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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n 22. 2023

내일 죽는다면 무엇을 할까?

영화 《썬다운》

《썬다운(SUNDOWN)》은  '일몰'이라는 뜻인데, '인생의 황혼'을 의미하는 것 같다. 처음에 영화 제목이 조금 낯설어서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다.


한 가족처럼 보이는 어른 남녀 두 명과 청소년 오누이 두 명이 단란하게 휴가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부부가 아니고 오누이다. 백발과 하얀 턱수염의 노인 '릴'이라는 사람이 여동생 엘리스 가족과 함께 휴가를 온 것이다. 멕시코 해변과 호텔은 화려하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오서 엄마가 위독하다는 걸 알게 되고, 급하게 돌아가려는 중에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이들은 휴가를 중단하게 된다.


비행기를 타러 기는 중에  릴이 여권을 호텔에 두고 나왔다면서 함께 가지 않는다. 닐은 택시를 타고 아무 호텔이나 가달라고 한다. 조금 허름한 이다. 방에 여장을 풀고 해변으로 간다. 그곳에서 릴은 현지 젊은 흑인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여동생 엘리스가 전화를 해오지만 받지 않는다. 아예 핸드폰을 서랍 속에 넣어놓는다.


나이든 릴도 해변에서 만난 젊은 흑인 여인도 싱글이다. 릴은 도축업을 하던 부모에게서 재산을 물려받게 되어 아주 부자이다. 릴도 젊은 여인도 결혼하지 않고 자녀 없다.

 

변호사가 릴을 찾아온다. 릴은 여동생에게 부모의 재산을 상속한다는 서명을 한다. 그런데 여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재산을 노린 누군가에게 살해된 것인지도 모른다.


릴은 여전히 젊은 흑인 여인과 휴가를 즐기며 사랑을 한다. 여동생의 아이들이 릴을 찾아와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낸다. 릴은 변호사 앞에서 전 재산을 그 조카들에게 물려준다고 서명한다. 자신은 연금으로 1,000달러 정도만 받기로 한다.


그런데 릴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간다. 벌써 암이 한참 진행 중이고 여러 곳으로 전이되었다. 릴 자신도 그것을 이미 알고 있다. 사랑에 빠진 젊은 흑인 여자는 릴을 다시 만나 병실을 지키지만 결국 릴은 죽고 만다.


이 영화는 뭔지 모를 쓸쓸함을 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돈도 휴가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진다. 이제 곧 자신도 죽을 건데 어머니의 장례식를 치루는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족은 또 어떤 의미일까?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즐거운 해변의 휴가'와 '젊은 여인과의 때늦은 사랑'이 배경으로 깔려 있지만, 계속해서 갑작스러운 죽음이 벌어진다. 어머니, 여동생, 그리고 릴 자신이다.


우리  모두는 내일 갑자기 죽음이 찾아온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평생 사랑도 결혼도 자녀도 낳지 않고 많은 재산을 상속받다면 어떻게 할까? 그 재산을 이 땅에 남겨두고 가기가 너무 아깝지 않을까? 그래서 릴은 그 모든 것을 무용지물의 백지처럼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한 것일까?


나 역시 그러지 않을까 싶다. 나는 사랑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여기는 사람 중 하나이다. 내일 죽음이 찾아온다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갈 것 같다. 아니 만나기 어렵다면 전화통화라도, 그것도 어렵다면 편지라도 남길 것이다. '아주 많이 사랑했노라, 그래서 행복했노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썬다운(SUNDOWN)》은 아름다운 영화이다. 계속되는 죽음이 어둠의 그림자를 끌고 오지만 멕시코 해변의 두 남녀는 아름답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늙은 남자 릴과 젊은 흑인 여인의 사랑은 한 여름의 태양을 불 태우고도 남을 것 같다. 단 한 번의 사랑이라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땅에서의 삶을 아주 잘 살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릴의 삶과 죽음이 아주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 《썬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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