산 듯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으니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이다.


정선 가리왕산 이끼계곡은 500년 된 천연의 숲이라고 한다. 폭포수가 힘차게 쏟아지며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음지에서 자라는 이끼들이 바위와 숲에 환상적인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조용히 있는 그 자리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조그만 것들, 물, 습기, 그늘 같은 것으로 오랜 세월을 견디며 한껏 아름다움을 피워낸 것이다.


지금 현재 바로 당대에 비록 유명해지지 못하더라도 이 땅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선하게 살려고 하면 참 좋지 않을까 싶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경험'이 '실수'의 다른 이름이라면, 가능하면 '경험'을 적게 하면서, 그래야 '실수'가 적을 테니까 말이다.


책을 읽다 보면 파란만장한 사람의 이야기가 재미가 있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쓸 것이 많은 사람은 그다지 잘 산 것 같지 않다. 성경에도 보면, '하나님과 동행한 에녹은 죽음을 보지 않고 하늘로 올라갔다'라고 단 한 줄에 기록되었다.


유명인으로 사느냐 무명인으로 사느냐 역시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또한 나 스스로 보기에 잘 살았느냐? 다른 사람이 보기에 잘 살았느냐? 그보다도 '하나님 보시기에 잘 살았느냐?'가 더 중요다.


우리는 죽음 이후에 우리를 지으신 그분께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 땅에 남겨놓은 업적이나 재물이나 작품으로 평가를 받는 게 아니.


"'경험'이란 우리가 '실수'에 붙인 다른 이름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삶을 따라 살 필요는 없지만 그가 한 이 말은 꼭 기억해 두면 좋을 글귀이다. 우리가 경험을 풍부하게 한다고 아무렇게나 살지 않기 위해서이다.

사진 : 정선 가리왕산 이끼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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