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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n 12. 2023

문어에게서 삶의 지혜와 의미를 배운다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

레이그 포스터는 자신이 하는 영화일에 의미 찾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늘 놀던 바다는 그를 반갑게 맞아준다. 매일 똑같은 장소에 잠수해서 바닷속 생물들과 식물들을 관찰한다. 바다의 숲은 광활하고 오묘하다.


그곳에서 는 문어를 만난다. 문어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너무나 아름답다. 바닷속 세계가 신비 그 자체이다. 크레이그 포스터는 잠수복도 입지 않은 맨몸으로 산소통도 매지 않고 물갈퀴와 물안경만 쓰고 바닷속 생명체와 교감하는  한 마리 바다 생물 같다.

  

어느 날 문어는 다리 하나를 내밀어 그의 손등을 감싸고 부드럽게 만져준다. 나중에는 그의 가슴에 안겨 8개의 다리로 그의 심장 부분을 어루만진다. 그는 감동한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애무를 하는 것 같다.


무척추동물인 문어의 8개 다리에는 3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온 몸이 다 뇌가 분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문어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이다.


문어는 맨 앞다리에 독바늘 같은 게 있다. 그것으로 갑각류의 정수를 찔러 기절시다. 흐물흐물한 두족류인 문어가 어떻게 딱딱한 껍질을 가진 갑각류를 먹을까 궁금했는데, 가 먼저는 온몸으로 노략물을 덮친 후 독침으로 기절시켜서 잡아먹는 것이다. 온갖 지저분한 냄새를 풍기며 식사를 한다. 그러면 검은 불가사리들이 달라붙어서 문어가 먹는 갑각류를 얻어먹으려고 한다. 그러면 문어는  빨판으로 불가사리를 한 마리씩 떼어서 굴밖으로 내놓는다. 무척추동물의 너무나 지혜로운 모습이다.


문어의 천적은 파자마 상어이다. 파자마라는 말은 줄무늬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잡힐 듯 잡힐 듯 그러나 잡히지 않는다. 몸에 온갖 해산물과 조개껍질 같은 것을 덮어 자신이 문어인지 모르게 위장을 한다. 다시마 숲에 숨어서 그 잎으로 온몸을 감싸기도 한다.


문어는 파자마 상어가 쫓아오기 어려운 좁은 구멍의 동굴 속에 산다. 그곳에서 1년을 살아간다. 암컷 문어는 수컷 문어를 만나 짝짓기를 한다. 수많은 알을 낳는다. 그리고 그 알을 돌보고 점차 기력을 잃고 죽어간다. 수많은 알 중에 살아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의 몸을 다 내어주며 생명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어는 모든 바다 생물들의 먹이가 된다.


아들과 함께 바다를 찾아 잠수를 한다. 그곳에서 부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문어를 만난다. 아들 손바닥에 올려놓고 서로 교감을 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것은 종족보존을 위한 것이다. 우리가 태어나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사랑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름답다. 더욱이 자녀를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진한 감동을 준다.


그런데 현시대는 그것이 사라진 지 오래인 것 같다. 그래서 여전히 모성애가 남아 있는 문어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언젠가 보았던 '가시고기 이야기'에서도 문어와 비슷한 점을 발견한다. 자기 살을 새끼에게 먹이는 모습은 살신성인의 모습이다.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에게 주어진 2021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은 우리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만 같다. 시대가 흐르고 로 각박해지는 세태 속에서도 문어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의미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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