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는 보폭이 맞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

제67좌~제69좌 팔영산, 속리산, 변산

by 서순오

67좌 날아가는 기러기 모양 9개 봉우리와 은빛 금빛 바다 : 고흥 팔영산(2021.12.11. 토)


산행에서 눈부신 눈꽃을 보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추위가 아직 안 찾아왔다. 유명한 눈꽃 산행지는 거의 다녀왔다. 눈꽃1번지 덕유산, 신비로운 태백산, 함백산 눈꽃은 지난해와 올 초에 다 보았고, 눈꽃이 멋진 다른 산행지들은 이미 100대 명산을 찍은 곳이라 뒤로 미루고 있다. 무등산, 소백산, 계룡산, 치악산 등등.


오늘은 또 남쪽 따뜻한 곳으로 겨울산행을 하러 간다. 온도가 4도~14도까지라 산행하기 딱 좋겠다. 날씨는 약간 흐림으로 나오지만 괜찮다. 일기예보는 그래도 때에 따라서는 맑은 하늘도 볼 수가 있다.


고흥 팔영산은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산이다. 바다 조망이 그림 같은 팔영산 산행은 강산리에서 출발해서 선녀봉~유영봉~성주봉~두류봉~적취봉~깃대봉~탑재 ~능가사로 하산하는 A코스로 탄다. 원래는 능가사~탑재~ 깃대봉 원점회귀하는 B코스를 탈까 했는데, 초입에 능가사에서 입장료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해서 A코스를 탄 것이다. 덕분에 쓰릴 있는 암릉과 멋진 다도해 조망을 원없이 한다. (※그런데 하산할 때 보니까 B코스도 능가사 옆으로 지나가기에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고흥 팔영산은 남쪽이라 날씨가 따뜻하고 또 만추의 가을 느낌이 제대로 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을 바스라바스락 걷는 맛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낙엽길이 참 좋다. 걸어도 걸어도 좋은 길이다.


사람들이 왜 고흥 팔영산 노래를 부르는지 산을 올라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시원한 다도해 조망과 기이한 암릉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 한 구간 지루한 곳이 없다. 오르면 또 새로운 신비가 열린다. 약간 미세먼지가 있는 날씨였지만, 다도해 조망을 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이렇게 좋은 날에~"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팔영산은 봉우리가 참 많다. 선녀1봉을 시작으로 깃대봉까지 봉우리가 한 10 개는 되는 것 같다. 하나하나 세어면, 팔영산 봉우리 9개는 유영봉, 성주봉, 생황봉, 사자봉, 오로봉, 두류봉, 칠성봉, 적취봉, 깃대봉이다. 초반에 선녀1.2봉까지 합하면 총 11개의 봉우리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군데 군데 명언들이 많이 있다. 아크릴판에 적어서 세워두었다. 나는 그것을 열심히 담았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명언들이다. 아름다운 다도해 풍경과 암릉과 봉우리들와 명언들의 어우러짐이 조용한 산행으로 이끈다. 묵상이 있는 산행이랄까?


후미에 오시던 여산우님 한 분이 컨디션이 안 좋다며 영 산을 못 타신다. 리딩 대장님이 후미를 맡으며 오시는데, 그 여산우님이 헉헉거리며 오니까 아주 찬찬히 챙기신다.


지금은 나도 꽤 산을 잘 타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모습이 내 모습이다 싶어 괜히 걱정이 앞선다. 1시간 가랑 오르고는 그냥 되돌아서 내려가겠단다. 그래도 대장님은 "조금만 더 가자" 하고, 도로 돌아가는 길이 가파른 데다 낙엽이 많아 미끄럽다고, 혼자 내려가면 위험하다고, 말린다. 풍경은 그만인데 체력이 안 따라줄 때는 그것도 문제이다.


오전 11시 40분에 강산리에서 출발해서 약 1시간 정도 오른 후 점심믈 먹고 가기로 한다.


셋이서 같이 오르다가 이제는 더이상 못 오르겠다는 여산우님을 캐어해서 리딩대장님도 내려가시겠다고 하니, 밥이나 먹고 생각해보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 밥을 먹고나서 여산우님이 조금씩 조금씩 더 따라오른다.


일행 2명이 더 있다는데 그분들은 이 여산우님을 전혀 안 챙기고 앞서서 가버린다. 하긴 그럴 수도 있긴 하다. 후미를 챙기다 보면 세 사람이 모두 다 정상에 못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여산우님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점심 먹고는 혼자 부지런히 걷기 시작한다. 함께 버스를 타고온 산우들이 벌써 다 앞서 가고 아무도 안 보인다. 하긴 쉬운 B코스를 탄 이들이 많고, A코스를 단 이들은 몇 명 안 된다. 그러니 서두를 수밖에 없다. 아까 그 여산우님과 대장님은 중간에 내려간다고 하니 말이다.


선녀2봉 지나면서부터는 혼자라서 내 사진은 안 찍고 풍경사진만 찍고 부지런히 걷는다.


유영봉 생략하고 성주봉 지나 두류봉에 오르니 사람들 몇이 거기서 점심을 먹고 있다. 사진 부탁을 했더니 역광이라 영 이상하게 나온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가야할 길을 바라보며 또 부지런히 걷는다.


고흥 팔영산 깃대봉에서 100대 명산 67번째 인증숏 찍는다.


하산하면서 은빛 바다를 보니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기도 한다. 그림 그리고픈 풍경이다.


하산길은 참 편한 길이다. 명언들과 낙엽길을 담으면서도 휘리릭 내려온다.


B코스 탄 사람들이 오른 길로 하산을 해보니 참 쉬우면서도 편안한 길이다. 능가사~탑재~깃대봉~ 원점회귀 코스로 오르면 금방 정상 찍고 내려오겠다. 그렇지만 팔영산을 탔다고 보기는 어려운 코스이다.


왜냐하면 팔영산을 오르며 느끼는 암릉도 다도해 조망도 거의 못하고 오르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A코스를 탄 건 아주 잘한 선택이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잊지 못할 팔영산 산행이다.



제68좌 기암괴석과 산 구비구비 절경 : 보은 속리산(2021.12.23. 목)

이번 토요일이 성탄절이어서 며칠 앞당겨서 보은 속리산 산행을 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산행을 했는데 말이다.


속리산은 A코스, B코스가 있는데, 나는 A코스를 탈 것이다. A코스(15.6km)와 B코스(14km)는 거리상으로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데, 시간상으로는 2시간 차이가 나게 산행시간을 주는걸 보니 아무래도 B코스가 많이 쉬운 모양이다.


그렇지만 리딩 대장님에게 물어보니 A코스도 시간은 부족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점심 간단히 먹을 시간은 있다고 하신다. 더군다나 B코스는 법주사 입장료를 5천원이나 내야 한다고 하니, 나는 절은 안 보는 사람이라서 A코스를 타기로 한 것이다.


속리산 화북탐방센터에서 문장대로 오르는 길 계곡에는 물이 얼어 빙판을 이루고 있다. 길도 응달에는 얼어있는 곳이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길은 걷기가 좋다. 날씨도 좋고 포근하여 얇은 바람막이만 입어도 괜찮다.


속리산에도 웅장한 바위가 꽤나 많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위들을 감상하며 산을 오른다.


어느새 문장대가 보인다. 배낭을 바로 밑 쉼터에 두고 오르니 쉽다.


문장대에서 조망이 완전 환상이다. 기암괴석과 산 굽이들이 절경이다. 사방팔방이 모두 탁 트였다. 이렇게 속리산을 한 눈에 담는 구나 싶다.


문장대에서의 풍경이 넘 멋져서 시간을 조금 오래 보낸다. 이리 보아도 저리 보아도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법주사에서 천왕봉만 오르는 쉬운 코스를 택하지 않고 문장대를 오르는 어려운 코스를 선택하길 참 잘했다.


오늘은 남산우님 한 분과 동행을 한다. 산행에서는 누구라도 보폭이 맞는 사람과 친구가 된다. 공무원 은퇴하시고 매주 2번은 평일에 산을 오르신다는 분이다. 아내가 일을 하고 있어서 집안일을 도맡아서 하신단다. 덕분에 오손도손 잼나게 이야기도 나누며 내 사진도 꽤나 많이 찍었다.


문장대에서 내려와 쉼터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 함께 한 남산우님은 산행할 때마다 고기 없이 쌈채소를 주로 싸오신다고 하는데, 내가 가져간 소세지와 함께 싸먹으니 참 맛이 있다.


이제 천왕봉을 향해서 간다. 문장대에서 천왕봉까지는 3.4km다. 오르락 내리락 바윗길도 있지만 대체로 조릿대가 많이 우거진 길을 걷는다. 능선길이라 걷기는 좋다. 그렇지만 거리가 있어 꽤 오래 걷는다.


중간에 쉼터가 하나 있다. 음료나 음식 같은 걸 판매하는 곳 같은데 금방 점심을 먹은 후라 그냥 지나친다.


남산우님이 나보다 걸음이 빠른데 앞서 가시다가 멋진 바위나 조망터가 있으면 기다리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 주신다. 입석대, 기암괴석, 통천문에서도 그렇게 사진을 찍어주셨다.


천왕봉 600m 전 천왕봉삼거리(문장대, 천왕봉, 법주사 갈림길)에 배낭을 두고 천왕봉을 향해 간다. 몸이 어찌나 기벼운지 날아갈 것 같다.


조릿대길, 능선길, 데크길, 바윗길 걸으며 웅장한 바위산들을 담는다. 어찌 이리 높은 산에 저리 멋진 바위들이 있을까?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속리산 정상 천왕봉에서 100대 명산 68번째 인증을 한다. 미세먼지도 없이 파란 하늘에 시원스런 조망에 만세도 불러보며 따뜻한 겨울 산행을 만끽한다.


하산길은 약 7km이지만 비교적 걷기 좋은 길이다. 그리 가파르지도 않고 위험한 구간도 없다. 언제나 그렇듯이 휘리릭 내려간다. 나는 하산길에서는 좀 빠른 편이다.



제69좌 뜻밖의 눈산행 : 부안 변산(2021.12.30. 목)


친구랑 둘이서 변산을 올라가기 시작할 때는 날씨가 흐렸지만 눈은 안 내렸다. 조금 올라가니 마을조망이 터진다. 응달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제법 쌓여있다. 길이 얼어있는 곳도 있어서 조심조심 걷는다.


관음봉 오르면서 보니까 직소폭포가 얼음벽이다.


관음봉이 가까워지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금세 길 위에 눈이 쌓인다. 눈산행이다.


변산 관음봉에 올라가니 눈발이 점점 굵어진다. 올 겨울 들어 눈을 맞으며 산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눈을 만나니 참 기분이 좋다.


변산 관음봉에서 100대 명산 제69좌 인증을 하고, 둘이서 정답게 싸온 도시락을 먹는다. 미역국 라면, 밥, 김치, 소시지, 삶은 계란 등이다. 날씨는 그리 춥지 않은데 산 위에서 점심을 먹으니까 손가락이 시리다. 함박눈 송이가 어찌나 큰지 금방 옷도 가방도 도시락통 위에도 눈이 소복이 쌓인다. 두꺼운 장갑을 꺼내 끼고 보온을 한다.


살짝 춥지만 맛있게 점심을 먹고 아이젠을 차고 스틱을 짚고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온다. 친구랑 둘이서 오붓하고 정겹고 싱그러운 눈산행이다.

고흥 팔영산 9개 기러기 모양 봉우리와 은빛 금빛 바다
보은 속리산 문장대에서
부안 변산 눈산행과 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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